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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외롭구나
마음여행
2018년 10월 10일 (수) 09:02:34 이경달 cc8620@hanmail.net

참 외롭구나

 

숫자를 반복하면서 더위를 탓했다. 그 때가 사라졌다. 허술한 벽과 천정 그리고 시멘트와 아스팔트에 둘러싸인 곳에서 사는 사람도 잊혀졌다. 추워진 날씨 때문이다. 벌레와 말벌의 세력도 희미하다. 찬 기운을 담고 있는 바람. 겨울 바지와 잠바. 오늘 내일 내릴 서리. 감정으로서 추위가 먼저 다가선다. 감정이 여름의 소란과 숫자를 반복하던 그 때를 가을 들판처럼 쓸어버린 것이다. 더위의 사람까지. 감정이 정화고 감정이 확인이다.

   

사진에 실린 그의 모습은 나의 등줄기로 뜨거운 피가 흐르게 했다. 참 외롭구나. 더 높은 봉우리가 보이지 않고 청명한 날씨에 화산의 특징이 실려 있었다. 낯선 숲을 헤쳐 나가는 모습은 부성의 상징이다. 직립원인은 멸망했다. 그들이 원인으로 머물렀기 때문이다. 진화가 그저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이것이 진보와 결합되면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 경계에 선 그들이 외로운 것이다. 달리 퇴행하는 그들이다. 정치에서 퇴행은 5공 시대이고 유신시대이다. 더 퇴행하면 전쟁 전후의 그 시점이다. 그리고 퇴행하면 왜정시대고 대한제국시대이다. 언어가 퇴행하면 근간인 약속의 붕괴를 가져온다. 당시의 감정적 톤이 사라졌을 터인데, 희한하게 약속의 붕괴가 이루어진 언어가 이들과 결합한다.

탐사보도. 탐사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탓인지 생각거리를 준다. 부분의 현실이다. 사회는 계층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하이아라키이다. 그들의 탐사를 읽고 내용을 나의 계층의 빈 공간에 밀어 넣는다. 그러면 이게 무슨 의미일까 골몰하게 된다. 계층을 잇는 논리를 발견하기는 지난이다. 그저 나쁜 놈들이 많다는 ‘감정’이다.

패러다임의 변환. 진화의 시각에서 존재한다. 보다 긴장하고 넓히고 깊이 고민하는 것이다. 이전의 긴장보다 긴장이다. 부분인 패러다임과 더불어 진화는 이것을 일생 유지하는 것이다. 인간 진화의 끝이 어딜까. 새로운 인간의 탄생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 그 때면 지금의 현생인류는 모두 ‘멸망’할 것이다. 직립원인이나 네안데르탈인처럼. 먼 시각을 가지라고 한다. 먼 시각은 생각의 깊이고 넓이다. 그러나 생각이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과 공간이 혼재하고 너와 내가 혼재하고 사물과 인간이 혼재한다. 인간의 진화는 ‘무엇’을 근간으로 일어나고 있는가. ‘생각하는 능력’이다. 구별하는 능력이다. 생각은 ‘망상’과 다르다. 망상하는 나를 생각하는 능력이 아마도 첫 번째 조건일 것이다.

퇴행. 이혼한 누가 또 이혼하고 빈말의 그가 또 빈말이다. 오래전 산을 올랐다. 일반 등산로가 없는 산이었다. 경사면에 매달리고 미끄러지면서 도달한 정상이었다. 더 높은 곳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상은 큰 바위였다. 비바람에 정상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이 역시 돌로 된 그곳이었기 때문인가. 바위에 아무도 없이 혼자 있는 ‘내’가 외로웠다. 왜 올라갔는가. 그리 한참을 있다가 내려왔다. 그 이후로 산을 다니지 않는다. 정상에서 바람을 맞고 고개를 드는 모습이 무엇이었던가. 밀물 같은 감정이다. 이 감정은 외로움이 생명력과 절망을 함께 감싸 안고 나타난 듯하다. 날이 청명하구나. 혼잣말이었다.

