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아저씨
정원 아저씨
  • 저녁햇살
  • 승인 2015.11.1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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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이야기

정원 아저씨

나이 들면 시골에
작은 집 한 채 지어 노년을 살고 싶었던 분
잘 나가던 시절에
탑골에 터를 잡고
예쁘다는 나무와 꽃들은 다 사다 심었다
그러기를 몇 해
사모님이 중풍으로 쓰러지고
그분의 꿈은 꿈으로 그쳤다

정원 아저씨는
30년을 주말마다 내려와
나무들만 어루만지다 올라가신다.
싹 뚝 싹 뚝
미완의 현재를 전지가위로 다듬으신다.

나무들이 큰 숲으로 우거지고 자라는 동안
정원 아저씨는
늙고 바랜 희망으로 화석이 되었다.
그 숲에 늦가을 단풍이
홀로 깊어지고 있다.

(2015.11.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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