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장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56장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 이승봉 칼럼
  • 승인 2009.02.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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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知者)는 불언(不言)하고, 언자(言者)는 부지(不知)니라。색기태(塞其兌)하여 폐기문(閉其門)하고, 좌기예(挫其銳)하여 해기분(解其紛)하며, 화기광(和其光)하여 동기진(同其塵)하면 시위현동(是謂玄同)이니라。고(故)로 불가득이친(不可得而親)하고, 불가득이소(不可得而疏)하며, 불가득이리(不可得而利)하고, 불가득이해(不可得而害)하며, 불가득이귀(不可得而貴)하고, 불가득이천(不可得而賤)하니, 고(故)로 위천하귀(爲天下貴)니라。

색(塞)/막힐 색, 변방, 요새  태(兌)/바꿀 태, 모이다, 구멍  좌(挫)/꺽을 좌, 묶다  예(銳)/날카로울 예, 재빠르다, 창끝  해(解)/풀 해  분(紛)/어지러워질 분, 섞이다  진(塵)/티끌 진, 속세  친(親)/친할 친, 가까이하다  소(疎)/트일 소, 친하지 않다. 떨어지다  

참으로 아는 사람은 말을 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이 말을 한다. 안다면서 무얼 하려는 욕망의 구멍을 막고 천하를 어찌해보려는 마음을 버리며. 날카로운 것을 무디게 하여 엉클어진 것을 풀고, 빛을 조화롭게 하여 티끌과 하나가 되라. 이를 일컬어 도(道)와 하나가 되었다 한다. 그런고로 이런 사람은 얻었다고 친하지도 멀어지지도 않고, 얻었다고 이롭거나 해로울 것도 없고, 얻었다고 귀해질 것도 비천해질 것도 없으니 그러므로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게 된다.


2009년 2월 12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알카에다식 자살테러”…여당 ‘2차 가해’ 도넘었다>란 제목의 송호진 기자의 기사를 읽어보자.

  <용산 참사를 다룬 11일 국회 긴급현안 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죽은 이들과 철거민들을 ‘자살테러’, ‘암적 집단’, ‘반국가세력’ 등으로 이름 붙였다.

  한나라당은 보수적 색채가 강한 의원들을 질의자로 배치해, 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련)가 끼어든 불법폭력 시위가 사고의 원인이며, 경찰은 “할일을 했다”며 죽음까지 부른 진압을 적극 감쌌다. 

  첫 질의자로 나선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은 시너에 화염병이 떨어져 불이 났다는 검찰 수사결과를 언급하며 “다 함께 죽자는 알카에다식 자살폭탄 테러와 다른 게 뭐냐”며 사망자들의 과격성을 부각시켰다. 이 의원은 “경찰이 불법시위, 인질범 진압·검거시 자살폭탄 테러까지 예상한다면 (그래서 작전을 하지 않으면) 어떠한 경우라도 범인을 진압·검거할 수 없다”며 김경한 법무부 장관에게 “공권력 확립의지를 밝히라”고 주문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전철련’을 겨냥했다. 그는 “숙련된 폭력전문 집단인 전철련이 기습점거해 차량과 행인에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다. 반국가세력의 불법폭력단에 의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암적 집단을 뿌리 뽑았다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장 의원은 한승수 국무총리를 불러내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사의를 받아들인다면 소신 있는 경찰총수를 잃게 될 것”이라며 사퇴 반려를 요청했다.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도 철거민들의 절규를 ‘테러’로 정의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는 김경한 장관에게 “화염병과 염산을 던지는 게 국어사전상 테러냐”고 묻고, 김 장관은 “정확히 테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폭력양상에서 비슷한 점은 있다”며 박자를 맞췄다. 이 의원은 아예 “우리 사회는 자유를 너무 보장하는 면이 있다. 무리지어 떼쓰는 거리시위에 몸서리를 친다”며 정부에 강력한 법질서 확립을 요구했다.

  같은 당 신지호 의원도 가세했다. 신 의원은 “전철련이 개입한 폭력투쟁으로 사람이 많이 죽고 다쳤다”며 “전철련이 극렬투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을 이번에도 재현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어 한 총리에게 “청와대 일부 수석이 김석기 청장 사퇴를 유도했다. 문제를 일으킨 수석 문책을 건의할 생각이 없냐”며 “김 청장이 사퇴한 오늘은 공권력이 죽은 날”이라며 김 청장의 ‘사퇴’를 안타까워했다.

  한나라당은 경찰 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평소 강경입장을 폈던 의원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신지호·장제원 의원 등 용산참사 대책반에 소속된 의원들과 보수색채가 강한 이인기·이한성 의원 등을 원내 지도부에서 ‘낙점’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어찌되었든 간에 용산참사를 일으킨 장본인에 속하는 여당의 의원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피해자들을 모독하고 폭도로 일방적 매도하는 것에 나선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게다가 지난 11일에는 민주당 김유정 의원에 의해 용산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군포연쇄살인 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를 청와대에서 메일로 경찰에 보냈다는 폭로가 있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는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문건을 확보했다는 기사를 내 보냈는데 그 공문은 다음과 같다.
발신 :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 행정관
수신 : 경찰청 홍보담당관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수사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바랍니다.

특히 홈페이지,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한 홍보는 즉각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으므로 온라인 홍보팀에 적극적인 컨텐츠 생산과 타부처와의 공조를 부탁드립니다.

