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학교 ‘깨알자랑’ 주문에...노는 게 많은 ‘자유로운 학교’
볍씨학교 ‘깨알자랑’ 주문에...노는 게 많은 ‘자유로운 학교’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6.11.27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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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선호와 함께 한 마을학교 동행기

11월24일. 광명시의회 행정감사장을 찾은 볍씨학교 청소년과정 선호(왼쪽), 서연학생. 마을학교 과정 중.

광명YMCA 대안학교인 볍씨학교 학생들과 짧은 이틀의 시간을 보냈다. 마을학교 프로젝트 일환이다. 학생들 스스로가 원하는 마을 현장을 찾아서 함께 지내는 일정이다. 어떻게 활동하는지 보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서 사람과 마을을 배우고 함께 하는 과정이다. 볍씨학교 청소년과정 1학년에 다니는 이서연 학생과 3학년인 신선호 학생과 함께 했다. 11월24일(목), 25일(금) 일정이다.

볍씨학교는 어린이과정과 청소년과정으로 구분된다. 일반 공립학교 1-5학년 과정이 볍씨학교 어린이과정에 해당된다. 초등 6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가 볍씨학교 중등과정 또는 청소년과정이다. 청소년과정을 마치면, 즉 일반학교 중3학년이 되면 제주도에서 약 10개월 머물면서 공동체 생활하고, 그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모은 돈으로 여행을 다녀온다. 학생들로부터 전해들은 볍씨학교 학년 과정이다. 따라서 일반학교 기준으로 서연이는 초등학교 6학년, 선호는 중학교 2학년에 해당된다.

두 학생을 24일 오전 9시20분 철산동 자연드림 매장 카페에서 만났다. 이 곳은 소비자생협인 광명나래아이쿱생협이 운영하는 매장이다. 함께 이틀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을 나누고, 서로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의 질문을 들으면서 지역을 안내해야 함에도, 학생들에 대한 반가움으로 오히려 내가 더 많이 질문을 했던 것 같다. 학생들은 누구이고, 어떻게 볍씨학교를 다니게 됐는지, 볍씨학교에 대한 ‘깨알 자랑’을 요청했다. 최근 진행한 여행학교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서연이는 광명YMCA 대안유치원 과정인 풀씨학교 출신으로 볍씨학교 어린이과정을 마쳤고, 중등과정 입학 과정에서 계속 다닐지 여부를 놓고 고민을 했지만, 중등과정을 다니고 있다. 그러한 고민의 출발은 친구와 관계에서 온 갈등 문제였지만, 서연이가 적극적으로 부모를 설득해 중등과정을 다닐 수 있었다고 한다. 선호는 부모의 권유로 볍씨학교를 초등 1학년 때부터 다니고 있고, 그 이후 줄곧 자연스럽게 볍씨학교를 다니고 있다. 내년도에 제주도 공동체 생활을 앞두고 있고, 내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먼저 볍씨학교 깨알 자랑은 서연이 몫이었다. 서연이는 ‘볍씨학교는 자유롭고 노는 게 많다’고 자랑했다. 자율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교 분위기여서, 학생들의 자기선택권이 많다는 것이다. 자유라는 것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인 만큼, 볍씨학교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이러한 철학과 원리를 구연해 가고 있다. ‘말과 글’이 필수과정이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충분하게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훈련을 한다. 일반학교에서 필수로 여기는 영어와 수학에 대해서도 필수과정은 아니지만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그 외 학생들이 그룹별로 희망하는 과정을 설치해 운영한다. 언어, 악기, 그림 등 예술 활동, 체육활동이 이 과정을 통해 실현된다.

볍씨학교는 올해 2학기부터 소하동 청소년수련관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옥길동 터전에 있는 볍씨학교가 새롭게 건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부살이 중이니 여행학교는 오히려 제격인 프로그램이다. 마을학교도 그 연장이다. 당초 볍씨학교는 마을학교, 여행학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는 이러한 과정을 더욱 활용하기에 적기(?)이다. 학생들 역시 이러한 흐름을 잘 읽어가고 있었다. 불편함이 아니라 어떤 계기로 이해하고 동조하는 모습이다.

내친김에 현재 진행 중인 마을학교, 여행학교에 대해서도 들었다. 마을학교는 넝쿨도서관, 올챙이어린이집, 밥상, 장애인작업장, 풀씨학교, 지역언론 등 현장을 찾아다니는 활동이었다. 여행학교는 10월부터 11월초까지 밀양 송전탑 현장 및 부산 원전지역 방문, 광주 민주화운동 성지 방문, 정읍 동학농민운동지 방문, 유기농업 현장으로 팔당 두물머리 현장을 방문했다. 인권여행으로 수요집회, 장애인차별철폐 농성 현장(광화문), 성소수자 및 다문화 활동센터를 찾아 활동가를 만나 실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사회적 이슈나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여행학교는 각각 관심 주제별로 사전 기획 회의 등 준비 과정을 거쳐 마련되었다. 현재 여행학교 이야기는 본지에 게재되고 있다.

25일, 볍씨학교 학생들이 촛불 무대에 섰다. 선호, 서연이도 함께 했다.


그렇다면 서연이와 선호는 어떤 이유로 지역언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서연이는 원래 시사문제, 역사 등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의 이면에 대한 궁금증도 많다고 한다. 선호는 딱히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월호 사건을 거치면서 언론의 잘못에 대해 알게 되고,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언론의 취재 현장을 보다 ‘리얼’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지역언론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충족되었을까. 아닐 것이다. 리얼한 취재 현장을 다닌 것이 아니고, 생협회의, 지역에너지발전계획 수립관련 회의, 업싸이클아트센터 컨퍼런스 현장, 광명시의회 행정감사 현장을 지켜봤으니, 기대와 얼마나 달랐을까.

그런데도 학생들은 담담하게 현실을 수용했다. 나름 재밌었다며 틈을 찾아 재미를 부여했다. 서연이는 지역 에너지 계획 회의를 지켜본 후 소감을 나누는 과정에서 여행학교 중 만난 밀양 송전탑과 원전문제를 연결해 생각을 풀어냈다. 시의회 행정감사 현장을 잠시 둘러보며 시의회 첫 방문에 대해 신기해했고, 컨퍼런스 참여 중 받아든 점심 도시락에 매우 흡족해했다. 생협 회의 현장을 지켜보고 박미정 이사장과 인터뷰를 통해 생협에 대한 이해를 더했다. 서연이 보다는 지역 방문 경험이 더 많은 선호는 조금은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직접적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편은 아니지만, 회의 참관은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아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지역의 인사들을 만나는 것들이 신기했다고 평했다. 25일 오후 가볍게 활동 평가회를 갖고, 일정을 마쳤다. 이날 저녁 6시 철산동 상업지구 원형광장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 하야를 외쳤다. 서연이와 선호는 볍씨학교 학생들과 함께 세월호 노래를 부르며 무대에서 율동을 했고, 세월호 종이배를 접는 퍼포먼스 공연을 보여줘 시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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