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서’를 인터뷰했다.
‘학서’를 인터뷰했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5.07.13 2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멘토여행’으로 인터뷰하러 온 볍씨학교 학서군을 인터뷰하다.

14살 볍씨학교 '학서'군을 통해 학교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었다. 청소년의 풋풋함에 기운이 났다.

‘학서’를 만났다. 학서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인터뷰를 하자는 것이다. 자신은 볍씨학교 학생이고, 기자 직업이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서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질문에 대해서 이메일을 보내겠다며 시간 약속을 청했다. 학서의 요구에 ‘쇠뿔도 단김에 빼자’며, 바로 인터뷰 날짜를 잡고 13일 오후1시에 철산동 자연드림카페에서 만났다. 이학서(14세, 소하동)는 볍씨학교 7학년 학생이다. 볍씨학교 과정은 초등과정부터 증등과정까지 통합으로 운영된다. 학서는 꼼꼼하게 질문을 준비해왔고, 노트에 필기했다. 녹음을 하는 완벽함도 놓치지 않았다. 인터뷰의 질문도 잘 준비돼 있어 답변하면서 놀랐다. 노트에 기록하는 과정도 정성스러웠고 꼼꼼했다. 훌륭한 ‘인터뷰어’였다. 50분 정도 학서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당초 계획을 변경했다. 학서를 인터뷰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 학서의 시간을 묻고 바로 역으로 인터뷰했다. 학서에 대한 어떤 ‘끌림’때문이었다. 학서의 인터뷰가 끝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 동안, 학서는 자신이 읽던 책을 꺼내 읽다가, 인터뷰가 시작되자 읽던 책을 가방에 넣었다.

학서의 책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어떤 책인지’부터 질문하자,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왔다. 학서가 읽는 책은 ‘달을 쫓다 달이 된 사람’이다. ‘모모’로 알려진 ‘미하엘 엔데’의 책이다. 학서는 이 작가를 엄마와 함께 한 중고서점에서 만났고, 그 때 읽은 책이 ‘끝없는 이야기’였다. 학서는 이후 미하엘 엔데의 책을 여러 권 읽어 가고 있고, ‘달을 쫓다~’ 책도 그 중에 하나였다. 학서는 ‘해리포터’ 시리즈, ‘나니야연대기’ 시리즈처럼 판타지 소설에 심취해 있다. 미하엘 옌데의 책도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해 엄마와 소소한 갈등, 긴장을 겪기도 한다. 학서는 해리포터 시리즈 다시 읽기를 시도하다고 엄마의 제지에 부딪치기도 했다. 판타지 소설이나 문학책에 심취해, 마냥 빠져드는 학서의 몰입으로 인해 생활습관이 망가질까봐 하는 엄마의 걱정때문이라고 이해했다. 학서도 엄마의 뜻을 수용해,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시 읽는 것을 보류했다. 책을 버리려는 엄마와 타협을 통해, 책을 창고에 보관하는 것으로 양보하고 합의했다. 이것은 학서가 판타지 소설책을 좋아하는 것의 정도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학서는 책을 좋아한다. 많이 읽을 때는 하루에 한권도 읽는다. 책은 도서관을 이용해 빌려본다. 광명동에 거주할 때는 중앙도서관 근처에 살아서 책을 많이 빌려봤다. 지금은 소하동에 사는데,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충현도서관을 이용한다. 충현도서관은 중앙도서관만큼 규모는 아니어서, 책이 좀 적은 게 아쉽다.

학서의 책 이야기에 이어 ‘볍씨학교’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학서는 7살 때 유치원 과정으로 풀씨학교 1년을 다녔고, 8살 때에 볍씨학교 1학년 과정에 입학해 현재 학년을 다니고 있다. 풀씨학교는 광명YMCA가 운영하는 유치원 대안 과정이고, 볍씨학교는 초중등대안학교 과정이다. 볍씨학교 운영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오랜만에 듣게 됐다. 학서는 학교 운영과정에 대해 막힘없이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본인이 참여하는 교육과정이나 학교 운영에 대해 상세하게 이해했고, 소개했다. 학서 또래 볍씨학교 모든 학생들이 학서처럼 과정을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학서 만의 특수성인지, 아니면 학서의 남다른 관심과 애정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자긍심인지 궁금했다. 여하튼 학서를 통해 볍씨학교에 대한 정보와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볍씨학교 학생들이 부러웠다. 학서를 통해 들은 볍씨학교 이야기를 학서가 속한 7학년을 중심으로 재구성해보면 이렇다.

