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운동은 대한민국의 나침반이다
삼일운동은 대한민국의 나침반이다
  • 박재순
  • 승인 2019.02.23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잃어버린 삼일운동

우리는 삼일운동을 잃어버렸다. 이 나라 헌법전문은 삼일운동이 대한민국의 합법적 역사적 정통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지만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사회의 어디에도 삼일운동의 정신과 이념이 살아 있다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해마다 정부가 삼일운동 기념행사를 하지만 거기서도 삼일운동의 정신과 뜻은 살아 있지 않다. 오늘 이 나라에서 삼일운동의 정신과 뜻은 죽었다. 우리는 삼일운동을 잃어버렸다. 삼일운동의 정신과 철학, 이념과 뜻을 살려서 나라를 이끌고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정치인, 이론과 사상을 형성하고 논의하는 학자 지식인들, 학생들을 교육하는 이들이 어디 있는가? 삼일운동의 정신에 비추어 나라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하고 행동했던 함석헌 선생 이후에 나는 삼일운동의 정신과 이념에 비추어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정치인이나 사상가를 만나지 못했다.

삼일운동에서 우리민족의 정신과 열망이 가장 깊고 높이 드러나고 실현되었다. 세계사에서 식민지 백성이 다 함께 일어나 비폭력 평화의 원칙을 내세우며 민족의 자주독립과 세계평화를 선언한 사례가 어디 있던가? 일본 통계에 따르더라도 50인 이상의 시위에 참가한 인원이 200만 명을 넘고 전국 36개의 군(郡) 가운데 35개의 군에서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했다. 당시 인구가 1600만 명이 채 안 되었다. 전국 곳곳에서 온 겨레가 삼일운동에 참여한 것이다. 자기의 가족과 친척, 친구와 지인 가운데 삼일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없는 사람은 우리 겨레 가운데 하나도 없다. 천도교와 기독교와 불교가 손을 잡고 삼일운동을 일으켰고 남녀노소, 신분과 지역을 넘어서 온 나라, 온 겨레가 하나로 떨쳐 일어나 삼일운동을 벌였다. 삼일운동과 독립선언서에는 종교의 높은 뜻과 거룩한 정신이 오롯이 깃들었고 5천년 한민족의 정신과 이념이 삼일운동에 사무쳐 있다.

삼일운동을 이끌었던 손병희, 이승훈, 유관순, 삼일운동의 영향으로 임시정부를 세우고 이끌었던 안창호, 김구는 죽을 때까지 한결 같은 맘으로, 목숨을 다 해서 지극한 정성과 사랑으로, 겸허하게 섬기는 자세로, 곧고 바른 심정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려고 희생하고 헌신하였다. 이들의 정신과 혼, 생각과 뜻은 깊고 높았으며 크고 넓었다. 이들은 온 겨레, 온 인류의 스승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들뿐 아니라 삼일운동에 참여한 200만 동포들은 모두 목숨을 걸고 나라의 독립과 세계평화를 위해 헌신하였다. 삼일운동에는 대한민국의 정신과 철학이 담겨 있다. 삼일운동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목적을 보여주는 거울이고 미래의 방향과 길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삼일운동의 정신과 원칙

삼일운동과 삼일독립선언서에는 한민족의 광명정대한 정신과 이념, 떳떳하고 당당한 마음가짐과 자세가 뚜렷이 드러나 있다. 5천년 동안 한겨레가 품고 길러온 ‘한’사상과 정신이 삼일운동에서 가장 크고 높게 온전하게 표현되고 실현되었다. 한겨레는 ‘한’을 품고 길러온 민족이다. ‘한’은 우리민족을 나타내는 말이면서 ‘하늘, 하나님, 큰 하나’를 나타내는 말이다. 하늘, 하나님과 우리 민족을 함께 나타내는 ‘한’사상과 정신이 우리 민족의 정신적 원형질이다. 우리 겨레는 예로부터 높은 산에서 하늘을 우러러 제사하며 하늘을 그리워하고 몸과 맘속에 하늘을 품고 하늘과 하나로 되는 삶을 살려고 하였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떳떳하고 당당한 삶을 살려는 것이 한민족의 간절한 염원이고 신앙이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하늘 열고 광명정대하고 떳떳하고 당당한 나라를 세우려 했던 것이다. 우리는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고’(弘益人間), ‘이치에 따라 세상을 교화하는(在世理化) 아름답고 숭고한 건국이념을 가진 나라다. 식민지 백성으로서 일제의 총칼에 맞서면서 비폭력평화정신과 원칙을 지키며, 한중일의 우애와 협력, 세계평화를 선언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시적 행동이 아니라 5천년 민족사 속에서 품어오고 길러온 광명정대한 정신과 이념을 표현하고 실현한 것이다.

