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깃덩어리가 아니다.’
‘우리는 고깃덩어리가 아니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5.08.0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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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철폐연대, 광화문사거리 점거 투쟁...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투쟁

“여자를 1등급, 2등급으로 나눕니까. 어린이를 등급으로 나눕니까. 어른을 등급으로 나눕니까. 왜 장애인만 등급으로 나누는 것입니까. 누가 누구를 나눈단 말입니까. 사람은 고깃덩어리가 아닙니다. 장애인 등급제는 폐지돼야 합니다. 부양의무제도 폐지돼야 합니다. 저희들은 광화문에서 3년째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10분, 20분 불편 감수 못합니까. 정부는 장애인등급제 폐지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장애인등급제는 대한민국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잔인한 제도입니다.”

광명사거리 일대 횡단보도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 의해 일시 점거 상태가 됐다. 퇴근 시간대인 6시10분경부터 시작된 상황이다. 휠체어는 13대. 장애인을 차별하는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장애인철폐연대’ 회원들의 외침이었다. 이들은 광명사거리에 있는 네 개의 횡단보도를 순차적으로 점거하면서, 길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등급제 폐지를 호소했다.


정부는 장애인들에 대해 등급을 매겨 활동지원서비스 지원 등에 차등을 두고 있다. 이들은 등급을 매기는 것도 부당하고, 장애인들에 대한 낙인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에서 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 예산을 줄여가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들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혜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제로 인해 빈곤의 사각지대에 놓여 생존을 위협받고 있고, 이러한 인원이 100만명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2014년 송파 세 모녀가 생활고로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것은 부양의무제로 인한 사각지대 사례이다. 2012년 거제 이씨 할머니가 거제시청 앞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한 사례도 같은 사례이다. 2014년 4월 장애인 시설에서 나와 자립을 준비했던 송국현씨가 주택화재를 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사례는 장애인등급제로 인해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해 발생된 사례이다.


이날 시위대의 투쟁은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시위를 막고자 하는 경찰들과 간간히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퇴근길 교통체증이 야기됐음에도 거리시위는 별 탈 없이 진행됐다. 간간히 시위대를 향해 욕을 하는 시민들이 눈에 띠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차분하게 지켜봤다. 경찰도 무리한 진압대신 시위대의 안전과 질서 유지에 나섰다. 만일을 대비한 전투경찰대의 배치도 목격됐다.

시위대는 “퇴근 길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것에 대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여기한 점은 미안하지만, 오죽했으면 길거리 투쟁에 나섰겠냐”며, “국가가 외면하고 있는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광화문사거리 지하광장에서 3년째 투쟁 중에 있다. 3년간 투쟁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미온적인 것에 항의하며, 길거리로 나서고 있다.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장애인 차별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광명시를 방문한 것도 이러한 순회 투쟁의 연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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