예를 들면 ▲연쇄살인 사건 담당 형사 인터뷰 ▲증거물 사진 등 추가정보 공개 ▲드라마 CSI와 경찰청 과학수사팀의 비교 ▲사건 해결에 동원된 경찰관, 전경 등의 연인원 ▲수사와 수색에 동원된 전의경의 수기

용산 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연쇄살인사건 해결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언론이 경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니 계속 기사거리를 제공해 촛불을 차단하는 데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일련의 이야기는 본장에서 노자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를 생각나게 한다.
  노자 할아버지는 “지자(知者)는 불언(不言)하고, 언자(言者)는 부지(不知)니라。색기태(塞其兌)하여 폐기문(閉其門)하고, 좌기예(挫其銳)하여 해기분(解其紛)하며, 화기광(和其光)하여 동기진(同其塵)하면 시위현동(是謂玄同)이니라”고 말한다. “참으로 아는 사람은 말을 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이 말을 한다. 안다면서 무얼 하려는 욕망의 구멍을 막고 천하를 어찌해보려는 마음을 버리며. 날카로운 것을 무디게 하여 엉클어진 것을 풀고, 빛을 조화롭게 하여 티끌과 하나가 되라. 이를 일컬어 도(道)와 하나가 되었다”는 뜻이다.

  진정 하늘의 뜻을 좇아서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욕망이나 마음을 제대로 다스려야 한다. 알지도 못하며 말만 늘어놓는다든지, 자신의 욕망에 따라 세상을 마음대로 주무르려 한다든지 하는 일은 도에 어긋나기 때문에 세상을 어지럽히기만 하게 된다. 색기태(塞其兌)하여 폐기문(閉其門)하라는 말의 뜻이 그것이다.
  참으로 도(道)와 하나 된 세상을 꿈꾸는 자들은 “안다면서 무얼 하려는 욕망의 구멍을 막고 천하를 어찌해보려는 마음을 버리며. 날카로운 것을 무디게 하여 엉클어진 것을 풀고, 빛을 조화롭게 하여 티끌과 하나”가 되어야한다.

  좌기예(挫其銳)하여 해기분(解其紛)하며, 화기광(和其光)하여 동기진(同其塵)하라는 말은 이미 4장에 나왔던 구절이다. 다시 한 번 상기해 보자.

  좌(挫)는 꺽는다, 묶는다는 뜻이다. 날카로움을 꺽어버리거나 묶어 놓아 무디게 한다는 것이다. 꺽이지 않는 놈은 그 날카로움을 사용할 수 없게 묶어라도 놔야 한다. 그래야 엉클어진 것을 풀어낼 수 있다. 날카로움을 자랑하는 날선 검으로 뭉친 실타래를 풀 수 없다. 어지럽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려면 둥글고 부드러운 실뜨개 같은 것이 필요한 법이다. 날카로운 검을 녹여 실뜨개를 만들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다. 그게 날카로움을 꺽는 것이다. 하지만 한술 더 뜨는 놈도 있다. 꺽이지도 않으면서 제가 실타래를 풀겠다고 설치는 놈이 바로 그것이다. 잘풀어 나가고 있는 마당에 제가 한번 해보겠다고 설친다면 다 된 밥에 재뿌리기다. 

  화기광(和其光)하여 동기진(同其塵) 하는 것도 도의 작용을 잘 드러내 준다. 빛이 비취면 먼지가 드러나게 된다. 창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따라 먼지가 뿌였게 비취는 모습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빛이 부드럽게 퍼져 있을 때 먼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빛이 강렬하여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는 먼지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여기서 먼지란 무엇일까? 먼지를 중생들이라 할 때 빛은 또 무엇인가? 중생과는 뭔가 좀 다르다고 생각하는 무리들일 것이다. 재기가 넘치고, 지식이 많고, 재산과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빛을 뽐내면 뽐낼수록 먼지와 같은 중생들은 수난을 당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 스스로 지도자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날카로움을 꺽고, 강렬한 빛을 갈무리하여야 한다.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도 엉킨 것들을 풀어내고 백성들과 하나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노자 할아버지가 말한 태상(太上)은 하지유지(下知有之) 한다는 가장 높은 수준에 있는 통치자이다. 즉 아랫사람이 그가 통치자로 있다는 것 외에는 알지 못하지만 태평성대를 이루게 하는 지도자라는 것이다.
  
  도와 하나 된 사람은 구태여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진 않는다. 드러내려 하지 않으니 주장이나 뽐냄도 없다. 귀(貴)한데나 빈(貧)한데나 개의치 않는다. 자신에게 이(利)가되는지 해(害)가 되는지도 따지지 않는다. 다만 도와 하나 되어 순리의 세상을 만들어 갈 뿐... 그러니 이런 사람이 천하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귀함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음에 따라 나오는 글귀가 바로 그런 내용이다. “고(故)로 불가득이친(不可得而親)하고, 불가득이소(不可得而疏)하며, 불가득이리(不可得而利)하고, 불가득이해(不可得而害)하며, 불가득이귀(不可得而貴)하고, 불가득이천(不可得而賤)하니, 고(故)로 위천하귀(爲天下貴)니라. 이런 사람은 얻었다고 친하지도 멀어지지도 않고, 얻었다고 이롭거나 해로울 것도 없고, 얻었다고 귀해질 것도 비천해질 것도 없으니 그러므로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게 된다.”
  정부와 여당, 더 나아가 스스로를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구절(句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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