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을 오르며 만나는 반가운 사람들
언덕을 오르며 만나는 반가운 사람들
  • 신성은
  • 승인 2017.10.20 13:5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리 기획 사진전 열려

 

 

우리 동네에 보물이 있다면...! 우리 삶에는 보물이 담겨있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때도 그 보물은 내 곁에서 함께 숨 쉬고 있다. 콘크리트에 숨 막혀 사는 우리 시대에 여전히 동네에서 보물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20일 광명시 철산4동에는 <철산 4동에 살다>라는 기획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이 사진전은 철산 4동 사람들의 삶을 담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전부터 윗동네, 산동네, 달동네로 불리던 동네의 이야기이다. 높다란 언덕을 오르다 보면 한숨 쉬어 가야 하고, 한숨 쉬면서 이웃과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다. 정이 살아있고, 이웃이 살아있고, 나눔이 살아있는 동네이다.

 철산 4동에는 높다란 벽돌담으로 막혀버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 대신, 옥수수 줄기 사이로 넘나드는 사랑의 공간이 존재한다. 이곳의 사람들은 재개발 지역으로 낡아만 가는 벽을 손수 페인트를 칠하며 화사한 공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철산4동에 사는 주민들이 “사동이네 모임”을 만들었다. 지역의 사랑방이자, 교육기관이자,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는 넝쿨어린이도서관에서 만난 이웃들이 사진작가 김문경 작가와 함께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었다. 사진에는 철산4동과 그 안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따뜻함이 묻어나 있다.

철산4동의 높다란 언덕을 오르면 등줄기에서 한줄기 땀이 흐른다. 그 흐르는 땀 냄새와 함께 이웃의 살가운 냄새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번 <철산 4동에 살다> 전시는 철산 4동 골목 곳곳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이달 말일까지 전시가 진행된다.

 


 

<철산 4동에 살다> 기획전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들

 

 

9월 23일 야생화 출제 날. 아마 우리동네에 처음 오시는 분인가 봅니다.

"징하네, 이런 꼭대기에서 어떻게 산댜?"

  그래서 우리동네 사람들은 올라 올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올라옵니다. 수를 세기도 하고, 이웃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오늘 있었던 일을 공곰히 생각해 보며 올라가기도 합니다. 정 힘들면 떡볶이 가게 앞에서 쉬어 줍니다. 그러면 훨씬 덜 힙듭니다.

  저마다 다 다른 방법으로 이 힘든 언덕길을 묵묵히 올라갑니다. 저 꼭대기에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올라갑니다. 진실로 얻고자 하는 것은 힘듦 뒤에 오는 것임을, 쉽게 얻어지는 것은 '가짜 삶'인 것을 터득했기에 힘듦을 받아들입니다.

  우리동네 사람들은 세상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힘의 울림이 있습니다. 동네 화단에 옥수수를 심으며 그 옥수수를 이웃과 나누고 열매를 받아 다음해를 기약합니다.   재개발 지역이라고 손을 안봐 벽이 낡아 갈 때 우리동네 사람들은 '하루를 살아도 사람 사는 곳'이라며 손이 닿지 않은 이웃집 높은 담벼락을 내 담벼락 처럼 정성스럽게 페이트 칠 해 줍니다.

  한 사람이 한번에 만든 것이 아닌 시간과 마음이 만든 기억들이 가득한 우리동네. 언덕을 오르며 인사하는 사람들. 그 분들의 삶과 나눠주신 이야기. 함께한 순간들의 모습들. 이 기억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만 알고 있기엔 너무나 아까운 철산 4동에서 사람이 살아온 흔적과 기억들을 모아봤습니다. <철산 4동에 살다.>.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즐겁게 감상하세요.

 


 

 

그 때 철산동

 

 

그때 철산동, 멀게는 조선시대 지도부터 가까이는 철산 권역이 나눠지기까지의 옛 사진을 모았습니다. 어르신들에게는 추억이,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전시 사진입니다.

