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관리 및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 제정해야
화학물질 관리 및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 제정해야
  • 강찬호
  • 승인 2017.12.01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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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푸른광명21, 내년 초 해당 조례 제정 맞춰 토론회 개최

경기도가 화학물질관리 및 지역주민 알권리 조례 제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섯번째 순회 토론회를 광명시에서 푸른광명21 주관으로 진행했다.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위험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위험을 어떻게 예방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 늦었지만 우리사회는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겪으면서, 사회적 위험에 대한 감수성, 민감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사회 수준에서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고 제도화되어 가고 있다.

2017년11월29일(수) 오전 10시 광명시 철산3동 주민센터 2층 대회의실. '광명시 유해화학물질 관리 및 지역사회알권리 조례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그 현장에 있었다. 이 토론회는 경기도가 주최했다. 푸른광명21실천협의회와 광명시시민단체협의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날 토론회는 경기도가 주최하고 순회토론회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광명시는 경기도 5번째로 진행됐다.

토론회의 핵심은 유해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시민들이 감시자로서 지역사회 수준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제도적으로 주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조례 제정이 왜 필요하고, 조례로 주민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고, 그 공감대를 확산하고자 마련된 토론회였다.

화학물질은 전 세계적으로 1,200만종이 사용되고 있다. 매년 2천여종이 새로운 화학물질로 등장하고 있다. 국내도 43,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유통되고 있고, 매년 200여종이 신규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문제는 화학물질이 개발되어 시장에 출시될 경우, 검증을 거치느냐이다. 새로 개발된 화학물질 독성이 무엇이고 얼마인지 평가가 되어야 하고, 등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데이터(data)'를 갖는 것이다. 평가를 거친 데이터가 없다면, 해당 물질은 시장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원칙 즉 '노 데이터, 노 마켓(No Data, No Market)'을 실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화학물질 규제 운동을 펼치는 노동 및 시민사회 활동가,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칙을 강조하고 제도화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유럽 등 선진국은 '리치(REACH)제도'를 통해 이러한 원칙을 견지해왔다. 리치제도는 화학물질 등록,평가,허가,제한에 관한 EU의 화학물질관리제도로 2007년6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유럽은 리치제도로 '노 데이터, 노 마켓' 규제...한국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기업편의적인 비밀주의 유지...구미불산과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화학물질 규제 강화 흐름

 그러나 한국의 경우,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이 문제에 접근해가고 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 1988년 원진레이온 이화화탄소 집단 중독, 2012년 9월 구미 휴브글로벌불산 누출사고, 2008년 삼성반도체 작업노동자들의 백혈병 사건 등이 사례이다. 이 중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유해화학물질이 함유된 생활용품이 팔렸고, 그 결과 수많은 영유아, 산모, 노약자 등이 사망, 중증피해를 입었다. 2017년 11월17일 현재 환경부 피해자 등록수가 5,918명, 사망자가 1,278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규모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이런 대형 참사를 겪고서야 우리 사회는 전면적인 화학물질 평가 및 등록 등 규제(화평법 제정)에 나섰다. 구미불산 사고를 겪고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에 나서는 등 뒤늦게 규제 강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화평법이 선진국 리치제도 규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기존 화학물질 규제 강화 및 신규 물질의 예외없는 적용"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렀다면, 왜 이런 참사가 한국사회에서만 전 세계 유례 없는 규모로 발생되었고, 또 크고작은 화학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것일까. 작업장 노동자, 지역사회 주민, 소비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화학물질 정보가 기업의 영업비밀을 이유로 은폐되었고, 이로 인해 적극적으로 통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업장 노동안전 문제를 다루고 있는 시민단체 '일과건강'은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춰, '비밀은 위험하다'라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발암물질없는 안전한 사회를 염원하는 시민사회 캠페인으로 전개되고 있다. 작업장에서 발암물질 등 유해화학물질 발생을 억제하고, 줄여나가는 제도 개선과 감시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사회 차원에서 어느 곳에 이러한 화학물질이 저장되어 있고, 그 규모는 얼마인지를 확인하고 알리는 '알 권리 운동'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감시와 캠페인, 제도개선 운동의 효과로 기업의 공개 수준이 2013년 기준 14퍼센트 였다면, 2016년 3월 기준 95퍼센트로 확대됐다. 일과건강은 이를 근거로 우리동네 위험지도를 만들었고, 2016년3월 공개 데이터를 '우리동네 위험지도 2.0'에 반영해 앱으로 공개하고 있다. 또한 발암물질전국지도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지역별 감시체계를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고, 캠페인과 조례제정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화학물질 관리와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는 2017년9월30일 현재 전국 19개 지자체(광역 8, 기초 11)에서 제정돼 운영되고 있다.
 

역사에서 가정은 있을 수 있을까. 1988년 원진레이온 사고에 철저하게 대비했더라면?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철저히 대비했더라면?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은?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 더이상 기업의 비밀주의 허용 안돼...'비밀은 위험하다' 캠페인 통해 주민 알권리 강화 운동 전개...토론자와 참석자들, 지역 실정에 맞는 조례 제정해가야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일과건강 현재순 기획국장은 "비밀은 위험하다. 기업의 영업비밀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이를 위한 알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국장은 "지역사회 주민들이 알 권리 조례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위험한 화학물질이 얼마나 가까이에, 얼마나 있는지 화학물질관리위원회를 통해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조례를 통해 이러한 역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과 참석자들도 적극적으로 화학물질 등 지역사회 위험을 관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 조례가 제정되어 적극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장동빈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관례적으로 운영되어 온 기존의 조례 규정 보다는 적극적으로 규정된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화학물질안전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민간으로 하고, 정례회의도 연 2회가 아닌 필요시 더 자주 열도록 해 실질적인 위원회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미화 광명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도 "주민의 알권리 정보에 대해서 소리 내지 않아도 정확하게 알려주고 가르쳐 줘야 대비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알권리 실현을 강조했다.

토론자 토론에 이어 참석자들도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강옥희 광명YMCA 사무총장은 "지역의 업체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실효적인 조례가 제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지역의 특성이 충분하게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호 광명경실련 사무국장도 "화학사고를 포함해 생활용품까지 확대 적용되어야 하고, 알권리에 접근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현초 석면 비상대책위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 학부모는 "석면의 위험성에 대해 모르다가 알게되어 무섭고, 관심을 갖게 됐다. 주민들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광명시 화학물질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안도 소개되었다. 안성환 시의원이 대표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조례이다. 해당 조례안에는 화학물질 안전관리계획, 화학물질안전관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 화학물질 현황 조사 및 공표, 화학물질 실태조사 및 관리, 화학물질정보센터 운영, 화학사고 주민공지, 화학사고 영향조사, 지역협의회 구성, 안전관리교육 등을 담고 있다.

푸른광명21실천협의회가 추진해 온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광명시 만들기 사업'도 소개됐다. 해당사업은 유해화학물질 교육과 강사단 배출 사업, 유해화학물질 캠페인, 그리고 'PVC 제로학교 만들기 사업'으로 진행돼왔다.

푸른광명21실천협의회 허기용 사무처장은 "이번 정책 토론회 이후 조례 제정 작업에 들어가, 내년 초에 제정되도록 하겠다. 조례 제정을 통해 화학물질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안전한 광명시가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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