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졸업하니, ‘지역평생학습’이 나를 맞아줬네.
전업주부 졸업하니, ‘지역평생학습’이 나를 맞아줬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6.02.14 0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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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사람] 예터지기 행복학습센터 이진영 매니저

▲ 이진영 행복학습센터 매니져는 16년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지역 평생학습 활동과 만났다.

살다보면 우연으로 어떤 일들이 이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인연은 사람들과 관계에서 비롯된다. 이진영씨가 지역에서 일을 하게 되고, 평생학습 분야와 인연을 맺게 된 경우도 그랬다. 전혀 인생항로에서 예상했던 경우가 아니었다. 이씨는 전업주부로 있다가 지난해 소하동에 거점을 둔 ‘예터지기 행복학습센터’(이하 행복학습센터) 매니저로 일했다. 행복학습센터는 광명시를 권역별로 구분하고, 권역별로 평생학습마을을 만들어 가는 학습마을 전략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광명시는 평생학습 1호 도시이다. 지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평생학습실무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권역별 평생학습 시스템을 만들어 가기 위해 협력하는 네트워크이다. 행복학습센터도 평생학습 권역별로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권역별 평생학습을 지원하고, 권역별 특성화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이씨는 이러한 행복학습센터의 매니저로 활동하면서, 지역과 인연을 맺었고, 평생학습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아들 둘과 딸 하나를 키우며, 육아를 중심으로 전업주부로 살았다. 그 전에는 유아교육 전공자로 유치원에서 일했다. 많은 주부들이 그렇듯이 결혼 후에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중심에 놓고 시간을 보냈다. 이웃한 금천구에 살다가, 혁신학교가 들어서면서 더 나은 공교육을 찾아 4년 전 소하동으로 이사했다. 혁신학교에 보내면서 학부모로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학교일에 참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역활동에 참여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동시에 전업주부 16년 만에 집과 육아를 벗어나 다시 시작한 사회활동이었다.

시민단체인 광명여성의전화 회원으로 참여하고, 회원활동을 위해 상담이나 강좌프로그램 등에 참여했는데, 그 인연 때문에 지난해 행복학습센터에서 일 해보는 것을 제안 받았다. 우연은 그렇게 찾아왔다. 평생학습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시작했다. 부딪치며 배워가는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 처음 적응하던 때에는 힘들었다. 프로그램 강사를 관리하고, 회계 등 피시 업무를 주로 해야 했다. 평생학습원과 연계하며 행정적인 일처리를 해갔다. 평생학습원에서 실시하는 매니저 교육에 참여하면서 업무와 활동에 대해 익히고 적응해갔다. 이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평생교육에 대해 눈을 떠가면서, 평생교육사 자격증 취득과정도 시작했다. 평생학습원에서 진행하는 학점은행제에 평생교육사 과정이 있다. 업무 초기에는 적응도 힘들었고 업무에 대한 재미도 덜 했지만, 평생학습이 보이면서 일에 재미가 붙었고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씨는 전업주부로 있으면서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미술치료, 심리상담, 독서지도, 자기주도학습 등 부지런히 공부하는 주부였다.

예터지기 행복학습센터는 지난해 미술치료사들의 강사교육과 파견사업에 주력했다. 미술치료 강사들을 권역 내 지역아동센터에 파견해, 아동들의 미술치료를 체계적으로 지원했다. 7곳의 지역아동센터에서 각각 16회기 프로그램을 실시해, 제법 빡빡하게 진행됐다. 강사들과 지역아동센터의 만족도는 높았다. 이씨는 매니저로서 이러한 활동을 지원했다. 또한 권역별 평생학습실무위원회를 지원하기도 했고, 권역별 평생학습축제 실무자로 활동했다. 학습센터, 실무위원회, 축제 지원을 하며 평생학습원과 연계된 일의 흐름을 파악해갈 수 있었다. 매니저의 역할에 대해서도 눈을 떠가게 됐다. 아쉬운 점이 무엇인지, 권역별 학습센터의 특성 등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파악해가는 계기도 됐다. 지지고 볶고 일을 해보면서 사람들의 스타일도 파악하게 되고, 일의 특성도 파악해가는 것이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들이었다.

이씨가 아쉽게 느꼈던 부분 중에 하나는 평생학습, 혹은 평생학습 마을만들기를 해나감에 있어 몇 차례 교육의 기회들이 있었는데, 권역의 관계자들 특히 리더들이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들이었다. 다들 지역에서 기관장들로 활동하는 이들이어서 바쁘다는 이유로 교육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교육에 함께 참여하고 토론하면서 방향을 공유해 가는 일은 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왕왕 이론과 갭이 발생한다. 극복해 가야 할 중요한 숙제이다.

이씨의 눈에는 또 다른 아쉬움도 있었다. 공간의 중요성을 새삼 발견했다. 마을사랑방과 같은 공간들이 많아져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행복학습센터도 이러한 안정적인 커뮤니티 공간에 자리 잡게 된다면, 보다 나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현재 행복학습센터는 권역별로 운영되지만 운영 방식은 권역 내 특정 기관이나 단체에서 위탁받아 운영한다. 권역 내 자율성을 존중하는 장점이 있지만, 안정적 운영 측면에서는 유동적일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한편 지난해 행복학습센터 운영은 4월부터 12월까지 운영됐다. 올해 사업도 4월에 시작된다. 행복학습센터 사업은 평생학습원이 외부 공모사업을 통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전체 사업기간이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매년 사업도 당해년도에 종료된다. 행복학습센터 운영기관이 권역 내에서 달라질 수 있다. 매니저 채용도 종료됐다가, 해가 바뀌면 다시 채용되는 시스템이다. 이씨는 12월말로 쉬고 있다. 다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휴식하며 공부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평생교육사 자격증 공부에 열을 내고 있다. “공부 시작한 것 잘한 것 같다. 12월 이후 시립도서관에서 공부한다. 평생교육사 인터넷 강좌 시험 준비도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이씨는 지난해 평생학습과 만남이 인연이 되어 지역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평생교육사를 준비하고 있고, 이미 평생교육 실천가의 길에 들어섰다. 평생학습 마을만들기 활동가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게 마을은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키워간다. 주부들의 경력단절이 심한 사회가 대한민국 사회이다. 국가 경쟁력을 좀 먹고 있는 병폐 중에 하나이다. 해결에 대한 비전은 녹록치 않다. 경력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 지역에서 그런 해결의 지점을 찾을 수 있으면 좋다. 그 일이 공공성에 관여된 일이면 더욱 좋다. 누군가 길을 내야하고, 함께 길을 내야 한다. 광명시가 대한민국 1호 평생학습도시라면, 대한민국에서 평생학습 분야 공공 일자리가 가장 많은 도시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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