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 죄다 잘까 걱정...그런데 ‘기우’더라.
관객들 죄다 잘까 걱정...그런데 ‘기우’더라.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4.01.22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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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 김승복 광명심포니 지휘자 인터뷰-신년연주회 뒷이야기 / 강찬호 기자

 

2014년1월21일 광명심포니 사무실에서 김승복 지휘자를 인터뷰했다. 신년연주회 감동과 여운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

 

김승복 지휘자는 서울대 음대, 중앙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케예프차이코프스키 국립음악원 오케스트라 지휘과를 수료했다. KBS 교향악단 객원단원을 역임했다. 2002년부터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를 만들어 현재까지 상임지휘자, 음악감독, 단장을 맡고 있다. 광명심포니는 연주단체로서 사회적기업으로 운영돼왔다. 광명심포니는 창단이래 2014년 신년연주회까지 65회차 정기연주회를 해왔다. 민간오케스트라로서 강행군이다. 브런치콘서트 모닝클래식, 교과서음악회, 마을음악회, 각 종 초청음악회를 통해 클래식 대중화, 저변확대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2013년 9월 서포터즈를 창단해 지역에서 클래식 팬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민간오케스트라로서 10년의 역사를 일궈온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 20일 세계적인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타계했다. 신년연주회를 마친 후 소감과 지휘자 아바도에 대해 김승복 지휘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신년연주회를 통해 이웃과 사회에 말걸기를 해 본다. 올해 화두는 평화다. 존중을 통해 서로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문화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한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1번을 무대에 올리는 일은 흔치 않다. 관객들의 수준에 새삼 놀랐다.

 

이하 인터뷰 전문.

기자 : 광명심포니는 2012년 신년음악회로 쇼스타코비치의 ‘혁명’을, 지난해는 베토벤의 ‘운명’을 연주했다. 올해는 차이코스프스키 교향곡1번에 ‘평화를 위하여’라는 부제를 달았다. 굵직한 테마곡을 연주하거나, 의미부여를 하는 듯하다. 어떤 의미인지, 신년음악회의 마음가짐은 무엇인지?

김승복 지휘자: 신년음악회는 한 해 다짐의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나, 단원들 전체에게나. 신년음악회는 우리 단원들 연주 실력이 어디쯤 와 있는지에 대한 가늠쇠이기도 하다. 어쩌면 관객의 반응보다도, 무대 단원들 스스로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연주회인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신년음악회는 전격 연주로 매번 수준있는 곡을 선정해 연주한다.

이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1번은 국내 무대에서도 흔하지 않은 연주곡이다. 4번이나 5번, 6번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1번은 그렇지 않다. 연주자들도 낯설고 관객들도 낯설다. 우리 단원들도 처음 연주한 곡이다. 그 만큼 힘들게 준비했던 곡이다.

특히 1번 4악장은 러시아 짜르 체제 하에서 일어났던 학생운동과 그 좌절의 경험이 담겨진 곡이다. ‘평화’라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 이웃 간에, 또 국가 안에서 서로 존중의 문화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높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부제를 선택해봤다. 우리 단원들 내부에서도 여러 어려움들이 있을 수 있다. 함께 평화의 마음을 노래하고 싶었다.

기자 : 한양대 김응수 교수와 인연이 각별해 보인다. 지난 2012년 KBS 선운사 음악회에서 함께 협연한 것이 인연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광명에서 이번이 세 번째 협연이다. 이번 연주회는 어땠나?

지휘자 : 음악적 교감도 좋고, 인간적 교감도 좋다. 이번 연주에 대해서 아주 만족한다. 그 분은 광명 연주회에서 항상 연주 후 뒷풀이에 참석한다. 음주도 하지 않는 분이다.(웃음) 연주 후 뒷풀이 참석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김응수 선생은 국내 바이올니스트로서 독보적인 실력을 갖고 있는 분이다. 일년의 절반은 해외에서 보낸다. 개인적으로 해외 스폰서가 붙어 있을 정도다. KBS 선운사 음악회에서 함께 협연한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분이 왜 저의 초대에 응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모시기 쉽지 않은 분이다. 이번 연주에서 함께 협연한 평선미씨는 김응수 교수가 아버지처럼 따르는 선생의 따님이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결혼할 예정인데, 이번 광명 연주 무대를 통해 그 분의 따님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해주고자 함께 듀엣 연주에 초청한 경우다. 김응수 선생에 대한 신뢰가 있다. 광명에서도 김응수 교수를 기다리는 마니아들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웃음)

기자 : 이번 연주회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지휘자 : 슈베르트의 현과 바이올린을 위한 론도는 난이도가 높은 곡이다. 슈베르트가 젊어서 작곡한 곡이어서, 나름 천진성도 있다. 관객들은 듣는 즐거움이 있지만, 연주자들은 고통스럽게 연주한 결과이다. 샤라사테 곡 나바라는 춤곡이다. 나름 경쾌했을 것이다.

