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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차리는 첫 밥상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어린이식당'을 상상하며
2017년 07월 29일 (토) 12:39:44 양영희(교육잡지 벗 이사, 민들레 편집위원) mesochonsa@hanmail.net

   
처음으로 만들어 보는 내 밥상이 마냥 신기하다.

한 낮엔 아스팔트도 녹일 듯한 폭염과 심한 폭우가 반복되며 견디기 힘든 여름날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고통스런 하루하루에도 시간은 간다. 무더위보다 더 큰 함성을 지르며 아이들은 방학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런데 방학을 하자마자 다시 아이들이 모여드는 곳이 있었다. 7월 27일, 오전 9시가 넘자 아이들이 하나둘씩 한살림 매장 앞으로 나타난다. 어린이 요리교실 ‘내가 차리는 첫 밥상’에 참여하기 위해 온 괴산의 여러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다. 이번 행사는 한살림괴산생산자연합회 식생활교육위원회와 행복교육괴산어울림이 공동 주최한 것으로 괴산지역 어린이들의 건강한 밥상과 안전한 먹거리교육을 위한 일환으로 마련됐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교사들, 그리고 아이들의 엄마들은 늘 걱정이 많다. 그 걱정 중에서도 아이들의 먹거리 걱정은 하루도 떨칠 날이 없다. 언제나 먹고 사는 게 문제인 것이다. 특히 괴산은 학교 주변에 신뢰할 만한 먹거리 공간이 없다는 소리도 많이 들린다. 그래서 아이들이 하교 후 먹는 음식들에 대한 우려도 많다. 배고픈 아이들은 쉬운 간식들로 허기를 채우기 일쑨데 아이들이 접근 가능한 동선에 일본에서 유행한다는 ‘어린이 식당’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본에서는 맞벌이나 조손가정의 아이들이 저녁을 제때 먹지 못하거나 인스턴트로 해결하는 안타까운 현상을 보고 어른들이 나섰다. 아이들이 있는 주변에서 아이들 밥을 해 먹일 수 있는 작은 공간(교회, 가정집, 사무실, 관공서 등을 빌리기도 함)을 마련하고,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아이들 하교 후에 저녁 한 끼를 맛있게 해주는 어린이 식당이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 식당은 자발적 자원봉사자들의 땀으로 운영되고 있고 그 소식을 접한 지역주민과 단체의 유무형의 후원으로 전국으로 확산되는 중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식재료를 제공하고, 어떤 사람들은 요리를, 어떤 사람들은 공간이나 후원금을 내며 자신이 가능한 방식의 기부가 모여 이뤄낸 성과인 것이다. 아이들이 함께 밥을 먹을 수만 있다면 공간은 어디라도 상관없이 진행됐다. 어린이 식당에서 아이들은 무료로 저녁을 먹고 그곳에서 숙제도 하고 놀기도 하며 안전한 돌봄을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에서 ‘어린이 식당’이 만들어졌다는 소식도 있다. 괴산에서도 이런 곳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교실에선 몸이 뒤틀리고 오만상을 찡그릴 아이들도 교실 밖으로 나오면 표정이 살아난다. 오늘 아이들은 엄마가 보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오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당당하게 말하는 아이들 표정이 활기차다. 어떤 아이는 요리교실에 오려고 일부러 아침을 굶고 왔다고도 했다. 아이들의 선택과 기대, 그리고 설렘을 안고 행사장소인 감물 흙사랑 살림터 요리 체험장으로 향했다. 옛 감물중학교 자리인 흙사랑에 도착해 건물까지 걸어가는 아이들 발걸음이 경쾌하다. 오래 아이들을 봐 온 이력으로 아이들 뒷모습만 봐도 그 마음이 전해져온다. 남자 아이들은 개천의 다리를 건널 때 바로 물고기를 잡고 싶다고 난리다. 역시 더 과감하고 모험적인 활동이 짜릿한 아이들도 있다. 물고기에 관심을 보인 아이들을 보며 다음 프로그램으로 강에서 올갱이나 물고기를 잡고 요리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도 해봤다.

잘 정비된 흙사랑 요리 체험장은 요리에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먼저 강당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표를 만들어 앞치마에 붙이고 편성된 모둠끼리 요리실로 이동했다. 간단한 인사와 프로그램소개, 그리고 불이나 칼 등 유의점 등이 안내된 후 아이들은 기대했던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모둠마다 어울림 선생님들과 한살림 식생활위원회선생님 그리고 흙사랑 여성위원회 선생님들이 도움 선생님으로 계셔서 아이들이 안심하고 활동을 했다. 오늘의 요리는 ‘밥 짓기, 돼지 목살구이, 토마토 달걀볶음’이었다. 아이들은 쌀을 씻고, 고기를 양념에 재우고, 토마토를 씻어 데친 후 껍질을 까고, 달걀을 풀고, 상추 씻고, 고기를 굽고...... 한 시간 이상을 요리에 집중했다. 상추 한 잎을 씻을 때도 토마토를 칼로 썰 때도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집중했다. 그 모습이 참 예뻤다. 처음 보는 다른 학교 친구들, 동생이나 언니, 오빠들이 한 모둠이 되어 활동하는데 서로 챙기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요리가 끝난 후 아이들이 만든 요리를 나눠 먹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들어서 더 맛있다고 했다. 한 끼만 요리해도 이렇게 힘든데 매일 하는 엄마는 얼마나 힘들까라고 말한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요리하고 먹는 것 까지만 이다. 그러나 오늘은 설거지와 뒷마무리까지 잘해주었다. 물론 그쯤에서 지루함이 몰려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내가 직접 만드니까 재미있고 맛있기도 해서 좋았다, 음식을 힘들게 만들었지만 음식을 같이 먹어보니 맛도 좋고 정말 뿌듯했다, 요리를 처음 해보니 불 사용할 때, 칼 사용할 때 떨렸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까 정말 재미있었다. 만들고 나서 고기를 제일 먼저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내가 만든 밥상이라고 하니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었다. 조원들과는 모르는 사람이라 불편했던 첫 만남이었지만 점차 친해지다 보니 모두 좋은 동생들이었다. 고기는 지금까지 먹었던 고기 중에 제일 맛있었다. 그러나 기억에 남을 것은 조원들과의 추억이 아닐까?’

아이들은 어른들이 정해버린 프로그램에 들어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뭐든 더 열어놓고 선택하게 하고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일은 아이들은 존중하는 첫 단추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제안한 ‘다음에는 이렇게 하면 좋겠어요.’의 이야기들을 보면 아이들 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모둠을 짜면 좋겠다, 장도 직접보고 야외에 나가서 먹고 싶다, 요리종류를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간식을 만들고 싶다, 내가 만들고 싶은 요리를 하면 좋겠다, 떡볶이, 면 요리, 제빵, 쿠키 이런 걸 하고 싶다 , 한 달에 2번 정도 하면 좋겠다, 친한 사람이랑 같은 모둠이면 좋겠다. 다음에는 의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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