 

 

광명시 홍보팀에서 제공한 옛 광명

 

 

현재 주차장으로 조성된 옛 꼭대기 텃밭

 

 

 

우리동네 생활사 박물관, 지수의 '노력'이라는 사진을 비롯하여 강용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가까이 두고 들었던 카세트 라디오까지 동네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갖가지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는 코너 입니다. 그 물건들을 통하여 또 다른 만남이 이어질 것입니다.

 

 

 

 

어디까지 가야돼?

 

 

 

 

없는 것 빼고 다 있었던 동네, [어디까지 가야돼?] 책 내용 중

 

 

 

 

 

옛날에는 천안슈퍼와 일직선으로 한아름 슈퍼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사를 가고 없다. 아이들 말에 의하면 천안슈퍼와 한아름 슈퍼는 부부였는데, 부인이 집을 나가 천안 슈퍼가 외롭다고 한다.(이갑순)

 

 

철산4동에서 "정직함 또는 옳음을 실천하는 마음"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현영)

 

 

다른 곳으로 이사가서 2년 정도 살다 이동네의 정을 잊지 못해 다시 돌아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정천순)

 

 

은하연립에서 큰 아이를 낳았고, 둘째를 동네 꼭대기 올라가서 낳았고, 막내를 밑동네 빌라에서 낳았다.(문성심)

 

 

 

작년에 재개발 한다고 사업자 선정할 때 '대림'하고 '현대'하고 맞붙으면서 동네인심을 고약하게 만들어 놨다. 두 회사가 선물이니, 돈이니 뿌려 대면서 집 소유주 아닌 사람들을 무시하는 바람에 동네 사람들하고 서운하게 지냈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속상하다.(현례)

 

 

내가 올겨울에 집안에서 넘어져 꼼짝 못하고 있을 때 번개탄(이웃에 사는 할머니 별칭) 한테 전화했더니 그 추운 밤중에 맨발로 뛰어 왔더라. 119에 연락해 주고 뒷정리 해 준 사람이 이웃 번개탄이었다. 그렇게 실려 가는 나를 보고 번개탄은 밤새 울었다고 하더라. 참 고맙더라.(백연옥)

 

 

내가 우리 동네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넝쿨 도서관에서 배수지 가는 길이다. 산으로 들어가는 길. 봄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있을 때면 정말 예쁘다.(서미정)

 

 

어렸을 때 도서관 마당에서 인우, 종석이, 승찬이랑 바지에 손을 넣고 찍은 사진이 있다. 사진을 보면 그 때의 기억이 난다.(박의성)

 

 

동네는 지속되고 있고,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재개발이란 명목으로 삶이, 생활이 불확실해지고 열외로 치부되어서는 안된다. (최미자)

 

 

 

이 집은 원래 무당집이었다. 무당이 목사님을 보더니 "집주인이 왔네"라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목사님 전에 다른 사람이 와서 백만 원짜리 수표 두 장을 선금으로 주고 가계약을 한 상태였다.(이승봉)

 

 


 


활기차고, 행복한 마을 공동체의 중심에는 넝쿨어린이 도서관이 있다.

 

 

철산4동에 올라오면 광명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언덕을 오르기 쉽지 않아 마을 버스가 필요하지만, 인구가 적어 마을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다. 어르신들에게 소중한 발이 되어 주고 있는 "사동이" 

 

 

철산4동에는 아름다운 마을 공동체를 위해 함께 하는 수많은 주민이 있다.

 

 

광명의 옛 모습에 감회가 새롭다.

 

 

철산4동 마을풍경

 

 

철산4동 마을풍경

 

 

철산4동 마을풍경

 

 

철산4동 마을풍경

 

 

요즘 재개발 때문에 동네가 많이 "어수선"하다. 빈집도 많아졌고, 옛날엔 이웃들 간에 서로서로 알고 지냈는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광명동에서 2017-10-25 13:30:56
철산동에 대해 잘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살고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