2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1번은 국내에서도 거의 연주하지 않는 곡이다. 4번에서 6번처럼 대하드라마 같은 곡이 아니다. 섬세한 곡이고, 겨울여행의 꿈, 에피소드와 같은 것을 그린 곡이다. 표제음악(작곡가가 음악 외적인 이야기를 연주를 통해 묘사하도록 요청하는 방식) 으로 작곡가는 교향시와 같은 섬세한 연주를 주문하고 있다. 당시 낭만주의적인 시대 흐름에 따라 개인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주는 풍토와 함께 표제음악의 등장도 필연적일 것이라고 본다.

연주회 자체는 참 좋았다. 관객들이 죄다 잘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관객들의 반응을 보니 앞으로 레퍼토리 걱정은 덜 해도 될 것 같다. 관개들의 수준에 매번 놀랍다. 단원들은 연습 과정에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생소했고, 처음 연주해보는 곡이었기 때문이다. 첫 연습에서 차이코프스키가 어떤 느낌으로 이 곡을 만들었는지 설명했다. 그러한 느낌을 수용해가면 나름대로 연습에 임했다. 모두 처음하는 곡이니 백지에서 연습하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느낌이 좋을 수도 있다. 단원들이 개인연습을 많이 했다. 현악기들은 손가락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4악장은 휘몰아지는 연주여서, 집중하지 않으면 어려웠다.

지난해 송년음악회가 끝나자마자 다음날, 올해 신년음악회로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문득 차이코프스키를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몇 번을 할 것인지 고민했다. 4번, 5번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6번 비창을 할까 고민했지만 후반부가 애수적이다. (신년에) 염세적인 느낌을 줄 것 같아 포기하고, 1번을 가자고 정했다. 부제는 ‘평화’로 정했다. 곡을 분석하면서 4악장을 통해 ‘평화’에 대한 느낌이 왔다. 부제를 ‘평화를 위하여’로 정하는 계기가 됐다. 기악음악은 작곡가의 의중과 연주자의 생각을 ‘소리’로만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서랍 속에 간진해 두었던 아바도의 베토벤 전집을 꺼내 보이는 김승복 지휘자. 아바도는 좋은 지휘자였다. 감히 닮고 싶은 지휘자라고 말했다.  

기자 :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세계적인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난 20일 향년 81세로 생을 마감했다. 지휘자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이라고 본다. 아바도에 대해 소개해달라.

지휘자 : 20세기 지휘자 중에 가장 테크닉이 뛰어난, 천재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 중에 한 명이다. 민주적인 절차를 존중한 사람이었다. 지휘자가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갖고 전권을 휘두르는 권위적인 방식이 아닌 소통하고 나누는 지휘자였다. 감동적이다. 아바도는 2000년부터 위암으로 투병했다. 89년부터 2002년까지 베를린 필하모닉 수석지휘자를 지냈다. 그가 베를린 필 지휘자로 활동한 기간에 대해 음악적 통일성이 떨어졌다는 일부의 평가도 있지만, 베를리너들은 기존의 경직된 분위기에서 자유분방한 문화를 통한 탈권위 문화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천재적인 후배 음악가들을 발굴하는데 노력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아바도는 헤르베이트 폰 카라얀이 사망하자 베를린 필의 지휘봉을 잡고 5대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38년간 베를린 필을 지휘한 카라얀은 엄격한 규율을 강조했다. 반면 아바도는 민주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카라얀 사망 이후, 베를린 필 수석들은 후임 지휘자로 독일인이 아닌 이태리 출신의 실력과 평판을 갖춘 아바도를 선택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런 일화도 있다. 아바도는 앵콜을 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앵콜이 없어도 관객들은 끝없는 박수를 보낸다. 심지어 단원들도 지휘자와 함께 박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연주석에 앉은 채로 오히려 아바도에게 박수를 보낸다. 관객들과 단원들이 함께 아바도에게 보내는 환호이다. 실황 연주(자료)를 보면 그런 장면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가 딱 한 번 앵콜 연주를 했다고 한다. 그의 이태리 고향 방문 연주에서였다. 자신의 고향을 방문해 이태리의자랑, 베르디의 곡을 앵콜곡으로 연주했다. 관중들은 꽃을 던지며 화답했다. 박수의 끝이 없었다. 관객들은 최고의 예우를 보여주었다.

기자 : 아바도는 김승복 지휘자의 롤 모델인가?

지휘자 : 맞다. 나의 롤 모델이다. 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꿈은 꾸라고 있는 것 아닌가. 아바도는 ‘마에스트로’를 붙이는 것으로도 아깝다고 본다. 그래서 음악이고, 예술인 것 같다. 내 서랍에도 아바도 베토벤 연주 전집이 있다.(웃음)

기자 : 좋은 지휘자란 어떤 지휘자인가?

지휘자 : 단원들의 음악적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사람이 좋은 지휘자라고 본다. 평소 연습한 실력을 실제 연주에서 그 이상 발현하도록 돕는 역할이다. 지휘자가 연주의 흐름을 끊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함께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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