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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한 결혼'
[서평]곤란한 결혼 / 우치다 타츠루 / 민들레
2017년 08월 23일 (수) 02:12:06 양영희(교육잡지 벗 이사, 민들레 편집위원) mesochonsa@hanmail.net

   
▲ 우치다 타츠루는 '곤란한 결혼'을 통해 타인과 살아가는 지혜에 대해 묻고 답한다.

[제도가 삶을 억압한다는 점에서 결혼과 학교제도는 닮았지만 공동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둘 다 늘 위태한 상태에 있는 것도 비슷하다. 학교생활에서 가슴 뛰는 배움의 열정을 기대하는 것이 곤란하듯 결혼생활에서 낭만적인 연애 감정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학교를 다닌다고 해서 모두 뭔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듯이 결혼을 몇 번해도 아무것도 못 배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취학햇수가 실력을 보장해주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결혼생활은 학교생활이 그러하듯 숨막힘과 노여움, 좌절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결혼생활이란 건 천재지변이나 정면충돌 같은 상황의 연속이다. 수중에 있는 자원을 활용해 위기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책을 읽으며 쿡쿡 웃다가 빵 터지며 소리 내어 웃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결혼 해본 사람이라면 우치다의 결혼생활 속성에 대한 얘기들에 공감이 가는 표현들이 많을 것이다. 다정했던 아내가 마귀할멈으로 변하는 순간에 대한 당황함을 고백하는 부분이나 학교와 결혼을 빗댄 부분도 결혼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확 끌어올린다.

우치다는 ‘책을 쓴 이유는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미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생활을 좀 더 편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결혼이 성숙한 인간으로, 사회적 시민으로 성장하기 좋은 경험이라 여긴다. 특히 남성의 경우는 결혼을 하지 않고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런데 현대는 결혼이 고용문제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이 접근 불가능한 것으로 돼버리고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즉 청년층이 저임금 노동자로 내몰리고 임금은 낮지만 일은 잘하는, 어떤 고용조건이라도 받아들이는, 과로사할 때까지 일하는, 그런 임금노동자들을 대량으로 배출해내기 위한 구조에 놓여있다고 분석한다. 그래서 지금은 결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결혼을 못하는 상황은 고용 조건이 악화되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며 이는 만들어진 상황이란 것이다. 즉 글로벌 자본주의가 기업의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채택한 합리적 전략의 귀결’이라고 분석한다.

[자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동자를 규격화시켜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고 그들의 소비행동도 닮아가게 패턴화 시킨다. 비슷한 상품을 욕망하고 유행을 좇게 환경을 만든다. 이는 제조비용과 유통비용의 절감으로 연결된다. 자본주의 시장은 노동자도 소비자도 정형화되기를 원한다. 무수한 광고는 계획되고 의도된 전략이다.
그런데 장기적 안목으로 보면 소비의 위축과 시장의 소멸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밖에 없는 사람들이 오늘날의 사회제도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면서 고용을 창출한다는 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영리기업이 수익을 어디에 사용할지 외부에서는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래의 경제활동이란 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경제활동을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꼴이 돼버렸다,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탓에 밥을 굶고 결혼을 못하고 살 집을 못 구하고 의료서비스를 못 받는다면 이는 본래의 경제활동의미를 벗어난 것이다.]

‘결혼, 학교,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인 제도는 기득권자들에게 유리하게 운용되면서 왜곡되곤 한다.’

기본적으로 우치다는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다. 그 또한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거나 거리감 없는 친밀도를 유지한다거나 영원한 사랑의 감정을 갖는 다는 것’에 분명한 어조로 ‘노우’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시민적 성숙을 위한 훈련장이 되고, 궁핍하거나 병들어 누웠을 때 상호 부양의 안전망이 되며, 공동체의 조직을 배우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체득하는 것’ 등을 이유로 어른이 되고 싶다면 결혼을 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시대 청년들은 기득권자들의 덫을 피해가려는 경향이 짙다. 비혼이나 동거, 새로운 공동체 등으로 기존 제도권의 폐해로부터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우치다가 결혼을 하면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더 불행해지지 않기 위함이라고, 즉 리스크해지를 위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의 나이를 셈하게 만든다.

결혼은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배우자도 나도 결말을 알 수 없는 판도라 상자와 같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건 나와 내 부모세대가 살아왔던 가족이란 모습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고 본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밑거름이 되기 위한 탄생은 없다. 그동안의 가정은 ‘불순한 의도로 미화된 무수한 어머니들의 사라진 삶’을 기반으로 이어져 왔다. 팔순이 된 내 어머니는 매일 자신의 억울했던 인생을 토로한다. 그 속엔 원망과 회한이 가득하다. 내 어머니는 한순간도 당신 인생이라고 말할 만한 순간을 스스로 만들 기회를 갖지 못했다.

가난한 청년 둘이 모이면 가난이 덜 힘들어질 거라 말한 우치다의 의견에도 동의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내일이 없는 삶에서 매일 궁핍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미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흘려버린 뭔가를 주워 담으려는 우치다는 어쩔 수 없는 기성세대다. 나는 제도화된 결혼이란 것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 잘 모르겠다. 본성에 맞지 않고 서로의 감정을 속이며 계약해지를 만지작거리는 결혼, 학교만큼 정직하지 못하게 견뎌야 하는 그것이 외면 받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 본다.

자본은 달콤한 언어들로 결혼과 연애시장을 마케팅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드라마나 영화, 광고 등 우리의 시선이 닿은 모든 곳에 그들의 전략은 숨어있다. 그러나 현명한 청년들, 가난한 청년들은 그것이 노리는 것들을 간파하는 것 같다.

혼자 외로운 사람들이 혼자 더 잘 지내기 위한 힘을 키우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연대하든 아니면 누군가와 결혼을 하여 제도권으로 들어가든 모두 그들의 선택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번개에 맞은 듯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인간의 감정은 우리가 통제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그것이 반드시 정형화된 형태로 답을 내리는 시대는 끝났다. 부부 사이의 대화 중 80%는 같은 내용의 반복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라고. 그러니 어느 길로 가든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우릴 기다리고 있지 않는다. 다만 우린 꿈을 꾸었을 뿐이고, 지금의 청년들은 그 꿈이 가능하지 않다고 알아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타인을 통해 나의 행복을 보장 받으려는 시도는 실패로 끝나게 되어 있다. 그것이 결혼의 비밀일지도 모르겠다. 우린 다만 부족함을 인지하고 존중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곁에 따뜻한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 때문에 더 힘들다면 글쎄? 게다가 인간의 온도 또한 늘 변화하기 마련이다.

“나한테 뭘 바라는 건데? 라는 질문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질문에 곧바로 대답할 수 있는 인간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요. 타인이란 본래 매우 멀리 있는 존재입니다, 불러도 팔을 뻗어도 닿지 않아요.”

결혼은 그 많은 리스크를 안고도 즉, 멀지 않은 미래에 서로 웬수가 될 가능성을 안고도 감행하는 현재의 욕망일 수 있다. 언제나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그리고 결과가 가져다 줄 엄청난 혼란과 불행을 풀어야 할 사람도 그걸 선택한 자신 일뿐이다. 당신은 결혼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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