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뭉치는 그만, 투쟁 현장으로 보내달라...이유있는 그녀의 ‘읍소’
서류 뭉치는 그만, 투쟁 현장으로 보내달라...이유있는 그녀의 ‘읍소’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5.01.09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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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사람들]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현정 사무국장...올해 10년차 장애인자립생활 운동가.

전현정 광명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왼쪽)과 김인호 팀장. 장애인자립생활 운동가로서 광명지역에서 장애인자립생활 지원, 권익옹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둘러 그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녀의 페이스북을 보고서이다. 그녀의 페이스북에는 최근에 서류더미에 파묻혀 일하는 방식보다는 투쟁의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며 소속 단체 대표와 단판을 짓는 이야기가 올려져있다. 해프닝처럼 끝나는 이야기이지만, 열정 가득하게 살고 있는 그녀의 활동 모습을 볼 수 있는 일면이었다.

2015년 1월 첫 주, 새해가 열리자마자 인터뷰를 통해 신년의 의미를 새겨보고 싶었지만 첫 주는 너무 바빠 인터뷰가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그 다음 주를 택해 인터뷰를 했다. 1월5일 오후 4시를 넘겨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IL센터)를 방문했다. 동료인 김인호 팀장과 함께 전현정 사무국장을 인터뷰했다. ‘일이 많아서 어떡하냐’며 걱정스레 너스레를 떨어보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특별한 계획들이 있는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광명IL센터는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장애인 권익옹호, 처우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IL센터의 활동력을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몇년전 장애인 이동권 투쟁, 즉 현재 광명희망카로 불리는 장애인특장차, 콜택시의 법정대수 확보 투쟁 때였다. 경기도연합회와 함께 이들은 각 지역을 순회하며 법정대수 확보를 요구하는 투쟁을 펼쳤다. 시장실을 점거하는 등 강력한 투쟁력을 보여주며,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해갔다. 광명시도 이들의 요구에 의해, 법정대수 확보 시한이 앞당겨졌다.

광명IL센터는 지난해 ‘여성체험홈’을 요구하며 캠페인을 펼쳤다. 캠페인은 시청과 시의회 앞에서 진행됐고, 이어 하안사거리에서 철산역까지 그리고 광명사거리역까지 거리캠페인으로 전개됐다. 2015년도 사업에 반영을 요구하며 전개한 캠페인이었다. 그러나 캠페인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현장에 대한 몰이해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이 거리캠페인에 나서게 된 계기도 ‘몰이해’의 경험을 가졌기 때문이다. 일전에 모시의원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어서 ‘체험홈’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 더욱이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거리 캠페인에 나섰다.

광명IL센터는 한 개의 체험홈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시에 신청해서 한 곳을 확보했다. 3500만원 예산을 받았다. 이중 2,500만원이 15평형 아파트 보증금으로 사용됐다. 나머지를 운영비로 사용했다. 2011-2013년은 운영비 지원이 없었다. 3년 동안 부족한 운영경비는 후원금으로 운영했다. 2014년도에 시는 다시 운영비 1천만원을 지원해줬다.

현재 광명IL센터가 요구하는 것은 체험홈 한 곳을 더 추가해달라는 것이다. 여성 전용 체험홈이다. 체험홈은 장애인들이 자립, 독립을 하기 위한 과도기 단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다. 바로 독립해서 사회로 나오기 어려운 경우, 체험홈에서 사회적응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미리 살아보면서 두려움도 없애고, 실질적인 생활의 경험을 쌓아 보는 과정이다. 현장의 입장에서 보면 꼭 필요하고,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단기체험에 대한 요구도 있고 3개월, 6개월, 1년 요구도 있다. 남녀가 함께 지내는 것이 어렵기에 여성전용 공간을 요구하고 있다.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해 급하게 긴급하게 대피를 원하며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행정의 반응은 시큰둥이다. 예산타령에, 신규사업은 안 된다는 입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기존 체험홈을 좀 더 넓은 곳으로 옮기고, 월세도 15만원을 더 주는 정도여서 답답한 상황이다. 화성시의 경우 1개소 체험홈 운영에 보증금 7천만원을 포함해 1억원을 지원해준다는 소식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장애인들의 자립과 이를 위한 사회적응의 관점에서 고민하면 지원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을 텐데, 아직은 ‘간격’이 커 보인다. 광명IL센터는 올해도 체험홈에 대한 인식개선과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화제를 바꿔보았다. 최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상근이 6명이다. 한명이 일인 다역을 해야 한다. 몇 개의 일에부터 10여개 일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일에 지치는 것이다. 활동보조사업은 연간 1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이중 90퍼센트가 활동보조 인건비로 나간다. 이 일도 한명이 한다. 장애인보장구수리센터 사업도 한명이다. 한명이 출장나가면 비어 있게 된다. 추가 인원을 요구하지만 이 역시도 수용되지 않고 있다. 우리 센터 소장님이 기술자여서, 수리센터에서 ‘나사 조이고 기름칠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장님이 지원을 나가면 그 만큼 IL센터 업무에도 공백이 생긴다. 소장님은 전국자립생활센터연합회 투쟁위원장이기도 한다. 바쁜 와중에 보장구수리센터 일을 지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 국장은 그간 서류업무 등으로 정신없이 일에 치이는 상황에서 사무실 일이 아닌, 장애인권익을 개선하는 투쟁의 현장을 뛰고 싶다고 센터 대표에게 푸념을 늘어 놔 본 것이다. 이에 센터 소장은 ‘그럼 그렇게 하자’며 너무 싱겁게 퉁치고 넘어가버렸다.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지만, 전 국장 입장에서는 속은 후련했다. 페이스북 이야기의 전말이다.