삼일운동에는 세 가지 원칙과 목적이 제시되어 있다. 첫째 민주의 원칙이다. 민이 나라의 자주독립을 선언하는 주인과 주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민이 스스로 일어나 나라의 자주독립을 선언했으므로 민이 나라의 주권자일 뿐 아니라 민이 곧 나라다. 민 밖에는 나라가 없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힘과 뜻을 모으고 서로 협동하여 독립만세운동을 벌였으므로 삼일운동은 자치와 협동 운동의 귀감이다. 둘째 민족의 자주독립이다. 당시 서구의 강대국들과 일본은 약한 나라를 침략하고 정복하는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 삼일운동은 약한 나라들의 자주독립이 세계정의와 평화의 지름길임을 선언하였다. 삼일운동은 약한 민족국가들의 독립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고 그 후 오늘까지 100여개의 나라들이 강대국의 불의한 억압에서 벗어나 독립을 이루었다. 셋째 세계정의와 평화의 원칙이다. 삼일운동은 한중일 삼국이 우애와 협력의 평화로운 국제관계를 이루고 더 나아가 세계정의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자고 호소하였다. 한일 간의 원한감정과 적대관계서 벗어나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자고 호소하고 선언한 것은 높은 지성과 깊은 영성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한민족과 세계인류가 나아갈 길을 뚜렷이 밝힌 것이다.

삼일운동이 가리키는 길, 한반도의 중립화와 세계평화

오늘 이 나라의 현실은 삼일운동의 길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국제적으로는 한국 미국 일본의 동맹과 북한 중국 러시아의 동맹으로 민족분단은 더욱 깊어지고 동아시아와 한반도는 긴장과 대립, 전쟁과 갈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 핵무기와 첨단무기들을 높이 쌓는 일이 옳은 것인가? 이것은 삼일운동이 밝힌 밝고 떳떳한 길, 함께 살고 함께 번영하고 축복받는 길이 아니다. 이것은 한민족과 동아시아가 함께 망하는 길로 가는 어리석은 짓이다.

삼일운동의 정신과 이념에 비추어 보면 우리는 어떤 길로 가야 할까? 민주와 민족대통합의 길, 자주독립과 세계평화의 길로 가야 한다. 삼일운동에서 드러난 우리민족의 힘과 지혜를 살려서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반도 중립화와 제주도 비무장을 선언하자! 그리하여 동아시아와 세계평화의 길을 우리가 열자.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과 중국 러시아가 한반도의 중립화를 신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장하는 것을 원하는 나라는 북한 외에 아무도 없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핵무장을 확고하게 반대한다. 왜 북한은 한사코 핵무기를 가지려는 것일까? 북한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심정으로 북한 인민과 김정은의 심정과 처지에서 생각하고 길을 열어보자. 한국은 북한보다 경제사회적으로 국제적으로 훨씬 강하고 큰 나라다. 한국의 경제력은 북한의 경제력보다 수 십 배 크고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든든한 관계를 맺고 협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은 가난할 뿐 아니라 철저히 고립되어 있다. 북한의 고립과 불안을 이해하고 북한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적 안전과 평화를 보장한 다음에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자. 그리고 중국 러시아와 미국 일본의 동의와 협력을 얻어 한반도 중립화를 선언하자. 이것이 아무리 힘들고 먼 길이라고 해도 이 길로 가는 것이 삼일운동의 정신과 이념을 이어받고 실현하는 것이며 참되고 영원한 삶에 이르는 길이다.
더 나아가서 한중일의 우애와 협력,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연방을 한국이 주도하자. 대국인 중국도 식민지 전쟁을 일으킨 일본도 이 일에 먼저 나설 수 없다. 식민지 경험을 하고 삼일운동을 일으킨 한국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연방에 이르는 길을 선도할 수 있다. 한반도가 세계정의와 평화의 중심이 되게 하자. 제주도는 세계평화와 정의의 상징과 중심이 되게 하자. 삼일운동은 우리에게 그런 힘과 지혜, 용기와 정신이 있음을 보여 준다. 안창호, 이승훈, 손병희, 유관순, 김구라면 삼일운동의 정신과 뜻을 오늘에 되살려서 한반도의 중립과 평화, 동아시아의 평화 연방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고 그 길로 갈 것이다.
 

박재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