벌거숭이 갓난아이처럼
벌거숭이 갓난아이처럼
  • 이승봉 칼럼
  • 승인 2009.02.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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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당의 경전읽기,세상읽기>노자-55장. 덕(德)을 두텁게 지닌 사람은

함덕지후(含德之厚)는 비어적자(比於赤子)하여 독충불석(毒蟲不螫)하고, 맹수불거(猛獸不據)하고, 확조부박(攫鳥不搏)하니라。골약근유이악고(骨弱筋柔而握固)하고, 미지빈모지합이최작(未知牝牡之合而脧作)은 정지지야(精之至也)요,。종일호이불애(終日號而不嗄)는 화지지야(和之至也)라。지화왈상(知和曰常)이요, 지상왈명(知常曰明)이니라。익생왈상(益生曰祥)이요, 심사기왈강(心使氣曰强)이라。물장즉노(物壯則老)니 위지부도(謂之不道)라。부도(不道)면 조이(早已)니라。

함(含)/머금을 함, 품다 후(厚)/두터울 후 적(赤)/붉을 적, 벌거숭이 석(螫)/쏠 석 거(據)/의거할 거 확(攫)/붙잡을 확, 움키다. 박(搏)/잡을 박, 취하다. 악(握)/쥘 악, 손아귀 고(固)/굳을 고, 단단하다. 빈(牝)/암컷 빈, 골짜기, 음  모(牡)/수컷 모, 양 최(脧)/어린아이 고추 최 호(號)/부르짖을 호, 소리내어 울다.  애(嗄)/목 쉴 애 익(益)/더할 익 상(祥)/상서로울 상, 복, 재앙 장(壯)/씩씩할 장, 성하다


덕(德)을 두텁게 지닌 사람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독충이 쏘지 못하고 맹수가 덤비지 못하고 사나운 새도 움키지 못한다. 뼈는 약하고 근육은 부드럽지만 쥐는 힘은 단단하고, 아직 암수의 교합(交合)은 모르지만 어린아이의 고추가 서는 것은 정기가 극치에 이르러 있기 때문이다. 종일을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 것은 조화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조화로움을 아는 것을 항상(恒常)하는 도(道)라 하고 상(常)을 아는 것을 밝음[明]이라한다. 삶에 밝음을 더해가는 사람을 상서롭다고 하며 마음으로 기운을 부려 쓰는 사람을 강하다고 한다. 모든 존재는 강성하면 쇠퇴하니 이를 일컬어 부도(不道)라 한다. 도가 아니면 일찍 끝난다. 

  2009년 2월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에 처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일 내수와 수출의 급락세가 확대되면서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투자위축이 심화되고 고용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올해는 플러스 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고 세계은행들도 한국의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퇴백, 삼초땡’ 등의 말을 알고 있는가? 최근 극심한 취업난 속에 기업들의 인력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고용불안 상황을 빗댄 유행신조어들이다.

  ‘이퇴백’은 20대에 퇴직한 백수의 준말이다. 취업난에 성급하게 취직했다가 적성이나 근무조건이 맞지 않아 퇴직한 젊은이들을 말한다. 앞당겨진 구조조정을 풍자해 ‘삼초땡’(30대 초반에 명예퇴직)이란 말도 생겼다. 이전에 유행하였던 ‘사오정’(45살에 정년퇴직), ‘오륙도’(50~60대에 회사 다니면 도둑)와 비교해 세상이 더 험난해졌음을 보여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북관계 또한 심각한 위기로 치닫고 있다. 자칫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해야 될 상황이 되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17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남한에 대한 “전면 대결태세 진입”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남측의 합동참모본부(합참)도 전군에 대북경계태세 강화 지시를 하달했다.

  북한의 총참모부가 이명박 정부의 6.15 선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남한군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태세 강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비증강 등을 비난하면서 밝힌 ‘원칙적 입장’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이명박 정부가 “대결의 길을 선택한” 만큼, 북한군도 “전면 대결태세”로 진입하겠다는 것. 둘째는 남한 정부의 “반공화국 적대감 고취와 임전태세 강화에 따른 북침전쟁열이 높아질수록” 군사적 대응을 강화해 “더욱더 강력하고 무자비한 섬멸적인 징벌”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남한에서 해상분계선으로 간주해온 ‘북한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북한이 선포한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고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모든 게 불안하기만 하다. 도처에 암초요, 함정이다. 어떻게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소리 없이 다가와서 목숨을 앗아가는 독충들, 길목을 지키며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들, 허공을 선회하며 먹이를 찾는 맹금류들이 득실대는 약육강식의 세상에 내던져 진 힘없는 이들이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노자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친절히 알려준다. 그 대답은 함덕지후(含德之厚), 즉 덕(德)을 두텁게 하라는 것이다.

