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나누는 시간, 풀씨의 점심시간
생명을 나누는 시간, 풀씨의 점심시간
  • 풀씨학교
  • 승인 2015.10.0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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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재밌는 풀씨학교 이야기

풀씨에서 밥 먹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선생님과 같이 상을 펴고 가방에서 식판과 아빠도시락편지를 꺼냅니다. 아빠도시락편지는 아빠들이 매일 아침 출근준비로 바쁘면서도 아이를 위해 짬을 내어 쓴 편지입니다. 그 속엔 아이에게 보내는 하루의 응원이 있고, 혹은 어제 싸워서 미안하다는 고백이 담겨 있기도 하고, 평소에는 말로 잘 하지 못했던 사랑표현이 들어있습니다. 밥을 먹기 전 선생님 무릎에 앉아, 아빠의 편지를 듣습니다. 가족의 사랑을 느끼고 남은 학교생활에 힘을 얻습니다.

아빠의 편지를 모두가 읽은 후에는 내 몸에 생명을 들일 준비를 하는데 풀씨학교에서는 이를 식 묵상이라 부릅니다. 묵상을 통해 먹는 것이 하나의 귀한 생명이었음을 알고, 그 생명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거쳤을 많은 분들의 손길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반찬을 만들어 주신 엄마 ⁃ 이모 ⁃ 가족의 정성에도 고마워합니다. 이렇게 생명과 많은 분들의 고마움을 생각한 뒤에는 즐겁게 ‘밥 가’를 부릅니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은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서로 나누어 먹는 것. 정말로! 잘 먹겠습니다.♪

즐겁게 노래를 부른 뒤 이제 밥을 먹는데 풀씨에서는 반찬을 엄마 ⁃ 이모가 직접 만들어주십니다. 몇 일 전부터 생협에서 식자재를 구입해 손질해두고, 당일 새벽부터 일어나 내 아이만이 아닌 전체 우리 아이들이 먹을 반찬과 과일을 정성스레 준비합니다. 반찬을 준비하는 엄마는 아이들에게 반찬편지로 마음을 전하는데 편지를 통해 아이들은 재미있는 반찬 이야기와 격려를 들으며 더 즐겁게 밥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같은 재료, 반찬이라도 여러 가정의 다양한 방식의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반찬을 준비하는 엄마 ⁃ 이모의 마음을 알게 되고, 스스로 먹을 만큼만 가지고 가서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풀씨의 밥상에는 집에서 자주 먹는 고기반찬이 없습니다. 우리가 평소 먹는 고기 양으로도 단백질 보충이 충분하기 때문에 점심 반찬은 고기 대신 몸에 더 건강한 먹을거리로 만듭니다. 또 한 가지, 밥을 말아서 후루룩 넘길 수 있는 국이 없습니다. 소화에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아이들이 밥과 반찬의 고유한 맛을 제대로 느끼는데 방해가 되어 먹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땅에서 건강하게 키운 생명의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조리만 합니다. 기름에 튀기고 굽기 보다는 데치고 무쳐 볶는 방식으로 반찬을 만듭니다.

식사 후에는 과일을 먹는데 영양가가 풍부한 껍질은 버리지 않고 같이 먹습니다. 아이들은 껍질이 낯설고 먹는 게 어렵기도 하지만 매일 접하고 먹다보면 어느새 껍질 있는 과일을 먹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껍질은 버려도 되거나, 필요가 없는 것에서 과일이 건강하게 열매 맺어 나에게 올 수 있도록 해주는 생명의 한 존재가 됩니다.

밥을 먹는 동안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옆에 친구와 ‘너는 이거 먹었어?’ ‘우리 이따가 무슨 놀이하자.’ 등 풍성한 대화를 나누며 먹습니다. 다 먹고 나서는 스스로 식판을 정리해 가방에 넣고 이를 닦으며 점심시간을 마무리합니다. 밥을 먹는 속도가 아이마다 모두 다릅니다. 꼭꼭 씹어 먹는 것, 즐거움으로 대화하며 생명을 내 몸에 들이는 것이 중요하기에 풀씨의 점심시간은 시끌벅적하고 제한이 없습니다. 먹고 난 친구들은 자유놀이 시간이 기다리고 있기에 점점 아이들이 각자의 밥먹는 속도를 스스로 조절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밥 먹기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자기 속도대로 즐겁게 보냅니다.

이처럼 풀씨의 밥에는 내 몸을 위해 기꺼이 쓰이는 생명의 고마움이 있고 생명이 나에게 오기까지 거쳤던 많은 분들의 손길과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밥을 통해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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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학교는 5,6,7세의 유아들이 다니는 유아대안학교입니다. 1994년 아기스포츠단으로 시작하여, 2001년 지금의 옥길동 교육회관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풀씨학교를 세웠습니다.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원해 모인 광명YMCA 회원들과 교사, 부모들이 힘을 합쳐 세운 학교입니다. 그렇게 20여년 가까이 유아들을 만나온 학교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자연 속에서, 친구와 더불어 자라고 있는 풀씨의 아이들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풀씨학교의 자유놀이
-풀씨학교 아이들의 회의
-풀씨학교에서 생명과 더불어 사는 아이들
-풀씨학교의 연령통합교육
-풀씨학교의 선생님과 아이들
-풀씨학교의 몸놀이(추후)
-풀씨학교의 식문화(추후)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의 주소에서 더 들여다 보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http://www.kmymca.or.kr/
전화: 02-2625-7105~7
주소: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 73-2번지 (경기도 광명시 금오로 826-19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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