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재건축 석면, 엄마의 눈으로 깐깐하게 감시해야
학교와 재건축 석면, 엄마의 눈으로 깐깐하게 감시해야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7.11.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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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관문초 한정희 학부모비대위원장...학부모들의 적극적인 감시 역할 주문

과천 관문초 한정희 비대위원장(사진)은 재건축과 학교석면 철거공사에 대해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준비해서 감시활동을 펼쳐야 한다며, 경험 사례를 발표했다.

지난 여름 방학 과천 관문초에서는 학교석면 철거 공사가 진행됐다. 이에 앞서 학교에서 불과 15미터 떨어진 곳에서 재건축 공사가 진행됐고, 이곳에서도 석면철거공사가 진행됐다. 재건축 아파트 인근 학교 학부모들과 주민들은 석면, 미세먼지 등 재건축으로 인한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대책활동을 진행했다. 지난해 만들어진 석면감시단도 활동했다.

관문초 학부모들로 재건축비상대책위(이하 학부모 비대위)가 구성된 것은 지난 5월. 학부모 비대위는 340명이 넘는 학부모들의 단체소통방(단톡방)을 만들고, 재건축 감시 활동을 펼쳤다. 적극적인 학부모들의 참여와 소통이 이뤄지면서, 재건축 감시활동이 순항했다. 학부모 비대위의 모든 활동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신뢰와 지지를 얻었다. 일사분란하게 등교거부를 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시청과 교육지원청을 찾아다니며 재건축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인근 아파트 옥상에서 차단벽 안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도 감시했다. 석면조사와 철거를 제대로 했는지, 철거 현장을 비닐로 씌워 완벽하게 차단하는 비닐보양을 제대로 했는지 감시했다. 내부 석면 분진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음압기 설치와 가동도 점검했다. 감리에게 요구해 음압기록지도 확인했다. 15미터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공기질도 검사하도록 했다.

적극적인 학부모들의 감시활동으로 시공사 등은 주변 환경오염이 없도록 하는 조치에 협조했다. 처음부터 이런 협조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석면감시단 교육을 받은 경험과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활동, 환경보건단체와 협력 등 여러 채널을 가동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과천 곳곳에서 진행되는 재건축과 현장에 대한 주민들의 감시활동은 지역의 현안으로서 진행됐다. 6개월 가량 진행된 학부모들의 대책활동은 외부로 알려지지는 않았다. 

학교 주변 재건축 공사 현장 감시 활동 학부모 주민대책위, 실시간 활동 공유와 소통으로 결집력 유지하며 현장 감시활동 전개...관문초, 부실 학교석면 공사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슈화
 
학부모들의 대책 활동이 알려지게 된 것은 의외의 지점에서 였다. 재건축 공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감시활동이 진행 중이었기에, 같은 시기에 진행된 학교 석면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않았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관문초 석면철거 공사는 부실과 날림으로 진행됐다. 관문초 철거공사는 건물 3층 교실, 4층 교실과 복도에서 진행됐다. 교실은 24개가 대상이었다. 공사 후 교실, 복도, 화장실 등 곳곳에서 석면 조각들이 눈에 띨 정도로 공사는 엉망이었다. 학부모 비대위는 1차에서 37개 시료를 채취해 검사했고 33개 시료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즉각 노동부에 신고하고, 교육지원청에도 알렸다. 학부모들의 문제제기로 현장은 다음날 폐쇄됐다. 이어 노동부와 함께 2차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37개 시료 중 31개에서 검출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철거업체가 부랴부랴 뒷마무리에 나섰지만, 수습에는 역부족이었다. 철거공사와 청소 뒷마무리 자체가 문제였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면서 관문초는 개학을 늦추고, 청소를 다시 했다.

관문초 사건은 환경보건시민센터 등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크게 알려졌다. 국정감사장에서도 이슈가 되었고, 학부모 비대위원장인 한정희씨가 참고인으로 증언도 했다. 관문초 사례가 부각되면서, 정부도 적극 나섰다. 여름방학 동안 진행된 1200여곳 학교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전수조사 결과 40퍼센트 정도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올해 관문초 학부모 활동은 학교석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2017년 11월16일(목) 오전10시 광명시 하안북초 강당. 150여명의 학부모들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마을민주시민학교 '학부모가 바라보는 학교석면의 위험성'을 주제로 관문초 한정희 비대위원장이 강사로 참여해, 사례를 발표했다.

한정희 위원장은 "몰랐으니까 용감했다. 몰랐으니까 따져물었다. 비대위 내부 단합이 필요했고, 내부 소통이 잘 되는 것이 중요했다. 그날그날 활동에 대해 상세하게, 바로바로 공지했다. 6개월 간 활동을 통해 학부모들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등교거부도 잘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이다."라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학부모 비대위는 재건축 주민대책위 등 사익과 충돌되는 일이 있더라도 아이들만 보고가자는 원칙을 견지했다. 법 보다는 엄마의 목소리를 앞세우는 것, 엄마의 눈으로 꼼꼼하게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례발표에 대해 참석 학부모들은 걱정과 궁금증을 보이며 질문에 질문을 이어갔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그동안 경험한 것들에 대한 '꿀팁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달했다.
 
 '과천은 40명의 석면감시단이 조직돼 있다. 이들의 활동이 도움이 되었다. 공사 현장에 비닐을 씌우는 보양이 제대로 됐는지, 음압기가 제대로 작동되었는지 등 현장에서 준수해야 할 체크리스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부실업체가 끼어들지 않도록, 업체에 대해서도 감시해야 한다. 그동안 경험했던 법은 학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법이 아니었다'
 
아이들과 학부모 눈으로 감시활동 펼치는 것이 원칙이 돼야

관문초 사례와 함께, 광명교육지원청 용석은 시설팀장, 광명시청 최평균 환경팀장, 김남숙 재건축 팀장이 참석해 향후 진행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광명시는 올해 겨울방학 동안 20개 학교, 22개동에서 석면철거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석면공사에 대비해 졸업식을 당기는 등 학사일정 조정을 해왔다. 45~50일 정도 공사 일정을 잡고, 1월10일 이전까지 학교를 완전히 비운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설계는 마친 상태이고, 도 교육청 계약심사가 11월말경 종료되면 이후 공사비 추정과 함께, 철거업체와 감리를 선정해 학교에 알린다. 10인이 1조가 되어, 1일에 3~5개 교실에 대해 공사가 진행된다. 2월20일경 공사를 마치고, 개학 전에 전체적으로 청소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용석은 팀장은 "여름방학 동안 철거공사는 작업자들의 여건이 무더위 등으로 너무 힘들어, 동절기 공사가 무리가 덜하다"고 판단했다. "교육청, 학교가 협력해 진행하지만 학부모들의 참여와 감시 활동이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현장 관리에 모두 함께하자"고 말했다.

최평균 팀장은 "4단지 재건축과 관련해서 미리 주민설명회를 갖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 과천도 다녀왔고, 노동부도 다녀왔다. 주민감시단과 연계도 하고, 실시간 공사 현장을 감독하겠다. 감리인 선임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시 차원에서 티에프 구성해서 대응하겠다. 과천시보다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김남숙 팀장도 "재건축 공사 시작을 겨울방학에 맞춰 진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 학부모들은 "업체나 감리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선정기준을 가지고 선정해야 한다" "학교 교장과 담당자들에 대한 석면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어야 한다." "석면과 함께 재건축 현장에서 비산되는 미세먼지에 대한 주변 시민들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등 다양한 요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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