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조국을 보며 떠오르는 노무현과 노회찬
(시론) 조국을 보며 떠오르는 노무현과 노회찬
  • 박재순
  • 승인 2019.09.27 0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국을 보며 떠오르는 노무현과 노회찬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비난과 옹호로 정치인들은 물론 국민여론이 갈라졌다. 조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전쟁이나 사냥을 하는 듯 가혹하고 잔인하다. 재벌이나 권력의 비리도 아닌 데 그저 표창장 위조, 인턴 증명서 발급과 같은 사문서 위조, 사모 펀드 투자 같은 개인 투자 문제라면서 3~40명의 특수부 검사들이 달려들어 한 달이 넘도록 이 잡듯 뒤지고 훑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조사 때보다 더 많은 검사들이 투입되어 수사하고 있다. 이것이 정상적인 검찰의 수사인가?

현재 많은 국민이 조국 가족에 대한 수사에 관심을 가지고 분개하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공정하고 정직한 사회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20대 청년들의 절망과 국민의 분노를 나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볼 때 사회의 불의하고 불공정한 관행과 제도가 바뀌는 일은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을 나는 절감하고 있다. 불공정한 기득권을 옹호하고 그 기득권에 안주하는 세력이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는 현실을 보고 우습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한다. 나는 한 개인이나 한 가족의 허물이나 비리보다는 사법개혁, 검찰개혁, 정치개혁, 교육개혁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조국 장관이 법을 위반한 사실이 법정에서 확인이 된다면 당연히 장관직에서 물러날 뿐 아니라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적어도 두 가지 문제를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민주정신과 개혁정신이 투철한 인물에게 비록 개인적인 허물과 실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허물과 실수를 빌미로 그를 매도하고 짓밟고 파멸로 내모는 것이 옳은가? 나는 노무현이 부도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검찰은 노무현과 그 가족의 허물을 들춰내서 결국 노무현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나는 노회찬이 부정하고 불의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노회찬에게도 부정이 있다는 것이 알려져서 노회찬도 죽음으로 내몰렸다. 거짓과 불의가 가득한 이 시대에 노무현과 노회찬은 보기 드물게 깨끗하고 의로운 정치인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노무현과 노회찬 같은 의로운 정치인들에게 작은 허물을 씌워서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한국사회의 위선과 어리석음을 나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나는 조국 장관에게도 우리 사회가 똑 같은 위선과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 말자고 호소하고 싶다.

둘째 민주시대에 검찰의 위상과 분수는 어떠해야 하는가? 6·25전쟁 전후에는 경찰의 권력이 검찰의 권력을 압도했다. 경찰이 수도 많고 힘도 커서 검찰의 위상이 작고 낮았다. 전쟁의 혼란기에는 경찰이 총을 차고 다니면서 맘에 안 드는 검사를 빨갱이로 몰아 직접 처형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후 경찰의 권력을 줄이고 검찰의 권력을 강화해서 오늘 한국의 검찰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검찰이 되었다. 군사정권 시절에 군부가 최고 권력을 행사하다가 정보부가 가장 무서운 권력집단이 되었고 보안사령부가 최고 권력집단이 되었다가 민주화 과정을 거쳐서 이제는 검찰만이 최고 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이 되었다. 민주화 시대에는 검찰의 권력을 통제할 수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검찰독재에 빠져든다. 검찰의 독립과 중립을 보장하면서도 검찰의 권력을 감시하고 통제할 장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검찰 권력을 절대화하거나 신격화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검사들이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과 맞장 토론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검사는 최고 권력자가 아니다. 모든 검사는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지휘와 통제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신을 겸허하게 낮추고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충성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검찰의 권력행사가 정당화 된다. 만일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을 수사해야 할 경우에는 국민의 이름으로 더욱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권력을 줄이면서 수사해야 한다. 검찰의 권력은 정직하게, 품격과 절제를 가지고 행사되어야 한다. 검찰은 겸허하게 자신의 지위와 구실을 낮추어야 한다. 검찰은 민주정신과 철학에 근거하여 자신의 지위와 구실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무현과 노회찬과 같은 의로운 희생자가 또 나올 수 있다. 민주정신과 철학을 확립하지 못한 검찰은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적폐집단이 될 수 있다.

박재순
박재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