광명IL센터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장애인 이동권 확보 등 인권개선과 권익옹호 활동을 하고 있다. 광명사거리역 승강장 엘리베이터 설치도 요구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장애인 접근 편익을 개선하기 위한 요구도 하고 있다. 현 시장이 들어오면서 광명시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문제는 광명시의회이다. 시민들의 접근, 특히 장애인들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야 하는데, 없다. 창피하고 답답함을 느끼는 부분이다. 여전히 장애인들의 접근성 개선에 대한 이해와 관심 부족이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이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더욱 심각하다.

광명IL센터는 장애인에 대한 동료상담도 진행한다. 한국장애인연합회 소속으로 연대활동도 열심이다. 지난해 발달장애인후견인제도 도입에 대한 입법이 추진되었는데, 정작 당사자들의 의견이 배제돼 있어다. 공청회를 열지 못하도록 입법저지 활동을 펼쳤다. 시외버스 저상(리프트)버스 도입에 대해서도 연대활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인복지일자리를 두고 시와 옥신각신하고 있다. 광명시는 장애인복지일자리 중개기관을 다른 시군과 달리, 한 곳(광명장애인복지관)만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힘든 상황에서 장애인복지일자리는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해 6명을 배정받아 운영했는데, 그 마저도 올해는 임의로 변경돼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지난해 고용됐던 이들에 대한 고용유지가 당장 문제가 되고 있다.

광명IL센터는 지난 2008년11월 창립했다. 광명에 IL센터가 없을 당시에는 인근 양천IL센터에서 활동했다. 전현정 사무국장은 올해 10년차이다. 양천IL센터에서 2년 정도 일했고, 그곳에서 현 소장을 만나게 돼 광명IL센터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고 초기 창립멤버가 됐다. 김인호 팀장은 하늘빛사랑이라는 친목단체에서 현 소장을 만나, 창립멤버로 참여하게 됐다. 김인호 팀장은 창립멤버로 참여해 처음부터 일을 배우며 시작했다. 팀장을 맡아 센터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광명IL센터 자체가 장애인 일자리 창출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사례이다. 특히 김 팀장은 동료상담에 대한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 자격증은 없지만, 장애인으로서 장애인 동료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상담할 수 있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광명IL센터는 2008년 창립당시 사무실 마련을 위해 일일호프를 진행했다. 일일호프 수익과 부족한 돈은 전현정 국장이 주머니를 떨어 500만원을 마련했다. 사무실 살림살이는 집에서 조달했다. 소주에 새우깡을 먹어도 즐거운 시절이었다.

’......중증장애인의 당당한 권리를 지역사회에서 실현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자립생활의 이념과 철학에 입각하여 광명시 지역에 기반을 조성하고 사회로부터 분리, 수용되고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광명시 지역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립하여 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자립생활운동, 권익옹호, 인식개선과 역량강화 등 중증장애인 스스로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 자조단체로 2008년 6월에 출범하였습니다.‘

광명IL센터 홈페이지에 소개된 단체소개문의 일부이다. 광명IL센터는 사회복지시설이 아니다. 이러한 단체의 특성으로 행정과 소통할 때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활동가들의 처우에서도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색깔과 힘을 가지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읍소’라도 했어야,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을까. 전현정 사무국장과 광명IL센터는 일 속에 파묻혀 다시 2015을 해쳐나가고 있다. 장애인들이 편하게 생활하고 일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당당한 꿈이 이들을 떠밀고 있다.

전현정 사무국장의 활동이야기는 1월9일 평화방송 ‘아, 사람’에서 방영된다. 광명IL센터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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