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평 자연드림 매장 ‘오픈’ 주도한 자칭 ‘꼬랭지’
90평 자연드림 매장 ‘오픈’ 주도한 자칭 ‘꼬랭지’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01.09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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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사람들] 광명나래생협 박미정 준비위원장 인터뷰

 

▲ 광명나래생협 박미정 준비위원장. 우리생협에서 나래생협으로, 대형매장 오픈까지 바쁜 걸음으로 뛰어왔다. 지금은 법인창립 총회 준비에 한창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기존 자본주의 경제가 가져오는 폐단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흐름이 강화된 이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졌고, 그 강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승자독식의 경제 시스템은 중산층을 빈곤층으로 내몰고 있다. 이윤은 일부에 집중돼 1대99 사회를 만들고 있다. 그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사회적 경제인 협동조합경제이다. 양극화가 아닌, 상생하는 경제모델, 기업모델을 찾는 흐름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조망과 소개가 이어지는 이유이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됐다.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실험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성공적인 협동조합 사례로 거론되는 경우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이다. 아이쿱, 한살림 등이 대표적인 생협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생협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선택은 건강한 생산자를 지키는 것이고, 그 결과가 땅을 살리고, 지구의 생명을 살린다는 철학이 함께 하고 있다.

광명지역에서도 생협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생협매장의 등장이라는 가시적 흐름도 있다. 매장을 오픈하는 것은 적극적인 투자이다. 한살림이 철산동과 소하동에 먼저 매장을 열었다. 이어 아이쿱이 지난해 철산동에 90평대 대형매장을 열었다. 철산동에 문을 연 아이쿱 자연드림 매장을 운영하는 주체는 ‘광명나래생협’이다.

▲ 아이쿱 광명나래생협 자연드림 매장 전경. 90여평 공간에는 카페, 정육, 베이커리 등 코너에 2천여 품목이 진열돼 있다.

광명나래생협의 전신은 ‘광명우리생협’이고, 그 전신은 ‘광명생협’이다. 광명나래생협은 기존 광명생협에서 분리해, 2009년 5월 광명우리생협으로 발족했다. 당시 30명 규모로 시작했다. 광명우리생협은 마을모임 등을 해나가면서 조직을 정비해갔고, 조합원 수를 늘려 나갔다. 동시에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고민하며, 조합원 출자를 준비했다.

그리고 결실을 맺어, 지난 2012년 9월 철산동에 자연드림 매장을 열었다. 38명의 조합원이 조합원 출자에 참여했다. 차입금 납부자를 포함하면 60여명이 매장 오픈에 참여해 5억원을 모금했다. 모아진 출자금과 차입금은 매장을 구성하고, 인테리어에 사용됐다. 마침 아이쿱과 라면공장 설립 등 협력을 맺었던 전남 구례군에서 전세자금 9억원을 함께 지원하면서 매장 준비가 가능해졌다.

매장을 오픈하면서 광명우리생협 명칭도 광명나래생협으로 변경했다. 우리생협에 대한 이름을 지역의 다른 매장에서 사용하면서 소비자나 조합원들의 혼선이 생겼기 때문이다. 자연드림 매장을 열 당시 조합원의 규모는 165명 정도였다. 매장을 열기까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음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그 한복판에 박미정 광명나래생협 준비위원장이 있었다. 박미정 위원장은 조용한 가운데 몸으로 뛰는 리더십의 소유자이다. 위기에 강한 사람이 있다. 우리생협으로 분리돼 나와, 새롭게 활로를 모색할 당시만 해도 박 이사장은 앞보다는 뒤가 편했다. 조용하게 조합원의 역할을 다했다. 스스로 ‘꼬랑지’에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그를 필요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2010년 우리생협 사무국장, 2011년 광명나래생협 준비위원장 역할을 맡게 됐다.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하고, 몸으로 함께 뛰는 스타일이었다. 몸에 밴 배려는 조합원들을 보다 결속시키는데 힘을 보탰고, 매장 오픈이라는 큰일을 기꺼이 해낼 수 있었다. 광명나래생협은 오는 2월2일 정식 법인창립을 앞두고 충회 준비에 한 창이다.

▲ 매장 입구에는 조합 활동 소식이나 상품 안내 등이 안내되고 있다.

자연드림 매장은 지난 해 9월 매장을 연 이후로 조합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추세이다. 2013년 1월7일 현재 610명으로 늘었다. 자연드림 매장은 정육코너, 베이커리 코너, 유기물품 코너, 공정무역 자연드림 카페 등 다양한 구성을 해 놓았다. 생산지별 구분을 포함해 2천여 품목이 매장에 진열돼 거래되고 있다.

