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학교에서 생명과 더불어 사는 아이들
풀씨학교에서 생명과 더불어 사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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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0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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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학교 이야기

풀씨의 주변을 둘러보면 나무와 풀, 꽃과 곤충들이 풀씨 친구들과 함께 합니다.
특히나 운동장을 지나 풀씨 한 켠에 놓인 텃밭은 아이들이 생명을 만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봄-여름텃밭, 방학 후 가을-겨울 텃밭으로 나뉘는 풀씨의 텃밭! 그 중에 봄-여름텃밭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겨우내 꽁꽁 얼어 있던 풀씨의 텃밭은 3월 첫 번째 풀씨 가족모두가 만나는 가족만남의 날에 새 숨을 쉬기 시작합니다. 아빠엄마가 삽으로 호미로 우리 아이들이 일 년 동안 농사지을 텃밭의 이랑 고랑을 만들어 주시는 것이지요.


그 텃밭을 보며 아이들은 아빠, 엄마, 삼촌, 이모께 감사드리고 그 곳에 자랄 작물들을 기대하며 희망을 품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텃밭’을 함께 그리고, 소원을 빌어보는 ‘농사기원제’를 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모아 하늘에 전해봅니다.

이제 텃밭농사의 시작입니다. 흙을 손으로 부셔서 부드럽게 해주고, 거름도 뿌립니다. 우리가 머리를 맞대어 고른 상추, 양배추, 완두콩, 강낭콩 씨앗들을 텃밭에 심습니다. 왁자지껄 매일 물통을 들고 찾아가는 길. 처음에는 가득 담은 물통이 무거워 물을 질질 흘리며 텃밭으로 갔지만 시간이 지나니 내가 들 수 있는 만큼 담아서 ‘영차!’ 들고 갑니다.


매일 부지런하게 나른 물과 햇볕, 바람을 느끼며 뽀드득 올라온 새싹이 신기하여 돋보기로 보기도 하고, “상추야, 양배추야 잘 자라렴” 하고 나의 텃밭 친구들에게 말도 건넵니다.

햇볕과 물, 바람의 양분으로 무럭무럭 자라는 상추와 양배추들 이제는 서로의 자리가 비좁아 솎아주기를 합니다. 그리고 솎아준 것으로 샐러드, 쌈을 먹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키운 작물이라 더 맛있게 먹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는 5월 오이, 가지, 방울토마토 등 모종을 심습니다. 처음에는 키가 작았던 모종이 점점 자라 올라가니 이제 지지대가 필요합니다. 꽃이 올라오고 그 자리에 열매가 달리는 것이 아주 탐스럽게도 열렸습니다. 하나씩 따서 “후-후” 불고 맛을 봅니다. “아~ 맛있어요 선생님 하나 더 먹어도 되요?” 아이들은 서로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더 있는지 찾아봅니다.


더운 날이 되면서 상추와 양배추에 진딧물들이 생기고 작물들이 상할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상추 안에 양배추 안에 애벌레를 보게 되면 “우와 애벌레다!” 하고 아주 반깁니다. 하지만 많은 벌레와 진딧물에 상추, 양배추가 상할까 식초를 잎에 발라 진딧물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게 쫓아주고, 애벌레는 다른 곳으로 조심조심 옮겨 줍니다.

아주 예쁜 보라색 꽃이 폈습니다. 그 보라색 꽃이 지니 그 자리에서 조금한 보라색 열매가 맺혔네요. 그 열매는 무럭무럭 자라 아이들의 팔뚝 만하게 자랐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가지’입니다. 물렁하고, 만들어 놓은 반찬의 모습이 예쁘지 않아 꺼리는 채소 ‘가지’!
하지만 풀씨 텃밭에서 만난 ‘가지’는 내 손으로 물을 주고 키운 채소라 아이들이 거부감이 덜합니다. 가지를 수확해서 아이들과 가지전을 해먹었어요. “잘 먹을까?”했던 교사의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너도나도 구운 가지를 맛있다며 ‘호호’불어 먹네요. 그 속의 고소함을 아는 걸까요?

올해는 유난히도 더운 날이 많았습니다. 더운 햇볕에 무럭무럭 자란 잡초들, 시든 작물들 그리고 매일 물 주러 가는 길이 힘들고 귀찮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무더운 땅을 적시는 단비가 내리는 날이 오면 아이들은 베란다에 쪼르르 서서 “선생님 비가 와요 물 안줘도 되겠네요?” 비가 오니 너무도 좋아합니다. 덩달아 교사도 삐쭉 웃어 보입니다. 비가 오면 물을 주지 않고, 잡초를 뽑아주고 비가 안 오면 목마르니 물을 주는 텃밭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아이들은 궁리하고 생명들을 생각합니다.

나의 손으로 키워 수확을 해봄으로 씨앗을 심고, 새싹이 나고 솎아주고, 진딧물을 쫓아주고, 수확하여 그 수확의 작물로 음식을 만들기까지 풀씨의 아이들은 직접 농부가 되어 자연의 흐름을 몸으로 익히며, 절기를 알고 때를 알게 됩니다.
작은 농부로써 농사를 매일의 일상으로 가져가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생명을 만나는 힘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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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학교는 5,6,7세의 유아들이 다니는 유아대안학교입니다. 1994년 아기스포츠단으로 시작하여, 2001년 지금의 옥길동 교육회관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풀씨학교를 세웠습니다.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원해 모인 광명YMCA 회원들과 교사, 부모들이 힘을 합쳐 세운 학교입니다. 그렇게 20여년 가까이 유아들을 만나온 학교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자연 속에서, 친구와 더불어 자라고 있는 풀씨의 아이들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풀씨학교의 자유놀이
-풀씨학교 아이들의 회의
-풀씨학교에서 생명과 더불어 사는 아이들
-풀씨학교의 연령통합교육
-풀씨학교의 선생님과 아이들
-풀씨학교의 몸놀이(추후)
-풀씨학교의 식문화(추후)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의 주소에서 더 들여다 보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http://www.kmymca.or.kr/
전화: 02-2625-7105~7
주소: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 73-2번지 (경기도 광명시 금오로 826-19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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