볍씨학교는 전체 9학년 과정이지만, 교육과정은 어린이 과정과 청소년과정으로 나뉜다. 어린이과정은 1학년에서 5학년까지이고, 청소년과정은 6학년부터 8학년까지이다. 9학년은 일반학교 중학교 3학년 과정으로, 볍씨학교는 ‘제주학사’에서 10개월 동안 공동체 생활을 하는 특수과정으로 되어 있다. 즉 일반학교 초등학교 6년 과정이 볍씨에서는 어린이 과정으로 5학년제로 운영되고, 일반학교 중학교 3년 과정은 청소년과정 3년으로 운영되면, 별도로 제주학사 생활이 있는 것이다. 학서는 공교롭게 자신이 볍씨학교 학제 개편의 경계에 늘 서있었다고 말한다. 즉 볍씨 3학년이 되었을 때 학년 간 통합과정이 생겼고, 자신은 4학년 형·누나들과 함께 공부했고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6학년이 되었을 때 볍씨는 다시 초등 어린이 과정 5년제와 중등 청소년과정 3년제로 변경됐다. 그전에는 초등 6학년 과정, 중등 3년 과정이었다. 학서는 중등과정인 청소년과정 2년차에 재학 중이다. 일반학교 학생들보다 중등과정을 1년 빨리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학서는 볍씨학교에 대해 '자유로운 학교'라고 자랑했다.


학서에게 물었다. “볍씨학교가 제일 좋은 점이 무엇인지, 자랑해 달라.”고 말했다. 학서는 ‘자유’를 선택했다. “자유롭게 수업을 선택하고, 원하는 것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볍씨학교는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스스로 제안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가능하다. 기자와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도 볍씨학교 수업의 연장이다. 자유롭게 개설되는 수업 외에 공통과정이 있다. ‘멘토여행’은 그 중에 하나이다.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자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의 고민이나 앎을 심화시켜가는 과정이다. 지난해 학서는 볍씨 학부모 두 명을 인터뷰했고, 지역인사 한 명을 인터뷰했다. 올해는 지역인사 2명을 인터뷰하는 계획을 선택했고, 그 중에 한명이 기자였다. ‘멘토여행’ 프로그램은 그 안에 몇 가지 선택이 있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돼 있다. 볍씨학부모, 특정분야 지역인사, 애니어그램 동일 유형, 볍씨학교 졸업생 그리고 기타로 아무것도 선택할 것이 없는 경우 등으로 나뉘어 있다. 학서는 지난해 두 가지 옵션을 선택했다면, 올해는 특정분야 인사 2명을 인터뷰하는 것만 선택했다. 스스로 원해서 선택하는 인터뷰이지, 학서가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정성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학서는 멘토여행 외에도 지난 해 공통과정으로 ‘사람책 도서관’과 ‘그림자 인터뷰’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사람책은 본인이 사람책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에게 질문하고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자서전이다. 사람책을 통해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빌려보는 방식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책 제목과 소감을 물었더니, 기억을 더듬었다. 자신의 경험에 대해 어쩌고 제목을 붙였는데, 순간 제목이 기억이 안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사람책에 대해) “좀 막연했고....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별로 없었다. 아직 어린데 인생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기도 그렇고....그래서 ‘제가 경험했던 것이 중요하다’싶어 주로 경험담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여하튼 학서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자서전인 사람책을 써보는 경험을 쌓았다. 또 하나의 공동 프로그램인 그림자 인터뷰는 ‘큰모임’이라는 제도가 생겨, 그것을 진행하느라 진행하지 못했다. 큰모임은 지난해 2학기 때부터 시작된 일종의 대학교 학과와 비슷한 과정으로 자신은 ‘생태큰모임’에 참여해, 그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학서는 공통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지난해 시작된 청소년 과정의 한해 마무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질문하지 않아도 흥이 나서 소개에 열을 냈다. 올해 봄방학을 지나면서 지난해 6학년 청소년 교육과정을 마무리하는 작업을 발표회(축제)처럼 진행했다. 한 해 동안 경험한 교육과정의 결과물을 문집과 같은 책으로 발행했다. 청소년 과정 학생들은 한 해 활동 결과물을 문집 형태로 한권씩 자체적으로 발행한 것이다.