유기농 먹거리,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도록 하고 있고, 매장에서 조합원 가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매장은 인터넷 구입 방식 보다 현장에서 물품을 확인하고 즉석에서 구입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조합원 가입이 즉석에서 이뤄지는 경우이다 보니 ‘준비된 조합원’이 아니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소비자로서 정체성뿐만이 아닌, 생협 조합원이라는 ‘조합원 정체성’을 갖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단순 소비자가 아닌, 조합원 소비자로서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조합원 활동이나 교육을 지속해 가는 것이다. 매장을 준비하는데 바쁘게 뛰었다면, 이제는 매장이 안정기에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협동조합의 책무를 다하도록 중심 이동을 하겠다는 포부이다. 올해 법인 설립과 동시에 조합원 교육과 함께 지역 활동에 비중을 두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이 생협운동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3년경이다. 당시 모 방송에서 ‘잘 먹고 잘사는 법’에 대해 소개를 했고, 시청자들에게 선풍적 반향을 일으켰다. 안전한 먹거리와 생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때 당시 인터넷을 검색해 광명생협 조합원에 가입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당시였으므로 안전하게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엄마로서의 바람이 우선이었고, 단순 물품 이용자였다. 아이가 자라면서 엔지오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에 우리생협에 참여하게 됐다. 생협 교육에 참여하면서 ‘내 안에 열정’을 발견하게 됐고, 적극적으로 뛰게 됐다.

생활에 변화도 따랐다. 생협 활동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면서 아이들에게 소홀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등 이전과 달라진 삶은 고민으로 다가 오기도 했다. 남편에게도 소홀해지는 것은 일부 감수해야 했다. 갈등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남편의 적극적인 외조였다. 생협 활동을 이해해주고, 지지해 준 것이 무엇보다 큰 힘이었다. 생산지 방문 등 현지 견학 프로그램이 있을 경우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거든다. 아이들에게도 엄마의 활동을 ‘좋은 일, 훌륭한 일’로 여기며, 함께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박씨는 의지가 되고,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 1월5일 자연드림매장 공정무역 카페에서 '아빠랑 피자 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조합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케잌 만들기, 피자 만들기를 격주로 진행하고 있다.

광명나래생협은 매장을 오픈한 지 아직 일년도 안 됐다. 적어도 일년은 지나고 안정적인 조합원 수가 확보가 될 때 비로소 한 숨을 돌릴 수 있다. 올해 1천명의 조합원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 추세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듯싶다. 박미정 이사장은 향후 신규조합원 교육에 비중을 둘 계획이다. 현재도 매월 신입조합원의 날을 통해 협동조합의 정신, 생협 전반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조합 가입 시 현장에서 최소한의 교육도 진행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갖고 있다.

광명나래생협 가입조건은 이렇다. 처음 가입시 출자금 3만원을 내야한다. 출자금은 오는 3월부터 5만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5만원으로 인상한 곳도 있다. 매달 조합비를 13,000원 내야 한다. 매달 내는 조합비 중 5천원은 물류 비용 등 사업조직 운영에 사용된다. 나머지 8,000원은 조합 자체 운영비로 사용된다. 광명나래생협은 별도 사무실을 마련했다. 사무실 운영, 상근자 최소경비 등 경비로 사용되는 것이다. 9명의 이사를 포함해 15명의 활동가들이 자원활동에 준해 조합의 일상 활동을 거들고 있다. 이와 별도로 매장에서는 아르바이트 직원과 상시고용을 포함해 16명의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

광명나래생협이 포함된 아이쿱생협은 연 매출액이 3천여억원 규모이다. 일차 생산품 뿐만 아니라 가공생산품 등 적극적인 아이템 개발과 유통을 통해 생협 소비자들의 ‘수요(니드)’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2013년 1월 현재 전국적으로 13만5천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광명나래생협과 같은 아이쿱 지역조합이 전국에 73개이다. 매장은 130여개이다.

광명나래생협은 120호점이다. 매장은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 광명나래생협은 철산동 조합원이나 주민들이 주 대상이다. 인근 하안동 조합원이나 주민들도 이용하지만, 소하동은 멀다. 향후 2호점으로 소하동 지점도 오픈을 해야 한다. 2월2일 법인창립은 광명나래생협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자, 도약의 시점이다.

박미정 위원장은 “법인 창립을 기점으로 제대로 된 활동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전에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빴다. 향후 지역차원에서 생협 간 연대, 지역과 연대를 위해 활동 보폭을 더욱 넓히겠다. 협동조합 7원칙 중 일곱 번째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이다. 큰 틀에서 움직이고, 연대해가면서 모색해가겠다.”고 말했다.

철산동 매장 : 철산역 시청방향 출구 20미터 지점. 02-897-6888
법인창립 총회 : 2013년 2월2일(토) 오전 10시30분 평생학습원 2층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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