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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고래 비행기’를 만나고 온 어느 멋진 하루
[강찬호의 가습기살균제 현장이야기] 국립생물자원관으로 떠난 특별한 나들이
2017년 05월 16일 (화) 11:18:00 강찬호 okdm@naver.com

   
전시해설사의 풍분한 설명은 듣고 보는 재미를 더했다.

국립생물자원관으로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단출한 여행이었지만, 의미는 남 다른 여행이었습니다.

2017년5월14일(일) 오전11시 국립생물자원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하 가피모)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5월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작은 규모의 나들이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바람이 가을바람처럼 시원하게 불었습니다. 한 동안 미세먼지와 황사먼지로 뿌옇던 대기도 한껏 맑은 날이었습니다. 전날 갑작스런 비바람덕분입니다. 서해바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국립생물자원관에 다가갈수록 바람은 더욱 시원했습니다. 바닷바람이 저 안에 섞여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이후로 매년 5월5일 어린이날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참사의 최대 피해자들이 영·유아 어린 아이들과 말 못할 아픔을 지닌 아이들의 엄마였기 때문입니다. 5월 가정의 달,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어린이날은 각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사자들의 아픔과 슬픔을 무엇으로도 위로할 수 없습니다.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들이 해야 할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무와 사명감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달려온 이들에게는 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고, 지나쳐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하는 무엇이고, 어떤 감정 상태입니다.

   
박제전문가로부터 박제 제작 과정 설명을 들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차원에서 세계 환경피해가 아이들에게 집중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을 국내에 알리는 문제를 고민했습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기억하고,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5월 초가 연휴와 대선으로 예외적인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특별한 기획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동시에 고민했던 것이 가피모 등 피해가족의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그 연장에서 국립생물자원관으로 특별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가피모 홈페이지와 피해자 활동 밴드 등에 행사를 알리고 희망자를 모집했습니다. 연휴가 끝난 다음 주라 참가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행사 규모를 떠나 5월 어린이날을 중심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장황하게(?) 이야기를 한 이유입니다. 처음부터 작은 규모의 행사로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네 가족이 모였습니다. 작은 규모지만, 국립생물자원과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정성스럽게 프로그램을 준비해 운영했습니다.

11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관 입구에서 만나, 전시해설사의 안내를 받고 1층과 2층 전시 코너를 둘러봤습니다. 백운석 관장님과 몇 분들의 직원들이 나와서 직접 응대를 해주고 전 일정을 함께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프로그램이려니 했는데, 막상 자원관을 둘러보니 생물 자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에 어른들도 시선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전시해설사의 풍부한 이야기가 한 몫 했습니다. 백 관장님은 “최고로 잘하는 ‘프로 해설사’를 배치했다”고 너스레를 합니다. 어떻게 그 많은 전시 내용에 대해 ‘줄줄이’ 해설하는지 놀랐습니다. 체험 학습 등 학생들 학습여행지로 제격이라고 생각해봤습니다.

