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변화시키는 광명, 스무살 청년 "광명YMCA"
우리가 변화시키는 광명, 스무살 청년 "광명YMCA"
  • 광명YMCA
  • 승인 2019.06.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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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아, 일상에서 승리하라

1994년 광명YMCA가 개소하면서 광명지역의 교육개혁운동을 시작했다. 열린교육과 촌지없애기운동, 좋은아버지모임 등을 펼치다가 우리 손으로 대안학교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세운 학교가 바로 ‘볍씨학교’이다.

전국최초 초등대안학교라는 타이틀과 함께 ‘지역학교’를 표방하는 볍씨학교는 광명에 살아야만 다닐 수 있기에 볍씨학교에 다니고 싶다면 광명으로 이사를 와야 한다. 학교와 마을을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교육철학 때문이다.

초등1학년부터 8학년(중2)까지의 본교과정을 마치고 9학년이 되면 제주학사에서 일년살이를 하는 과정으로 현재 약 80여명의 아이들이 재학 중이다. 광명YMCA 사무총장과 광명시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현재 볍씨 제주학사에서 교사로서 수평적 순환보직을 실현 중인 이영이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고,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그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입시전쟁이라는 말처럼 요즘 아이들은 갈수록 경쟁구조 속에서 힘들게 버틴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안학교를 다니면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할까요?

일반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진짜 치열하게 삽니다. 그런데 대안교육 하는 부모들은 우리 아이의 ‘행복’이라는 말로 조금만 잘하면 칭찬해, 조금만 힘들면 힘들지 합니다. 대안학교 아이들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야합니다. 다만 자기의 성공, 출세를 위해 치열하게 살도록 하는 공교육 시스템과는 다른 차원으로, 자기의 진로를 찾아갈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만 좋은 건가, 세상을 위해 내가 애쓰면서 가는건가 생각할 줄 아는 아이가 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학업스트레스가 없으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정한 행복’에 대한 의미가 다른 것 같네요.

우리가 지향하는 대안교육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행복하다는 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어떻게 될까요? 힘들어집니다. ‘힘든 건 싫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건가요? 당장 내 눈앞에서 아이들이 힘들어하는데, 그걸 못보겠다는 겁니다. 아이편 들어주고 싶고, 대신 해결해주고 싶은 부모들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볍씨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더 세게 훈련시키고 있어요. 왜냐하면 아이들을 너무 나약하게 키워놓아서 조금 힘들면 얼마나 힘든 티를 내는지 몰라요. 인간의 본성이 위대하고 고귀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 이유는 일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확인하는 것입니다. ‘승리’라는 것은 힘든 걸 이겨내면서 오는 것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세상도 살리는 일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볍씨학교에서 추구하는 생명이 소중한 세상입니다. 그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실력이 있어야지요. 실력을 키우려면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무엇을 하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승리의 나팔을 울린 경험은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를 믿게 만들고, 강해지게 합니다. 누가 뭐라 해서가 아니라 나 해낼 수 있구나,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볍씨학교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요?

볍씨학교의 교육철학은 확고합니다. 아이들에게 학교를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생활공간’으로 만들어주자는 것입니다. 제도교육은 아이들이 지시에 잘 따르도록 훈련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볍씨학교는 다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짜지요. 아이들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더 많이 줘야 합니다. 아이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지만 우리 교육은 여전히 아이들을 삶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볍씨에서는 교사에게 질문하기 전에 스스로 답을 구한 뒤 그 답에 따라 움직이도록 합니다.

제주학사는 아이들이 직접 돌집도 짓고, 농사도 짓고 특별히 더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아이들인데 너무 강하게 다루시는 거 아닌가요?

그 강도만큼의 자부심이 있습니다. 누구나 제주학사를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볍씨학교에서 8년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 토대 위에서 제주학사를 견디는 것이지요. 본교에서의 경험을 통해 쌓은 자신의 잠재된 힘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주는 것입니다. 힘들다지만 중3 아이들이 친구들하고만 산다, 밥 해먹고 공연다니고, 먹고 싶은 거 만들어 먹으면서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그 힘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도 이겨내는 것입니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면 자부심이 충만하고, 뜻대로 안되면 풀이 죽기도 하면서 일상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입니다. 뜻대로 안되어도 도전하는 것, 자기를 다스리는 힘을 키우면 더 많이 승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아이들은 일상의 작은 활동을 통해서 몸의 감각을 익혀갑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우리의 감각을 사용할 기회가 적지요. 대안교육은 아이들이 잃어가고 있는 원초적인 감각,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각을 최대한 살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초창기 광명YMCA 유치원인 풀씨학교는 하안동 빌딩에서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빌딩숲에 갇혀 아무것도 경험할 수 없고, 자연에서 멀어져있는 그 환경 자체가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옥길동에 풀씨학교, 볍씨학교가 자리를 잡게 되었지요.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가 가르치는게 아닙니다. 자연의 힘으로 키우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가진 힘을 믿으세요. 부모들은 내 아이만을 위해서 아니라 세상을 위해서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우리 아이가 자랄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지지하고 응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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