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의 버팀목은 어디에서 오는가?
‘사회적경제’의 버팀목은 어디에서 오는가?
  • 강찬호
  • 승인 2015.12.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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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마을공동체 및 사회적경제 활동가들, 아산 사례 견학하고 더 나은 미래 상상하기 워크숍 진행

도심형 공동체 마을만들기를 지향하고 있는 복합문화 공간 풀담카페 소개를 들은 후, 단체 사진을 찍었다.
아산공동체지원센터에서 아산지역 사회적경제와 지원 시스템에 대해서 소개를 받았다.

광명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이 함께 하는 역량강화 워크숍이 12월 8일(화)~9일(수) 진행됐다.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경제를 잇는 공통분모 혹은 핵심 가치 중에 ‘공동체’가 있다. 공동체는 상호 신뢰에 근거한 호혜와 협력을 통해 이뤄진다. 가치만큼이나 지난한 노력, 수많은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한 배움이 필요한 것이 공동체이다. 광명에서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경제를 고민하고 모색하는 활동가들이 아산지역 탐방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아산 사례를 진지하게 학습했다. 이어 안면도로 이동해 진행한 자체 워크숍을 통해 광명지역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치열한 모색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워크숍은 경기도따복공동체지원센터가 주최하고, 광명지역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경제네트워크,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청년창업지원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해 진행했다. 이틀간 워크숍 일정 중 첫날 일정에 동행했다. 첫날일정은 아산지역 마을공동체 및 사회적경제 현장 세 곳을 방문하고, 이후 안면도로 이동해 저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산지역 첫 방문지는 아산공동체지원센터였다. 유삼형 팀장이 안내했다. 유 팀장은 민간영역(아산 한살림)에서 활동하다 계약직 공무원으로 들어가 사회적경제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산지역은 사회적경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었다. 서울시만한 땅에 30만명 정도 인구 규모를 가진 도농복합도시로 최근 인구가 늘고 있고, 정주의식은 흔들리고 있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에는 인구가 몰리고, 농촌 지역에는 인구가 줄어드는 불균형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해법은 지역순환경제의 발전이고, 아산시는 사회적경제를 통해 출구를 모색하는 흐름이었다.

아산시는 기존 지역경제과를 ‘사회적경제과’로 전환해, 역점을 두고 있다. 사회적경제과에 사회적경제정책, 사회적경제지원, 마을만들기지원, 일자리지원, 공동체지원팀을 두고 있다. 행정조직 안에서 공무원들이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통합적인 사회적경제 지원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는 지방정부의 단체장 마인드와 의지에 따라 좌우되기 마련이다.