   
박제 수장고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모여 있다. 신기한 사계에 아이들은 호기심을 보였다.
이어 구내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식사 장소로 이동하니, 이미 식사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자원관 직원들이 별도로 마련해 준 것입니다. 돈카스와 볶음밥. 아이들이 좋아할 메뉴입니다. 김치찌개도 있긴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해 생략하고 두 개 메뉴로 준비했다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배려를 느끼게 됩니다. 특별한 손님맞이였습니다. 누구에게는 과외의 일이 될 수도 있는데, 아마도 특별한 손님들이라고 여기고 정성과 시간을 낸 것입니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한 시간 정도 간식을 먹으면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서 기름띠를 뒤집어 쓴 두루미 박제가 전시작품으로 준비 중에 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왼쪽 두번째)도 당시 같은 사진을 찍어 언론에 제공했고, 특종으로 기록됐다.
오후2시에 다시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오전 전시관이 아닌 연구동으로 이동했습니다. 두 건물은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다만 일반 관람객은 출입이 안 되는 곳이 연구동입니다. 이제 기다리던 ‘특별한’ 시간이 온 것입니다.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국립생물자원관으로 떠나는 특별한 나들이’라고 행사명을 부여했습니다. ‘특별한’을 붙인 이유는 일반인들에게 개방하지 않는 ‘수장고’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기 때문입니다. 담당 연구관이 나와서 직접 우리 일행을 맞이했고, 연구동 운영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연구동에는 19개의 수장고가 있고, 그 중 살짝(^^) 개방이 가능한 한 곳의 수장고를 볼 수 있었습니다. ‘비밀의 문’을 열고 가는 들어가는 것과 같은 긴장과 기대를 갖고 수장고에 들어섰습니다. 아이들도 처음 보는 장면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졌습니다. 아이들 중 누군가는 그림책에서 접한 비밀의 문을 상상했을 지도 모릅니다. 참가자들 모두 처음 보는 장면에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주변을 살폈습니다. ‘만져도 되나요?’ 조심스럽게 질문하며, ‘금기’에 대한 유혹을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자원관 측은 최대한 ‘허용’해 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호사’를 누렸습니다. 사진도 찍고 느껴 보기도 했습니다. 수장고로 오게 된 동물들은 인위적 포획으로 온 동물들이 아니었습니다. ‘로드킬’(동물이 길을 지나다 차에 치이는 등 사고로 죽게 되는 경우) 등 저마다 ‘사연’을 담겨 있다고 합니다. 보존하고 분류하며 생물자원을 연구하는 연구 현장을 일부지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린디자이너 이성진씨도 함께 참석해 고래비행기를 만들어봤다.
수장고에 이어, 또 하나의 ‘덤’이 주어졌습니다. 전시관에 전시된 박제 ‘작품’들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기회가 제공됐습니다. 박제작업을 하는 작업실로 이동했습니다. 박제 작업을 직접 진행하고 작업을 총괄하는 담당 연구관이 직접 설명해 주었습니다. 작업 과정을 간단하게 시현해주기도 했습니다. 30여년 작업하다보니 박제 작업 그 자체는 어렵지 않게 진행하는데, 전시기획과 맞물려 자연생태 현장과 함께 전시를 구현하는 과정, 즉 ‘디오드라마’ 작업이 난해하다는 설명에 작업 현장의 치열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07년12월7일 태안반도에서 허베이 스피릿호 기름유출 사고 당시, 현장에서 검은 기름을 뒤집어쓰고 죽은 두루미 박제를 볼 수 있었습니다. 5월말 특별전시전에서 공개될 박제작품인데 우리 일행은 작업 현장에서 미리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검은 기름띠를 두른 두루미 자체는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했습니다. 잊어서는 안 되고 또 다시 인간들의 욕심으로 자연을 해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두루미가 호소합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달라졌으면 합니다. 고통스런 기억 보다는 공존의 삶을 살아가는 행복한 기억을 많이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마련해 준 일정은 선물꾸러미를 전달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전시관 3층에 마련된 교육실에서 최종 마무리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끝일까요. 또 다른 선물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린디자이너 김성현 작가의 등장입니다. 한 시간 정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김 작가는 그림을 맞춰 보라며 종이를 나눠주었습니다. 색맹을 알아보는 종이를 응용해 나비나 고래 등 자연물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이었습니다.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입니다. 색들 속에 감춰진 고래와 나비 형태를 발견합니다. 조금 애를 써서 무엇인가를 찾는 행위는 그 자체로 관심을 기울이도록 요구합니다. 관심은 곧 애정으로 이어집니다. 이어서 발견한 그림을 아이와 아빠가 함께 색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발견하고 채우는 행위를 통해 일체감을 가져봅니다. 자연에 대한 친숙함을 가져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다른 그림이 주어집니다. 이번에는 자연물이 아닙니다. 무엇일까요. 원전 표시입니다. 아이들이 무엇인지 구분할까요. 이 그림은 어른들에게 주어졌습니다. 뭐지하고 좀 더 주위를 기울여 봅니다. 아이들에게 자연물이 주어졌으니 그쪽으로 생각의 방향이 ‘유도’되어 잠시 헤매는데, 옆에 있던 김지원씨는 원전 표시라고 바로 알아 차렸습니다. 지원씨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활동을 하면서 이 문제를 논문 주제로 삼고 작업을 하고 있는 서울대대학원 인류학과 학생입니다. 자연물에 이어, 원전 표시를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핵맹’이라고 하는 컨셉으로 ‘탈핵’에 접근하는 디자인입니다. 탈핵에 대한 공감을 유도하는 접근입니다. 그린디자인에 대한 간접적인 이해의 시간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이어 ‘고래 비행기’를 만들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고래 비행기. 근사합니다. 고래가 하늘을 나는 이유는 바다에서 인간들에게 포획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한 고래들의 몸짓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진행자는 아이들에게 고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안내에 따라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비행기를 만들어 봅니다. 실내에서 시험 비행을 해보며 즐거워합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끝나고 야외에 나가서 다같이 비행기를 날려 보자고 제안합니다. 누구 비행기가 멀리, 잘 날 수 있을까요. 바람이 많이 부는 편이어서 비행기가 날기에는 적정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우리들은 하늘을 향해 맘껏 날렸습니다. 비행기는 사방팔방으로 날다가 곤두박질 쳤습니다. 5월14일 하루가 그렇게 조금씩 저물었습니다.

아이들은 비행기를 접는 그 시간에 고래에 대한 마음을 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속에 하늘을 나는 고래 비행기가 오래 기억되기를 소망해봅니다. 건강한 자연은 아이들의 미래여야 합니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각 종 환경파괴와 그 부산물로부터 아이들이 다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른들의 의무와 책임입니다. 국립생물자원관으로 특별한 나들이를 떠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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