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낮 열두시, 그곳에 가보셨나요?
수요일 낮 열두시, 그곳에 가보셨나요?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4.10.0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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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에서 진행되는 1,147차 수요집회...올해로 22년째..거리의 평화와 인권 박물관.
소녀상 앞에서(위) 바위처럼 율동을 펼치는 시흥 장곡중 학생들(아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147차 수요집회가 10월8일 낮12시에서 일본대사관 앞에서 개최됐다. 집회가 열린 곳은 행정지명으로 율곡로이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스스로 ‘평화로’라고 불렀다. 지난 1992년 1월8일부터 시작된 수요집회는 올해로 22년째를 맞이했다. 일본의 공식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할머니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거리를 지켰다. 그리고 대사관 앞 평화로에는 평화비인 ‘소녀상’이 세워져 있다. 일본 대사관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소녀상의 모습에서,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과거의 역사에 대한 아픔과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할머니들의 투쟁에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과 함께, 힘든 과거사의 아픔을 안고 왜곡된 역사 청산을 외치며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할머니들의 투쟁에 대한 '고마움'을 동시에 느꼈다고 표현했다.

매주 진행되는 일본 대사관 앞 수요집회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최로 진행된다. 이날 집회 주관은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아이쿱생협)에서 주관했다. 생협 회원들 외에도 시흥 장곡중 학생들, 종교단체 종교인들 등 다양한 사람들 200여명이 모였다. 특히 시흥 장곡중 학생들은 노래 ‘바위처럼’ 율동을 배워와 집회의 흥을 더했다. 각 반별로 대표 한명씩을 자유발언자로 준비해 오는 성의를 보였다. “수업시간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재와 역사를 배웠다”며. “할머니들 생의 시간이 많아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일본이 노리고 있지만, 우리들이 뒤를 잇겠다”는 당찬 주장을 펼쳐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학생들은 ‘할머니에게 명예와 정의를’, ‘공식사죄’, ‘진상규명’, ‘법적배상’ 등 문구가 적혀있는 손 팻말을 흔들며, 발언자들의 발언에 호응했다.  

 
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는 경과보고를 통해 수요집회의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하며, 전국적으로 물결치고 있는 ‘평화나비’ 캠페인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소녀상’ 건립 운동에도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수요집회와 평화나비 캠페인 그리고 소녀상 건립 운동은 과거의 아픈 전쟁 역사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역사적 교훈과 다짐이며, 할머니들의 희생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화나비 운동과 소녀상 건립 운동은 전국 각 지역에서 형편에 맞게 펼쳐지고 있다며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수요일 데이트는 평화로 소녀상 앞에서 해달라며 지속적인 수요집회 참여도 요청했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평화로를 지켜온 할머니들의 수요집회는 있는 그대로 평화와 인권을 만들어 가는 거리 박물관이라며, 그 의미를 새겼다.

이날 집회를 주관한 아이쿱 생협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아픔에 함께 하겠다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해와 선보였다. 광주하남생협에서는 오카리나 연주를, 광명나래생협에서는 박노해의 시 ‘길이 끝나면’을 준비해와 낭송했다. 아이쿱생협과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일본 정부는 위안부 범죄를 인정하고 진상 규명을 할 것, 피해자들에게 공식사과하고 법적 배상에 나설 것, 위안부 문제를 일본 역사 교과서에 기록하고 교육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전쟁과 폭력,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수요집회 참가한 학생들(위)과 생협 조합원들(아래)


길이 끝나면 (박노해 시, 낭독 : 최영림, 광명나래생협 조합원)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족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 봄이 걸어 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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