행정의 지원과 연계돼 중간지원조직으로 아산공동체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공동체지원센터는 행정을 설득해가며 현장과 연계하는 작업을 모색하고 진행해가고 있다. 향후 아산공동체지원센터도 민간에게 위탁이 될 예정이다. 아산지역에는 60여개의 사회적경제 관련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민관협력을 통해 아산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한 발 빠르게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여러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유삼형 팀장은 아산지역이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과정이고 미래에 다가 올 변수(?)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변화 등 상황이 변해도 사회적경제 영역이 흔들리지 않고 지속가능하려면 결국 민간의 요구, 조직된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의 의지, 잘 갖춰진 중간지원조직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의 자발적인 노력과 준비라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영역의 제 주체들이 개인의 이익을 넘어 공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협력하며 행정과 협력할 준비를 해가야, 행정도 주민들의 조직된 요구에 부응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아산시의 경우는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 개별 기업들을 지원함에 있어,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적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즉 팔의 길이만큼 거리를 유지하되 악수는 하지 않는다며, 필요한 지원을 하고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팔 길이 안에서 준비가 되어 있는지, 능력이 되는지를 주요한 지원의 근거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봉제, 천연세재를 주력 제품으로 해서 운영되고 있는 수피아협동조합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 가는 기업이다. 워크숍 참가자 일행들이 수피아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두 번째 방문지는 수피아사회적협동조합이었다. 김성림 이사장이 일행을 맞이했고, 기관을 소개했다. 수피아협동조합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이다. 2013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가 났다. 현재 6명의 장애인을 포함, 8명이 근무하고 있다. 봉제와 비누 등 천연세제를 만들고 있다. 버려지는 청바지를 수집해, 봉재를 통해 다양한 천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꾸러미 회원들로부터 매월 후원금을 받고, 일 년에 네 차례 꾸러미로 생산된 제품을 보내주고 있다.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기업이나 지역의 시민사회 단체들과 거래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본인이 발달장애 아들을 둔 경우로,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시혜적인 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피아협동조합은 궁극적으로 소유노동에 기반한 노동자협동조합과 장애문제에 대한 인권 개선 등 장애문화인권운동도 전개해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수피아가 여전히 넉넉한 살림규모는 아니어서 충분한 임금을 제공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장애인들에게 맞춤형 직무를 제공하고, 근무조건을 유연하게 해주는 등 여러 시도를 해가고 있다. 과정의 고단함이 결국 단단한 고리로 결실을 맺는 것 같다. 무수한 실패도 있지만 가치 실현이라고 하는 커다란 물줄기를 붙들고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수피아는 장애라는 것이 시혜와 편견이 대상이 아니고, 실력으로 인정받는 ‘장애인 기업’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삼형 팀장은 “수피아를 소개한 것은 수피아가 매출 측면에서 여전히 어렵지만, 사회적기업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방문지는 도심형 마을만들기를 지향하는 풀담문화공동체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형 문화공간 ‘풀담카페’였다. 천옥남 사무국장이 공간을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공정무역 제품, 유기농 차와 음료, 각 종 친환경 먹거리와 제품을 취급했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후속모임으로 동아리를 만들고 있다. 동아리를 배출해 지역 공동체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고자함이다. 그러나 말처럼 되지는 않는다. 되는 건 되는대로, 안 되는 건 안 되는 대로 진행하고 있다. 강사도 양성해 배워서 남 주는 활동도 만들어보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나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소비하는 등 판로를 개척해가는 ‘아산지역 로컬푸드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윤리적 소비 수준을 넘는 마을 차원의 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이곳의 시작은 아산지역에서 생협(아이쿱)에 참여했던 이들 7명이 모여 2014년 3월 오픈했다. 현재는 조합원이 60명이다. 한 때 이 지역(배방면)은 상권이 살아있었지만, 삼성전자에서 대규모 감원을 하면서 그 여파로 상권이 죽어가고 있는 곳이었다.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해보자는 뜻있는 이들이 면단위 사회적경제네트워크도 만들어 자발적으로 교류하면서, 여러 시도를 해가고 있는 곳이었다. 풀담카페도 그러한 연장에서 출발했다. 어렵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기에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풀담은 올해 복합문화공간 풀담카페와 별도로 친환경 반찬가게와 토탈공방을 오픈했다. 반찬가게는 고령자 취업을 목적으로, 공방은 경력단절 여성 등 틈새일자리로 시작했다. 같은 공간을 분리해 두 개의 사업체로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아산시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올해부터 30% 자부담을 전제로 시설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반찬가게, 공방 오픈시 시의 지원이 있었다. 지자체 지원이 있었기에 진행이 빨랐다. 지난해 먼저 오픈한 풀담카페의 경우는 지역 내 인테리어 공사 분야 사회적경제 관련 기업의 도움으로 저렴하게 공사를 했다. 협동조합 간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간 협력의 혜택을 본 것이다.

천 국장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초심’은 단단했다. “지난 2년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금도 재정위기 등 어렵다. 그러나 꿈을 접지는 못한다. 시제품 등 개발도 열심히 하고 있다. 적게 벌어도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공동체, 좋은 문화를 만들고 싶다.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새로운 것을 담아가자는 뜻에서 ‘풀담’이다.”

일행은 풀담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천 국장의 기관 소개를 들었다. 이어, 근처에 있는 반찬가게와 공방을 둘러봤다. 그리고 세 곳을 소개하고 일행과 동행한 유삼형 팀장과 인사를 하고, 아산을 떠났다. 일행은 안면도로 이동해,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식사 전에 상호 인사와 간단한 소감을 나눴다. 그리고 광명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서 준비해 온 토론을 진행했다. 광명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 바라는 바 등 주제에 대한 토론과 상호 관계 증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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