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놀이터 지성인'들이 침묵하는 이유?
학교에서 '놀이터 지성인'들이 침묵하는 이유?
  • 양영희 (하중초 교사)
  • 승인 2015.06.24 0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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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아이들이 가진 생각의 힘’ / 데보라 마이어/맘에 드림(2015.6.23.)

"집과 놀이터에서 너무나도 잘 아는 아이들의 자신감에 찬 목소리가 왜 학교에서는 사라지는 지 궁금했다. 어째서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특별한 재능에서 멀어지는가. 학교는 어떻게 하찮고 무의식적인 방법으로 집요한 놀이터 지성인들을 침묵하게 할까? 이런 의문과 의문들이 미친 영향 때문에 데보라는 30년 동안 교실을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학교가 운용되는 방식을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아이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는 변화들이 가능하다는 낙관적 전망을 강화했다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과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고, 이는 공교육에 대한 신념을 끌어올리는 요인이었다. 민주주의는 적대감을 견뎌내게 하는 힘이 있다. "

학교에서의 날들은 ‘하루도 결코 똑같지 않았으며 매순간 독특한 일들, 때로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재미있거나 가슴 뭉클한 일들로 가득 찼다.’고 회고한 그녀는 60년대 초 유치원에서 시간제 교사로 가르치는 일을 시작해 초중등교사를 거쳐 1974년 뉴욕시 이스트할렘 지역 센트럴파크이스트 학교를 창립하여 교장을 지낸다. 또 수 십개의 작은 학교들을 세워 공교육을 개혁하는데 20년을 보냈으며 현재 뉴욕대 교육대학 교수로 지내고 있다.

"학교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육아와 마찬가지로 가르치는 일은 때대로 위기일발, 실패 직전, 완전한 실패의 연속에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세 개의 학교가 시작하는 데 참여했고 열두 개가 넘는 학교가 문을 여는데 밀접하게 관여했다. 거의 모든 학교가 처음 몇 년 동안 최소한 한 번씩은 소멸 직전까지 갔다. 학부모들의 너무 많은 개입이나 부족한 개입, 교장의 지나친 통제나 배를 운행하고 있는 교장을 둘러싼 혼란., 정치적 색채와 관련되거나 관련되지 않은 성격차이가 있어서 그렇다." -본문 요약-

‘도대체 공교육이 가능하기나 한 걸까’라는 생각과 절망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지 오래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데보라 마이어의 ‘아이들이 가진 생각의 힘’은 학교교육이란 것이 모처럼 ‘희망의 언어’로 읽혔다. 물론 여러 조건과 제도, 학벌중심의 사회 등 말도 안 되는 학교 안팎의 바위 같은 무거움은 그대로 놓여있지만 말이다. 80이 넘은 그녀가 수십년 동안 미국의 공교육 발전을 위해서 어떻게 살았는지 기록한 이 책은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그녀만의 섬세한 감정과 기록이 돋보였다. 책을 읽으며 혁신학교를 하면서 꾸었던 꿈들도 데보라를 통해 다시 떠올려졌다. 그녀 또한 여러 시도들을 하면서 좌절하고 실패한 사실들을 그대로 담아놓았다. 곳곳에서 서로 다른 의견들을 어떻게 조율하며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고 아이들 한명, 학부모 한명의 이야기가 어떻게 그녀의 밤 시간까지 찾아와 기억하게 하는지 그려져 있다.

그녀가 ‘학생, 학부모, 교직원에게 쓴 소식지나 혼자 기록한 일지’는 특히 감동적이었다. 혁신학교를 진행하면서 교직원들이 한 줄씩만 그날의 느낌을 모아도 좋은 학교의 역사가 될 것 같았지만 그 생각은 시도도 해 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만 머물고 있다. 데보라는 학교 식구들에게 마치 편지 쓰듯 자주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학교의 현재 상황을 공유하며 갈 길을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자주 기록한 일지는 교장으로서 학교이야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것이 얼마나 깊은 애정에 근거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녀는 ‘학교 전체가 내 교실이고 아이들 전체가 내 아이들’이라고 생각했으며 ‘신뢰’와 ‘빠름’의 의미를 학교의 상황에 놓고 고민하기도 했다. 수업 종을 없앴으며 아이들의 복잡한 특성과 그들이 처리하고 있는 생각의 복잡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단순하게 편성했다. 그리고 ‘공동체에서 ‘우리’대 ‘그들’이 없기를 원했다.

