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보장하는 아동 양육제도
국가가 보장하는 아동 양육제도
  • 이권능
  • 승인 2016.04.06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국가 칼럼] 이권능(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실장)

심각한 저출산에도 불구하고 양육지원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려는가?

최근 내년 2017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생 숫자가 6만 명이나 감소한다는 보도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은 이 일은 예정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21로 전 세계 190여개의 UN 회원국 중 홍콩(1.20)이나 마카오(1.19) 등의 도시 국가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그 동안 적어도 매년 50만 명 선은 유지되다가 현재 중학교 3학년인 2001년에는 46만 명밖에 태어나지 않았다.

그 연령의 아동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는 교실이 남아돌고, 중학교 입학할 때 교사 숫자에 맞추어 학급당 학생 숫자를 줄인다는 등의 보도가 지속적으로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들이 고등학교 입학을 하고 3년 뒤에는 대학 입학을 하게 되면서 대학 정원 축소와 실질적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 등 이제 저출산이 직접적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체감되기 시작한 것이다.

2012년 국책연구소인 육아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보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가구 중 23.7%는 보육비 지원이 출산계획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다른 연구에서도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는 1) 육아와 교육에 대한 부담, 2) 취직과 고용 유지에 대한 어려움, 3) 양육지원 시스템의 미비 등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 저출산 초래의 상당 부분은 ‘육아지원제도의 미비’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벌서 몇 년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누리과정에 대한 비용 부담을 두고 다투고 있다. 또 이러한 현상은 교육 자치로 인해 대통령을 배출하고 내각을 장악하고 있는 집권당과 지방교육청 교육감들의 성향이 달라서 더욱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는 듯하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중앙정부가 부담하든 지방정부가 부담하든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다만 이렇게 심각한 저출산 국가에서 아직도 보육예산으로 다투고 있다는 것이 기가 차고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할 때가 되었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야당이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누리과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매우 간단하다. 영유아보육법과 유아교육법 등 관련 법률에 “양육은 국가의 책임으로 한다”라는 한 조항만 넣으면 된다. 그런데 여당은 증세하기 싫어서 유승민 의원을 내치면서까지 그 법안을 못 한다고 치더라도, 야당이 이 법안을 당론으로 제출하지 않는 이유는 참 이해하기 힘들다. 언론도 이렇게 간단한 해법을 두고 갈등의 복잡한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하는 데 급급하지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이번 총선을 통해 누리과정의 비용 문제는 정리하고 넘어가자. 각 정당들에게 법안의 개정에 찬성하는지를 투표와 연동시키면 될 일이다. 찬성하는 후보만 당선운동을 한다면, 저절로 이 문제는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해결될 것이다.

누리과정이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보육의 질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행 보육 예산의 부담에만 있지 않다.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안심하고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보장하는 보육 서비스의 질적 개선이다. 어린이 집에 CCTV를 아무리 달아도 아동 학대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도 않고, 우리 아이들에 대한 돌봄 서비스의 질이 나아지지도 않는다. 교육과 마찬가지로 대인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는 육아지원 서비스는 보육과 유아교육에 종사하는 교사의 질적 수준과 교사의 숫자가 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준다. 지금까지 급속한 육아지원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공공 인프라·평가인증·교사지원 등 서비스의 질적 수준 개선을 위한 투자는 절대적으로 미흡했다.