많은 이들은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 찻길. 높은 산의 그 길은 특히 상업적 목적으로 낸 것이다. 드물게 다니는 다리와 달리 드물게 다니는 그 산길은 정상에 있는 여러 가지 건물과 또 건물에서 파는 서비스와 물품이다. 찻길을 걸어서 갈 수 없었다. 나도 차로 갔고 차로 돌아왔다. 노루가 다니던 길과 달랐다. 정상에서 하는 일은 대개 비슷했다. 먼 곳이 보이고 먼 곳을 본다. 세상은 전부가 산이었다. 도로의 그들은 내게 맛있는 음식과 안도와 둘레의 사람들과 더불어 풍선 같은 기분을 주었다. 정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벌레 소리다. 추위가 가져온 조용함이다. 방음이 잘된 이곳에서 문을 닫으면 단 하나의 소리도 없다. 그들은 소리를 내고 나는 창을 열고 혼자 있다. 그들 위로 간간히 날아다니는 새들이다. 새들은 무엇이든지 먹는다. 새들이 그저 지나간 탓에 소리가 남았다.

외로운 인간은 무엇을 할까. 결단한다. 결단하지 못하면 스스로 몰락한다. 산은 약해진 빛을 비스듬히 받고 있다. 잎은 물들지 않았다. 사철 푸른 나무 위로 빛은 희미하게 비스듬히 내리고 있다. 결실은 작물의 죽음이다. 봄 날 뿌려진 씨앗이 씨앗을 맺었다. 종자는 그렇게 만들어 진다. 안데스 감자는 종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 수많은 감자가 같은 밭에서 자란다. 어떤 공간에서 누구도 없이 그저 빛만 희미한 곳에서 인간은 결단한다. 해가 짧아졌다. 남은 기간을 두고 인간은 결단한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단한다. 그저 웃는 결단이고 그저 그런 것이 아니라면 결단은 세상에 혼자가 되는 순간이다. 숲으로 강으로 사막으로 혼자 발을 내딛는 것이다. 퇴행에는 결단은 없다. 텃새. 날아가지 않고 남은 한 마리의 새로부터 배운 여러 새들이 텃새가 된다. 새들이 없는 땅에서 풀이 없는 사막에서 사는 것은 ‘다양한 이유’를 넘어 그들이 결단한 까닭이다. 검은 코트를 입고 정상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결단은 한편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다.

낡아 구멍 난 양말은 벗어야 할 때이다. 여름에도 장화를 신는다. 찢어져 더 이상 신을 수 없는 장화를 벗고 양말을 모아 버린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 파편적인 기억과 감정. 이들은 지난 패러다임이다. 공주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 ‘그의 이름’을 알고 싶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밝혀지지 않는 이름은 무엇일까. 너의 이름을 알려다오. 잠 못 이루는 자들의 절규다. 겨울 준비는 여름부터 시작되어도 늘 일손이 모자란다. 모자라는 일손만큼이나 희한하게도 일은 정리된다. 모자라는 일손이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또 일의 정밀성을 높인 결과가 아닌지. 이건 동지를 기다리는 행위라는 그들의 신화이다. 절정일 때 죽음을 생각하고 긴장하는 것이 삶을 완성하는 것이라는 그 신화다.

나이가 들었다. 오래된 말을 하지 않는다. 반복하는 소리를 듣지 않았다. 그러니 좀 더 고독해지겠지. 까마귀다. 까마귀가 나타나면 매도 나타난다. 매는 저 산을 중심으로 원을 그린다. 펼쳐진 날개의 활공을 보는 황홀이다. 작은 동물들. 겨울에 동물을 본다. 야수 같은 그들은 여린 동물을 기다린다. 다가오는 겨울에 각기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눈이 오면 발자국을 남기는 그들이 아니라도 삵 담비 토끼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을을 너구리와 고슴도치가 지나간다. 때가 되면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에게 잎이 지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눈 위에서 만난 생쥐의 어린 눈이 떠오른다.

봄날 같은 몸살을 앓았다. 비가 내린다. 화장실에 가는 그 길에 비가 내린다. 나무를 사이에 두고 비가 내린다. 풀을 베었다. 그 풀 위로 비가 내린다. 산에 비가 내린다. 그런 비를 듣고 그런 비를 본다. 보지 않고 듣지 않는 비는 무엇인가. 늘 같은 물음이다.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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