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작가와 함께 한 어떤 시간
두 명의 작가와 함께 한 어떤 시간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5.12.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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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사람들] ‘꿈의 궁전’을 꿈꾸는 이종혁 작가와 인체의 선을 찾는 김정애 작가를 만나다.

충현박물관 별관 앞 마당. 이종혁 작가는 이 곳에서 '꿈의 궁전'을 꿈꾸며 오랜 기간 조각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공간을 꿈 꾸고, 이곳에서 좋은 예술인들과의 만남을 꿈꾼다. 
충현박물관 별관에서는 11.7-12.7까지 '아름다움으로의 귀휴'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김정애 작가는 8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종혁 작가와 김정애 작가와 짧은 만남이 있었다. 작가들이 지니고 있는 그들만의 고유한 세계에 진입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첫 만남이니 상견례 정도라고 하자. 더 깊은 만남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어떤 세계에 대한 소개는 다음을 기약하자. 두 작가와 만남을 가진 것은 겨울비가 축축하게 내리는 지난 12월2일이었다.

이종혁 작가는 오리 이원익 선생의 후손 중 한 명이었다. 건축을 전공하고, 미술을 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충현박물관 별관’(소하동 1054-28)이라고 하는 곳에서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조용하게 해오고 있다. 또 지인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현재 충현박물관 별관에서는 11월7일부터 12월7일까지 ‘아름다움으로의 귀휴(歸休)’라는 작품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광명지역에 거주하거나, 혹은 광명과 직접 연고가 없더라도 작품 활동 등으로 연결된 인근 지역에서 거주하는 작가 11명이 참여하고 있다. 작가들 사회에서도 다양한 모임이나 단체들이 있다. 어느 곳이나 그러하듯 모임이나 조직은 어떤 이해관계의 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이종혁 작가는 이러한 이해관계를 떠나, 작품 활동에 대한 열의를 지닌 작가들 중심으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현박물관 별관 주변에 기형도 문학관과 공원이 생기고, 그 인근에는 광명역역세권이 입지해있다. 별관은 오리서원, 오리 이원익 선생의 무덤, 충현박물관과 충현서원, 광명동굴과 연계돼 있다. 향후 이 지역이 문화예술, 관광 벨트로 연결되면 사람들의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별관이 외진 곳처럼 보이지만, 접근성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종혁 작가도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별관에서 작업을 해왔고, 별관을 작가들의 아지트로 삼고자 하는 마음, 포부를 가지고 있다. 현재 별관 앞마당에는 이종혁 작가의 ‘꿈의 정원’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크고 작은 조각상들이 정원 앞마당에서 ‘조각’되고 있는 중이다. 내년이면 이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시점에 맞춰 어떤 행사를 해보는 것도 기획 중이다. 별관은 기존의 2층 주택을 리모델링한 경우이다. 반지층 공간을 전시공간으로 마련했다. 1층은 전시장과 작업장이 함께 이뤄지는 공간이다. 2층은 개인 주거공간이다. 자신이 사는 공간을 작품활동과 전시공간으로 개방한 경우이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입주 작가도 1,2명 예정돼 있다. 작업실이 필요한 이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함께 작업을 해 나가는 것이다. 자신의 공간에서 꿈의 공간을 구상하고 장기 프로젝트에 들어간 이종혁 작가의 뒷이야기는 다음에 더 들어볼 계획이다.

김정애 작가는 인체의 선, 표정을 주목한다. 그리고 대상과 감정을 나누며 대화한다.


한편 이종혁 작가와 함께 호흡하며 내년부터 이 공간에서 작품 활동을 예정하고 있는 이가 김정애 작가이다. 철산동 광명북고 인근에서 7년 동안 개인 작업실을 운영해왔는데, 조만간 작업실 문을 닫고, 이곳 별관으로 옮길 예정이다. 이사를 하면서 많은 짐을 버리듯, 김정애 작가도 이사를 하게 되면 그동안 해 온 작품들을 기회에 정리도 해야 할 것 같다며,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다. 김정애 작가는 현재 별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회에 8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김 작가는 주로 인물화를 그린다. “인체의 선을 포착하고 그리는 것이 재밌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 작품들 중에서도 김 작가가 그린 두 점의 여성 그림은 눈에 띤다. 한 작품은 파란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누워있고, 그 옆에 나란히 전시된 작품에는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누워있다. 원색은 강렬하고, 작품 속 인물의 시선도 그 만큼이나 강렬해, 매력적이다. 이외에도 또 다른 인물 그림들이 작은 사이즈로 전시돼 있고, 그 중에는 자신처럼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딸을 소재로 한 초상화 그림도 있다. 김 작가는 모델을 통해 인물화 그림을 얻지만, 모델을 통해 얻을 수 없는 동작 등에 대해서는 딸에게 협조를 구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딸 외에도 각별히 사랑하는 조카를 그림 속 주인공으로 불러들이는 경우도 있다며, 자신의 명함 속 주인공이 조카라고 소개했다. 아크릴 작품으로 머리 위에는 하약색 톤의 화려한 장식이 있고, 머리카락은 파란색이며, 얼굴과 몸의 피부색은 검은색으로 그려진 독특한 작품이다. 김 작가가 올해 8월 인사동에서 진행한 개인전 ‘인체-울림’전에 출품한 작품 중 하나였다. “인체의 선, 표정, 그리고 감정에 주목하게 된다. 작품 속 인물과 끊임없는 대화를 하며 몰입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그저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닌,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는 작가의 변이다. 김 작가는 지난 10월 말 중국 청도출판문화예술관에서 ‘빛-울림’ 개인전을 가졌다. 전복의 껍질을 재활용해 작품 소재로 활용했다. 캔버스 위에 전복 껍질과 아크릴 물감이 두텁게 칠해진 작품들이었다. 즐겨 그리던 인물화와는 전혀 다른 작품 세계였다. 전복 껍질이 (조명) 빛과 만나 독특한 반응을 만들어 내는 작품으로 또 다른 보는 재미가 있는 전시회였음은 짐작이 갔다. 김 작가는 올해 두 번 개인전을 열어, 총 4번의 개인전을 진행했다. 광명시민회관 전시실에서 개인전을 연 경험도 있는데, 그 때는 공간이 넓어 고생을 했다고 추억했다. 김 작가는 이종혁 작가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작품 활동을 해나가면서, 개인의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간을 기획하고 연출해가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갖고 있다. 개인의 시대는 협력의 시대를 통해 더욱 빛날 것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그들의 난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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