현재 국공립과 민간 어린이집의 상당수 보육교사는 비정규직이다. 보육교사의 1인 1일 평균 근무시간은 9.28시간인데도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는 곳은 24%에 불과하다. 또한 보육교사의 기본 급여는 월 평균 약 131만 원이고, 민간 보육시설 보육교사의 임금은 122만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보건복지부 「2012년 전국보육교사 실태 조사」). 2016년 보건복지부의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급기준에는 보육교사의 월지급액이 156만원으로 되어 있지만, 시간 연장근무에 휴일 근무까지 해도 실 수령액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교사 대비 아동의 숫자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는 연령에 따라 교사 숫자가 2배 내지 5배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부분의 교사가 과중한 업무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육아지원에 국가가 돈을 써야 한다. 육아지원 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교사 숫자를 늘리고, 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근무시간을 정상화하면서 평가인증 등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육아지원 시설 중 공공시설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서도 OECD 평균 공립 육아지원시설 수용률 68.6%의 1/3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보건복지부, 2014보육통계). 신설 뿐 아니라 공동주택 내 의무보육시설 국·공립화, 민관 연대를 통한 기부 채납과 운영비 지원, 민간 시설의 인수 후 전환, 가정형 어린이집의 확대 개편 등 다양한 방식의 적극적 국공립 시설 확대와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정부 지원과 평가인증제 연계, 퇴출 시스템 구축, 학부모 운영위원 및 감독관 제도 도입으로 민간 어린이집의 공공화와 평가 강화도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제는 보육문제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국가가 양육의 책임을 공유하는 적극적인 대처 필요한 시점이다.

출산이 개인적 부담이 아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현행 출산·육아휴직제도는 피보험 기간이 180일 이상인 임금 근로자 등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비정규직이나 일용직, 파견 근로자 들은 대상이 아닌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노동 문제로도 시급하지만 지금과 심각한 저출산의 비상시국에서는 여성 근로자들부터라도 우선적으로 국가가 고용보험에 대한 특례 조항을 두어서라도 육아휴직과 출산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점진적인 정규직 확대와 파파 휴직제나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적극적인 모성보호를 넘어 모성우대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 교사가 선호되는 것은 점심시간까지 포함해서 실질적으로 8시간 근무가 보장되고 방학이 있는 점도 있지만, 출산을 하게 되면 기간제 교사를 통해 확실한 육아휴직이 보장되는 것이 큰 이유가 되고 있다. 교사가 된다면 기간제 공무원을 채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공무원이 된다면 기간제 공기업 직원을 채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기간제라서 또 하나의 불평등과 고용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여성고용 지원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고용보험에 “(가칭)가족보장” 급여를 신설하여 근무하는 여성의 육아와 출산에 대해 추가 소요되는 인건비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즉 가임연령의 여성을 고용하면 상시적으로 추가적인 여성 고용이 가능하도록 고용보험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여성 직원이 마음 놓고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다녀올 수 있고, 기업도 그로 인해 추가적인 부담이 없도록 하여 여성들이 큰 소리 치면서 당당하게 출산휴가와 육아 휴직을 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제도가 가능할 것이다.

이제라도 아동수당을 도입해야 한다.

세계 190여개 국가 중에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또 하나 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아동수당제도이다. 물론 육아지원 서비스를 통해 직접적으로 보육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육아에 소요되는 추가적인 부담을 국가가 일부라도 나누어진다는 의미에서 이제는 아동수당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한다. 적어도 분유 값이나 기저귀 값, 어린이 동화책과 어린이 옷, 장남감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어린이 집을 보내지 않는 가정에 대해 지급함으로서 빈부격차와 보육서비스에서의 차별을 조장하는 등 문제가 많은 양육수당은 이제 보육 이용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지급되는 아동수당으로 통합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만 5세 이하 전체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되 시작 연도를 정해 앞으로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차적으로 지급을 확대하는 방안이나 기존의 둘째 아이부터 시작하여 점차 지급 범위 확대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이 가능할 것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아동 양육의 제도화

물론 이러한 정책들의 구체적인 시행 순서나 우선순위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정책들이 소요 재원 확보와 연관되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저출산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 온 구체적인 실체이므로 더 이상 회피하거나 미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정권을 바꾸어 가면서 출산지원 정책은 많이 변했고, 연구도 상당부분 진척되었다. 세부적인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우리에게는 이제 적극적인 증세정책과 더불어, 적극적인 육아지원 정책에 투자를 하지 않고서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번 총선에서 각 후보들에게 적극적인 육아지원 정책에 대해 물어보자. 그리고 이들 정책을 위해 필요한 재원의 조달방안에 대해서도 확인해 보자. 이 두 가지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후보라면 필경 사기꾼이거나 무책임한 인간일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후보들의 옥석을 가리는 또 하나의 기준은 적극적인 육아지원 정책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