  이 장에서 노자 할아버지는 “함덕지후(含德之厚)는 비어적자(比於赤子)하여 독충불석(毒蟲不螫)하고, 맹수불거(猛獸不據)하고, 확조부박(攫鳥不搏)하니라.”고 가르치신다. 덕(德)을 두텁게 지닌 사람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독충(毒蟲)이 쏘지 못하고 맹수(猛獸)가 덤비지 못하고 사나운 새도 움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덕(德)이 두터운 사람, 그래서 독충도 맹수도, 사나운 새도 어찌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모습을 가진 사람인가?  

  노자 할아버지는 이에 대해 “뼈는 약하고 근육은 부드럽지만 쥐는 힘은 단단하고, 아직 암수의 교합은 모르지만 어린아이의 고추가 서는 것은 정기가 극치에 이르러 있기 때문이다. 종일을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 것은 조화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골약근유이악고(骨弱筋柔而握固)하고, 미지빈모지합이최작(未知牝牡之合而脧作)은 정지지야(精之至也)요,。종일호이불애(終日號而不嗄)는 화지지야(和之至也)라]”라고 설명한다. 

 덕(德)이 두터운 사람은 겉보기에는 유약(柔弱)하지만 그 안에 강함을 이길 힘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정기(精氣)와 조화(調和)가 극치에 이르러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런 사람의 표상으로 노자 할아버지는 적자(赤子), 즉 벌거숭이 갓난아이를 비유로 든다. 벌거숭이 갓난아이를 생각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천진난만한 웃음, 초롱초롱한 눈망울, 해맑은 얼굴... 이 아이에게서 진실, 순수, 맑음, 원초적 생명력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덕(德)이 두텁다는 것은 마치 갓난아이처럼 사사로움이 전혀 없이 정기(精氣)와 조화(調和)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노자 할아버지는 “조화로움을 아는 것을 항상(恒常)하는 도(道)라 하고 상(常)을 아는 것을 밝음[明]이라한다”고 말한다. 이 말을 풀면 벌거숭이 갓난아이가 지닌 것 같은 조화로움을 알아 그 조화로움에 처하는 것이 항상(恒常)하는 실재의 도(道)를 따라 사는 것이고, 또 이 상(常)을 알기에 밝은 깨달음을 가지고 살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 구절은 “익생왈상(益生曰祥)이요, 심사기왈강(心使氣曰强)이라. 물장즉노(物壯則老)니 위지부도(謂之不道)라。부도(不道)면 조이(早已)니라.” 풀이하면 이렇다. 삶에 밝음을 더해가는 것을 상서롭다고 하며 마음으로 기운을 부려 쓰는 것을 강하다고 한다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강성하면 쇠퇴하니 이를 일컬어 부도(不道)라 한다. 도가 아니면 일찍 끝난다.

  벌거숭이 갓난아이처럼 조화를 따라 사는 사람은 상서롭고 강한사람이 된다. 반대로 조화를 잃어버리면 강성한 듯 하지만 쉬이 쇠하여져 버리고 만다. 이것은 도에 어긋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도가 아닌 것은 생명력을 잃어 일찍 끝나게 된다. 아무리 스스로 고귀한 듯, 강한 듯 처신을 해도 일찍 쇠퇴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의 처신을 생각해 보면 이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어려운 시기에 한쪽은 친재벌 프랜들리 쉽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고 한쪽은 서민 대중들을 위한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한쪽은 국민들을 위협하고 무조건 따라오라고 강경일변도의 언행을 하지만 다른 한쪽은 자신들의 정책을 이해시키기 위해 부단히 대화하고 타협을 이끌어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쪽은 부시 정부가 지난 8년간 시행하여 실패한 정책을 따라가고 있지만 다른 한쪽은 그것을 거울삼아 친환경적이고 생명존중적인 정책,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경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과연 어떤 것이 도(道)에 가깝고 어떤 것이 도(道)에 어긋난 것인가. 。부도(不道)면 조이(早已)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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