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학교는 교육혁명이다.
마을학교는 교육혁명이다.
  • 양영희(전 교사, 교육잡지 민들레 편집위원, 벗 이사)
  • 승인 2017.04.1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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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성미산 학교의 마을 만들기>를 읽고 / 양영희 (전 교사, 민들레 편집위원)

                                                                                               이미지제공. GS-SHOP

익숙해서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성미산 마을을 탐방해 영상을 보고 설명을 들었을 때 담을 수 없었던 긴~이야기와 아이들의 표정, 마을의 숨결까지 담겨있다.

‘놀아도 놀아도 놀고 싶은 아이들’이 제일 신나 했다던 숲 놀이 모습, 병아리를 부화시키며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내 맘을 떨리게 했다. 병아리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돌잔치를 해주고 편지를 써서 읽어주며 아이들이 배웠다는 말들이 가슴에 남는다.

“그동안 너를 키우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더러운 게 더러운 게 아니란 걸, 모든 생명은 아껴 주어야 한다는 걸, 실패도 있고 성공도 있다는 걸,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는 걸, 내 맘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걸”-본문 꽃님이에게 쓴 편지 중-

편지를 소개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일어난 배움이 세포 하나하나에 박혀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농사와 원예를 배운 아이들이 다양한 생명들과 자신들을 연결시킨다. 작은 풀꽃이 우주의 귀한 존재임을 알아차리고 집 살림 프로젝트를 땀 흘려 한 뒤에는 자신들이 만든 것을 다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기쁨을 즐기게 된다.’

7학년이 되면 일 년을 평창의 농장학교에서 도시 문명과 게임, 휴대전화, 그리고 부모님을 떠나 독립생활을 한다. 이때 교사들의 고민 중 하나가 ‘아이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몰라 했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그러나 차차 그 시간들을 자신들이 내용을 찾아 메꿔 가더라는 이야기, 자연과 협력하고 몸을 움직여 농사를 짓는 게 단순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는 걸 아이들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성미산은 1994년 함께 아이를 키우기 위한 공동육아가 모태가 되었고 아이들을 학교를 보내야 하는 2004년에 스스로 학교를 만들기로 하면서 시작된다. 절실함이 지금의 성미산의 씨앗이 된 것이다. 처음 그들은 지금과 같은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때그때의 절실함과 노력이 현재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곳에는 꿈꾸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들과 성미산의 차이는 필요를 실천으로 만들어내는 유무에 있을지도 모른다.

근대화이후 사라져간 마을을 지금은 곳곳에서 다시 만들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박복선은 마을은 비형식적 교육이 풍부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라 했다. 그는 ‘그곳은 아이들에겐 믿을 만한 어른들이 많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가족을 넘어 우리를 경험하는 곳, 아이들도 마을의 주민이고 마을에서 무언가 할 일이 있으며 그걸 통해 공적 세계에 입문하며 세상을 변화 시키는 곳’이라 말한다.

자립하는 사람들의 호혜적관계가 성미산 마을 전체에 녹아있다. 곳곳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치가 이루어지고 아름다운 연대가 있다. 일, 놀이, 학습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으며 마을 사람들의 일상의 삶이 바뀌어지고 변화되고 있다. ‘좋은 삶, 좋은 세상’을 가꾸려는 공동의 열망을 함께 실현하고,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가 형성되며 아이부터 노인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구회의를 소개한 선생님은 성미산 아직 문제가 많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을 또 다른 방향으로 모델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다. 가고 있는 길을 다시 질문하고 의심하는 힘이 있는 곳이 건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기력하고 호기심과 자발성, 자율성을 잃어버린 아이들을 길러낸 건 기성세대라는 지적도 성미산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나 보이기도 한다.

인도로 해외이동학습을 갔을 때 학생이 받았다는 ‘너희 나라는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니?’라는 질문에 ‘비둘기’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던 이야기는 참 씁쓸한 우리의 자화상으로 보였다. 또 네팔에서 아픈 친구를 혼자 숙소로 보냈을 때 네팔의 안내자가 ‘친구들이 왜 너를 외롭게 혼자 보냈느냐’ 물었다던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딱 거기까지가 우리가 배려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모습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박복선은 기후 변화, 피크오일, 경제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지역이 회복력을 가져야 한다며 영국에서 시작한 토트네스의 전환마을을 그림으로 그리며 성미산마을의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그래서 성미산엔 농사와 전환기술, 에너지, 생태, 협동조합, 저탄소, 탈핵, 밥 살림, 집 살림 등 다양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성미산의 학생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 문제의식을 발견하고 마을과 학교,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을 고려하여 필요한 일을 찾아 배우면서 해결해 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콜라(박복선)는 ‘마을 학교라는 기획은 대단히 급진적이고 근본적 실험이다. 근대적 삶과 교육을 전복한다는 점에서 급진적이고, 좋은 삶, 좋은 마을, 좋은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이다. 마을 학교는 교육 혁명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성미산의 과제는 마을에서 먹고사는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했다. 홍동과는 다른 도시에서의 실천은 여러 작업장과 미니샵 프로젝트, 미니샵 카페 등 수다방이며 안식처이고 작업장이란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마을 학교의 핵심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며 마을은 작기 때문에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고 그 변화가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스콜라, 성미산이 생겨날 때처럼 지금의 노력은 총체적 위기가 그 이유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어떤 마을에 살고 있는가? 사는 곳에 마을이 있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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