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의 뒤주에서 '뒤틀린 욕망'을 봤다.
사도세자의 뒤주에서 '뒤틀린 욕망'을 봤다.
  • 파랑새
  • 승인 2016.01.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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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잡지 ‘민들레’를 읽고 이야기하는 엄마들의 모임.

▲ 생협 소모임에서 교육과 육아를 주제로 이야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내용을 갖는 엄마들의 수다는 힘이 있다.

2016년1월14일 오전 10시. 하안5단지 넓은세상도서관에서 민들레 공부모임이 진행됐다. 광명나래아이쿱생협 책읽기 동아리 모임이다. 이 도서관에 처음 와본 이들이 많았다. 참가자들은 각 자 한 가지씩 맛난 음식을 챙겨왔다. 방학 중인 아이들도 엄마 손을 잡고 왔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엄마들은 교육 잡지 ‘민들레’를 읽고 와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에는 민들레 102호를 읽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제는 ‘이야기’이다. 이야기 나눔은 주제에 대한 이야기부터 연관된 삶의 이야기로 가지를 치며 자연스럽게 수다방이 된다. 교육과 육아가 주된 내용이다. 아이들을 키우며 책을 읽어주면서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와 관련 정보들이 오고간다.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것은 아는데, 이야기를 창조해서 전달해주는 데는 능력이 필요하다. 누구는 능력이 되는데, 누구는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면 머리고 하얗게 공백이 돼 난처하다는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공감한다. 출판사 보리에서 나온 전래동화책을 추천하고, 그 책을 먼저 읽고 이야기를 해주는 방식으로 해보자는 ‘팁’도 제안된다.

 교육과 육아는 젊은 엄마들에게는 가장 큰 관심 주제이다. 육아를 하면서 경험했던 자기고백은 자기반성과 성찰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험의 나눔은 가장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주변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해주고자 몰두하고 있는 현상들이 얼마나 비교육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위안을 얻는다. 혼자 일 때는 불안이지만,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엄마들이 함께 있을 때는 불안은 덜어지고, 교육과 육아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으로 나아간다. 민들레 공부모임은 그런 자리이다. 개인의 생각을 나누며, 주위 삶을 살피고, 다시 내 삶에 대한 실천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민들레 공부방에서 주고받는 대화를 간단하게 스케치해본다.

“나도 한 때는 바쁜 엄마였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여기 저기 체험활동으로 계획이 꽉 찼다. 주말에 남편이 집에서 쉬는 꼴을 못 봤다. 세 살 때부터 중 3때까지 계획이 다 잡혀 있다는 강남 이야기도 들었다.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그런 이야기에 조바심이 낳고 불안에 쫓겼던 것 같다. 그 땐 그랬다. 지금은 여유가 생겼지만, 그 전에는 불안으로 보냈던 시간이 있었다.”

“어려서 너무 많은 게 제공된다. 아이들이 질려할 것 같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원할 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싫어하면 존중해야 한다. 아이들 입장인지, 엄마 입장인지 살펴야 한다. 누구나 어떤 지점에서 전전긍긍하는 게 있는데, 이런 모임을 통해서 위로를 받는다. 엄마가 행복하고 에너지를 받아야 아이들도 행복해질 것 같다.”

“왜 엄마를 못살게 구는 사회가 된 것인지. 부권상실이 엄마를 힘들게 하고 있다. 부부싸움 하다가 보면 결국 본질이 서로의 문제이기 보다는 사회구조에서 기인한 경우를 보게 된다. 적정수입만 되면 수입보다는 가정 유지 쪽으로 선택하는 일본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앞으로 우리도 그리 되지 않을까 싶다.”

“역사,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필요하고 그것이 교육적으로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말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말고 살아라 하는 정도에서 멈추게 된다. 슬픈 현실이다.”

“우리 어려서는 남자, 여자 아이들이 함께 놀았고 갈등이 생겨도 알아서 다 해결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엄마를 부른다.”

“요즘 아이들은 다들 너무 바쁘다. 어울릴 시간이 없다. 학원 가느라...좋은 사람들 만나서 일하고 살아가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면서 상처 주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때는 응팔에서 택이네 집처럼 모여 지내는 아지트가 있었는데...학원 안가하는 그런 부모들이 생겨나야 한다.”

“우리는 산업화, 맞벌이 세대 부모님들 밑에서 자랐다. 제한적이고 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다면 요즘 아이들은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란다....부모들의 사랑이 아이들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때 아이는 잘 성장한다.”

“‘요즘 엄마들은 사채업자들 같다.’라는 말을 티비프로그램에서 들은 것 같다. 아이들에게 투자하고 뽑아내려고 하는 현실이다. 영화 사도세자를 봤다.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담고 있는 듯 했다. 그런 이야기도 들었다. 뒤주를 선물하는 엄마들이 있다는 것이다. 뒤주는 1인 학습실 같은 것을 말한다. 닫힌 공간에서 공부만 하도록 하는 엄마들의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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