학서는 볍씨학교의 자유가 자유로운 교육과정으로 나타나지만, 그것이 무한 자유로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자유로움은 학교 공동체 안에서 끊임없이 관계를 맺도록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런 관계는 볍씨 선생님들이나 학생들과 관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밥도 같이 해먹고 청소도 같이 하면서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과정 학년의 경우 일주일에 한번은 가마솥 밥을 짓고, 함께 반찬을 만들어 먹는다. 다른 요일에는 반찬은 제공받지만 밥은 직접 지어먹는다. 교실과 학교 터전에 대해 매일 청소를 한다. 물지기, 밥지기, 설거지지기, 바깥지기 등 역할이 나뉘어 참여한다. 볍씨학교 교육과정, 생활과정에 대해 일부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볍씨학교의 등교과정도 재미있다. 학서는 올해부터 등교가 ‘빡 세지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볍씨학교 학생들은 도덕산을 넘어 옥길동 학교터전까지 걸어서 등교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학서를 통해 등교 과정을 좀 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소하동 사는 학서는 하안동 시민체육관까지 버스를 타고 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려 하안북초 앞을 지나 도덕산 정상까지 올라간다. 올해초는 도덕산 정상에서 만나 함께 광명7동으로 내려갔는데, 현재는 정상 아래 능선 교차로 지점에서 아침 8시10분에 만나, 광명7동 도덕산 야외광장으로 내려간다. 이곳에서 몸 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팔굽혀펴기, 복근단련, 뜀뛰기 등 운동을 하고 학교로 이동한다. 올해 운동 프로그램이 더해진 것이다. 이렇게 도덕산을 타는 과정은 학년마다 다르다. 저학년의 경우는 스쿨버스로 이동하는데, 7학년은 일주일 5일 중 4일을 산행한다. 산행에 운동까지 더해져 학서는 ‘빡시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번 인터뷰에서 학서를 처음 알았지만, 그 전에 서로 취재과정에서 만난 적이 있다. 서로를 모른 상태로. 학서 엄마는 광명시민들의 탈핵모임인 ‘밀양댁’의 회원이다. 밀양댁은 주로 볍씨학교 학부모들이 주축이다. 밀양댁 회원들은 매주 금요일 철산역 입구에서 노후원전 폐쇄 요구 등 탈핵 일인시위를 교대로 진행하고 있다. 비정기적으로 광명시민들을 대상으로 거리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한다. 이러한 거리 캠페인에 볍씨학교 학생들 중 원하는 학생들이 동참하기도 한다. 기자는 밀양댁과 학생들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거리캠페인을 취재한 적이 있었고, 그 현장에 학서도 있었다. 학서에게 엄마의 밀양댁 활동과 캠페인 참여 소감을 물었다.

학서군은 이 퍼포먼스 일행 중에 포함돼 있다. 학서는 당시를 생각하면 쑥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거리 캠페인에 참여해 걷기 등 알리는 것은 할 만했는데, 철산동 상업지구 원형무대에서 주변 시민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었어요. 참석한 사람들 중 몇 명이 선택돼 퍼포먼스에 참여했는데, 저도 선택됐어요. ‘나 따라 해봐요’ 하면서 바닥에 눕고....그랬는데 솔직해 이상하고 어색했어요. 그 때가 화이트데이라서 사람들도 많았는데...건물에서 내려다보기도 하고...관심 끄는 것은 되겠지만 사람들이 내용을 알기나 할까 싶기도 했고요..” 학서는 엄마의 탈핵 활동에 대해서 제법 의젓하게 말했다. “동생은 엄마가 없으니까 뭐라고 하기도 하지만, 저는 동의도 되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피켓 들고 일인시위를 하는데 얼마나 알려질까 걱정도 있어요. 자세한 내용을 알려서 시민들이 행동에 참여하게 해야 하는데....엄마들 몇 명이서..그것도 시에서 인정도 안 해주는 대안학교 엄마들 몇 명이서....엄마는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에 일단 알려야 한다고 확신하시고요...그런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사적인 질문도 인터뷰 말미에 덧붙였다. 7학년은 중학교 1학년 과정으로 사춘기에 접어든 경우이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중학생들을 두고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라고 하는 농담도 있을 정도이다. 이 과정을 겪는 청소년들은 부모들이나 교사들과 심한 갈등에 부딪치기도 한다. 학서라고 예외일까. “저도 와있기는 한 것 같아요. 마음에 오기는 했지만...짜증이 자주 나고, 혼자 있고 싶기도 하고요. 몸은 아직이지만 마음은 복잡해요. 간섭 받고 싶지도 않고요...” 진도를 조금 더 빼봤다. ‘혹시 짜증이 나는 경우는 언제이고, 그런 일로 엄마와 갈등을 겪는지.’ “엄마는 수학과 영어는 챙기길 바라고 있어요. 엄마는 수학은 기초가 중요하고, 영어는 세계시민으로 살아야 하니까 필요하다고 해요. 저도 동의해요, 그러나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은 너무 싫어요. 외우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 힘들어요. 몰입이 안 돼요. 수학은 영어보다 나아요. 수긍도 되고..엄마니까 챙기는 마음이 있는 듯해요. 자유롭게 살아라,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며칠 못가더라고요.(웃음) 저도 공존해야지 하고 생각해요.”

끝으로 볍씨학교에서는 학생들 간에 갈등이 없는지를 물었다. 학서는 “별다른 갈등은 없어요. 간혹 여자애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지만, 별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소한 갈등은 ‘둘러앉기’라는 대화마당을 통해 대부분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학서는 볍씨학교 과정을 지속하고 싶다고 말한다. 초등과정을 마치고 청소년 중등과정에 올라갈 때 내부적으로 여러 차례 심층인터뷰를 거쳐 입학했다며, 과정도 언급했다. 학서가 소개한 이야기는 이외에도 많다. 지면의 한계로 다 실지는 못하겠다. 학서와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의 ‘푸르름’을 봤다. 잘 짜여진 대안학교가 한 아이를 어떻게 성장시켜 가는지도 볼 수 있었다. 학서를 통해 좋은 기운을 경험했다. 그리고 볍씨학교 이야기를 듣고,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볍씨학교 이야기는 학서를 통해 들은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전한 것이어서, 실재 사실관계에서 착오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우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