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은 예술이에요", 주민이 함께 만드는 예술
"김장은 예술이에요", 주민이 함께 만드는 예술
  • 신성은
  • 승인 2018.11.15 17: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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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 등대촛불들과 함께하는 사랑의 김장 행사열려

수학능력시험의 뜨거운 열기가 더해지던 날, 철산동 꼭대기에는 매콤한 고춧가루 향내와 분주한 손놀림이 열기를 더했다. 광명시청 앞에서 한참을 걸어 올라가면 다다를 수 있는 철산4동 넝쿨어린이작은도서관 앞 골목이다. 15일 이른 아침부터 “15회 등대촛불들과 함께하는 사랑의 김장” 행사가 열렸다.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넝쿨도서관과 하안동에 위치한 등대생협 조합원들이 벌인 축제의 마당이다.

철산 4동은 오래 전부터 달동네, 윗동네, 산동네로 불려왔다. 그만큼 고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노인 홀로 사는 가정, 정부 보조에서는 빠지지만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가정, 이제는 다문화 가정과 이주민 가정도 함께 사는 동네가 되었다. 이 가정에게 김장 한 상자는 한 겨울 날 수 있는 사랑이 된다.

이 김치는 여러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모아지고, 정성이 깃들어지면서 만들어진다. 정부와 기업의 도움이 아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호주머니를 털고, 김장 물품을 내어 놓아 만든 마을 축제이다. 철산4동 주민, 청소년 자원봉사자, 넝쿨도서관 선생님, 등대생협 조합원(촛불)이 모여, 백지와 같이 하얀 배추를 붉은 사랑으로 물들였다.

더욱이 사랑의 김치는 경기도 팔당 농부들의 배추와 채소로 만들어진다. 대규모 상업 농업이 아니라, 소규모 농업으로 땅과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며 정성스레 기른 유기농 채소이다. 15년 동안 농부와 소비자의 신뢰가 쌓인 채소들이다. 소비자는 농부들의 생활을 책임지고, 농부들은 소비자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상호 호혜적인 관계이다.

이은영 광명YMCA 실무자는 “김장은 예술이에요”라고 말한다. 농산물 생산자부터, 마을활동가, 지역주민 까지 모두가 마음과 정성을 모아 만드는 예술품이라는 것이다. 김치를 어떤 가정에 전달할지도 동네 주민들이 정한다. 동네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떡볶이 가게 할머니, 동네 주민들이 모이는 천안슈퍼 사장님. 누구 하나 마음이 어긋나면 이루어질 수 없는 끈끈한 동네의 예술행위이다.

이런 마음이 청소년들에게도 전달된다. 한 청소년은 “그동안 봉사를 많이 해 왔지만, 이런 김장 봉사는 처음”이라면서 밝은 웃음을 진다. 자원봉사시간을 채우러 왔던 김민성(고1,광명북고) 청소년은 무거운 김치상자에 땀방울이 얼굴을 타고 흘렀다. 김 군은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홀로 사시는 할머니의 “고맙다”는 말에 힘든지도 몰랐다고 말한다.

이런 나누는 마음은 김치를 받는 주민도 마찬가지이다. 한 주민은 김치상자를 건네받고는 커다란 호박을 건네주었다. 무엇이 오갔는지가 중요하랴. 서로의 마음이 오가고, 사랑이 오가고, 발걸음이 오갔다.

이날 “사랑의 김장”에는 70여 명이 참여하고, 100여 가구에 김치를 함께 나누었다. “사랑의 김장”은 정오가 되자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함께 음식을 나누고, 수다를 나누며 사랑을 이어갔다. 뉴타운으로 뿔뿔이 흩어질지 모르는 동네에 내년에도, 그리고 그 후년에도 사랑의 김장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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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엄마 2018-11-15 17:47:59
조용히 이렇게 좋은일을 하시다니, YMCA와 생협이 참 좋은일을 하시네요 ~
그리고 이런 봉사활동을 기사로 실어주신 광명시민신문도 항상 광명 지역 곳곳에 다양한 이야기를 알게 해주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