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기로에 서있는 이들'을 보듬는 섬세한 정책 접근 필요
'죽음의 기로에 서있는 이들'을 보듬는 섬세한 정책 접근 필요
  • 남판석(생명지킴이)
  • 승인 2015.03.2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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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생명지킴이’ 활동을 마치면서 (남판석 전/광명시노인자살예방센터 생명사랑교육단)

남판석 (전)광명시노인자살예방센터 생명사랑교육단

직장에서 은퇴한 이후 나를 위한 삶과 이 사회에 봉사하며 뜻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마음으로 2011년 8월 광명시노인종합복지관 게이트키퍼(생명지킴이) 양성교육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2015년 2월까지 자원봉사와 일자리사업으로 생명지킴이 활동을 재미있게 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2015년 65세 이상으로 참여자격이 변경되어 64세인 나는 더 이상 이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그 동안 보고 느낀 소중한 경험들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나 정치인, 기업인, 청년, 학생뿐만 아니라 노인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계각층에서 일어나는 자살기사를 매스컴에서 접할 때면 무슨 문제와 사연들이 있기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 것일까? 생각했는데, 얼마 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하루 평균 44명이 자살 한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노인자살률 1위” 라는 말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3년 넘게 생명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되었습니다. 산업사회가 낳은 핵가족, 아니 더 나아가 독거노인의 문제와 노후대책 없는 노인들의 수명 연장은 노인학대와 노인자살률의 증가라는 어두운 현실이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깨닫고는 이 일에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자는 일념으로 생명지킴이 활동에 참여하는 계기기 되었습니다. 함께 했던 동료들, 교육과 지도로 이끌어주신 광명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님 이하 직원들, 노인자실예방센터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지해준 실장님의 배려에 더욱 감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기 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염려가 컸습니다. 왜냐하면 30시간의 양성교육은 이수했지만 전문적인 교육이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에 용기가 생기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럴 때마다 전문상담사(실장)의 조언과 지도가 도움이 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르신들을 만나고 조금씩 현장경험이 쌓이면서“얽혀있는 문제와 말 못할 사연들을 들어주자”라는 마음으로 활동을 하게 되면서 첫 내담자 어르신 한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속상담을 통해 서서히 라포가 형성되면서 만날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 두었던 가슴앓이를 내 놓음으로 처음 긴장했던 어르신의 모습에서 점차 얼굴이 밝아지고 웃음이 회복되어 복지관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면서 상담을 종결 할 때 어르신 하시는 말씀이 “나 처음 선생님 만날 때 죽고 싶은 마음뿐 이었어요”라면서 제 손을 꼭 잡으며 “너무 감사해요”라는 말을 되풀이 할 때 나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전율과 감동을 느끼면서 동시에 강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어르신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시대의 흐름과 가치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늙고 병들고 가진 것 없는 어르신들이“자식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생각과 달리 삶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여 우울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식들이 부모를 외면하는 풍조에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연들을 나눌 때면 가슴이 답답하고 울분이 차 오르기도 하지만 문제를 풀어주지 못하는 아쉬움에 발걸음이 무겁기도 했답니다. 아파트 옥상에서 당장 뛰어 내리고 싶다는 어르신, 몇 번 자살을 시도한 어르신, 어릴 때 아버지가 가족을 남겨두고 자살하게 된 자살유가족 어르신, 자식의 폭행에 두려움과 울분으로 10년 이상 우울증약을 복용하시는 어르신, 남편과 친한 친구의 사별이 심한 상실감으로 남아 고통을 호소하는 어르신, 심한 관절염과 가슴 두근거림으로 수면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 삶에 지쳐 있는 어르신 등 우울과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소득이 높아지고 풍족해 보이나 내가 만난 어르신들은 가족 간의 고립과 자기 비관과 절망감으로 해답도 없이 지난날의 삶속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들을 풀지도 못한 채 마음의 무거운 응어리가 되어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느끼고 계십니다.

상담을 통해 때로는 어르신의 친구가 되어 주고, 살아온 삶의 애환을 같이 나누기도 하며 눈물을 삼켜야하는 사례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어르신의 마음이 열리고 심리적 안정과 삶의 희망을 되찾고 서서히 회복을 경험 할 때면 생명지킴이 활동에 더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생명의 역동성을 느끼는 드라마틱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지요. ‘나도 조금이나마 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용기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 재미있게 일을 하면서 보람과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이제 이 일을 마치면서 되돌아보니 생명사랑교육단 활동에 열정을 가지고 함께한 동료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노인자살예방센터가 보건복지부와 경기도로부터 최우수기관 또는 우수기관으로 표창을 받는 순간은 동료들과 복지관 관계자 모두에게 큰 기쁨이고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일을 더 하게 될 기회가 올지는 모르지만 꼭! 몇 가지 공유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첫째, 모든 사람은 누구나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와 똑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지요.

둘째, 가족구성원들의 작은 애정과 보살핌이 중요합니다.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리고 어르신들은 자식들과 소통이 된다면 쉽게 좌절하거나 외로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셋째, 우리 사회와 이웃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삶을 나누는 것입니다. 서로가 관심을 가져주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과 어르신들에 대한 긍정적 사고의 전환이야말로 우리 사회와 주위를 밝고 따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넷째, 매스컴과 언론들이 좋은 면을 보도하여 긍정적 사회변화를 추구하자는 것입니다. 어둡고 부정적인 내용보다는 밝고 건전한 내용들로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책임과 소명의식으로 거듭나자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과 주민들의 생활에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을 가지고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주어야 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살예방에 대한 정책과 제도를 잘 정착시키지 못하고 조령모개 식으로 운영하거나 적극적 노력 없이 소홀히 대처한다면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우리사회에 빠르게 파고들어 자살국가의 오명을 영원히 벗지 못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급함이 있어서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인 자살을 예방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할 일입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죽음의 기로에 서 있는 국민과 주민들의 애환을 듣고 풀어주는 아무리 하찮은 업무나 제도라 할지라도 가볍게 바꾸거나 변경하지 않고 지속적이고 성의 있는 정책적 뒷바라지가 계속되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밝고 건강한 사회가 되고 사람이 살만한 희망과 꿈이 넘치는 선진국이 되리라는 생각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서 밝은 내일을 꿈꾸며 어르신들과 친구 되고자 광명시노인자살예방센터의 생명사랑교육단 생명지킴이들은 오늘도 어르신들 곁으로 힘차게 달려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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