"규모가 큰 학교는 아무리 자료를 속여 포장한다 해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대규모 학교는 정신을 키우지도 마음을 교육하지도 못한다. 큰 학교가 하는 일은 우리 대부분에게 자신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작은 학교는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또한 배워야 한다는 목표를 우리가 달성하고 싶다면 강력한 의미를 갖는다. 학교 규모가 작아진다는 것은 좋은 생각일 뿐만 아니라 뿌리 깊은 습관에 질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거듭되는 지속적인 대화는 교육에 기여하는 강력한 힘이다. 누군가를 애도하거나 축하하기 위해 하던 일을 멈출 수 없는 환경에서는 우리가 아이들을 소중히 아낀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확신시킬 수 없다. 작은 학교가 효과적이라면 최소한 또 하나의 요소가 동반되어야 한다. 바로 충분한 자율성이다."

큰 학교에서 무엇인가를 제대로 해보려고 시도했던 사람이라면 모두 그녀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 아무리 애써도 왜 진전이 없는지, 어디서부터 노력해야 하는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허우적거림을 말이다. 우리처럼 몇 년을 근무해도 대화한번 못해보고 얼굴과 이름도 외우지 못한 채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가는 도시의 공장형 학교에서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은 민주적 토대를 위한 기본전제이며 생명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겹겹이 놓인 통제된 시스템에서 민주적 공동체라니! 그것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인 집단 속에서 말이다. 우리는 교과서를 바꾸고 차시만 의무화시키면 교육이 될 것이란 형식적 기대밖엔 하지 않는 것 같다. 교사를 통제하고 내용만 주입시키면 될 거라는 생각은 교육은커녕 사람에 대한 이해도 없는 대응이다.

데보라의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가능하려면 그녀가 제기한 해결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고, 관심과 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하며 잘못이 있을 때 수정 가능한 거리가 필요하다. 서로가 도움을 주는 관계임을 경험으로 배우지 못하면 신뢰할 수 없고 그런 곳에선 개인의 이익을 계산하는 사람들만 가득해진다. 그녀에게 민주주의가 중요했던 이유이고 우리 또한 그렇다.

"‘센트럴파크이스트의 ‘마음의 습관’은 특히 지지를 받아온 듯합니다.’
홀로 설 수 있다는 것, 개인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 즉 협력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협력을 배우는 것은 공동체를 잊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의 습관은 의미상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녀가 말한 ‘센트럴파크이스트의 마음의 습관’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지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그녀의 잠 못 드는 밤들과 고뇌들까지 말이다. 그리고 데보라는 20년이 지난 뒤에 공동체의 ‘마음의 습관이 진화하고 있음 깨달았다’고 서술한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그녀가 발견했을 그 행복이 전해져 온다. 그것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센트럴파크이스트의 공동의 것이며 미국 공교육의 것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우리가 공교육개혁을 수 십년 동안 주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려면 필요한 것들을 열거하려다 포기했다. 중요한 건 데보라처럼 직접 그런 환경을 만날 수 있어야 하고 바꿀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가능성 없는 희망사항을 기록하는 일도 이젠 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학급단위, 학년단위로 정해진 교육내용을 조금 바꿔 움직이는 것밖엔 없으니 말이다. 일부 혁신학교를 비롯해 우리는 날마다 ‘움직이지 않는 아이들 단단한 불행’을 지켜보며 조금 다르게 시도해본 것들을 장황하게 부풀리는 자가당착의 행복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못 느끼는 행복을 일부 교장들과 교사들만 느낀다면 우스운 일이다. 그것은 학교가 얼마나 마음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지 스스로 보여주는 부끄럽고 낯 뜨거운 장면일 뿐이기 때문이다.

데보라가 처음 고민을 시작했던 놀이터에서의 활기와 생명력을 어떻게 학교에서 살려낼 수 있을까라는 화두는 지금도 유효하다. 아니 강력하게 필요하다. 게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육으로부터 더 멀어지는 아이들을 우리가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추가되어야 한다. 우린 과연 ‘아이들이 가진 생각의 힘’을 얼마나 작게 만들고 있는 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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