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도서관, 김치 상자에 담긴 마을 이야기
넝쿨도서관, 김치 상자에 담긴 마을 이야기
  • 신성은
  • 승인 2019.11.14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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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한파가 몰아치는 14일 아침, 철산4동 넝쿨도서관 앞 마당에서는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가 열렸다. 이번 ”사랑의 김장“는 16년째 이어지는 행사로 광명YMCA등대생협(이사장 차미선)과 넝쿨어린이작은도서관(관장 최미자)이 함께 했다.

사랑의 김장을 위해 여러 사람들의 손길이 더해졌다. 행사 당일은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 포장하고, 각 가정에 공급하는 일이 진행되지만, 그 이전부터 사랑의 손길은 준비 되고 있었다. 등대생협 조합원들은 복주머니에 마음 가득 후원금을 담아내고, YMCA 회원들은 고춧가루를 십시일반 모으고, 볍씨학교 청소년들은 마늘과 생강을 손수 손질 하였다. 배추 속을 만들기 위해 무를 자르는 일은 힘이 들었지만, 나눔의 마음은 무딘 칼날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시민들의 조그마한 정성들이 모여 배추를 빨갛게 물들였다.

자원봉사에 나선 서울에 사는 중학교 3학년 청소년은 “예전 철산 4동에 살았는데, 매년 사랑의 김장 모습을 보았다”면서 “그 때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 자원봉사를 신청하여 이 곳을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이번 김장은 여든 일곱개 상자에 사랑을 가득 담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었다. 재작년 백 사십 상자까지 늘었던 김치 상자가 줄어든 것은 뉴타운 재개발 사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철산4동을 떠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빈집도 늘어났지만, 더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이 자리 잡는 경우도 있다. 재개발을 앞두고 언제든지 집을 비워주어야 한다는 불리한 계약조건에도 들어와 사는 이웃이다.

최미자 넝쿨도서관 관장은 재개발을 앞두고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사랑의 김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없어요. 여기는 순간순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어요. 네 사람이 이사 나가면, 더 어려운 한 사람이 들어와요.”

최 관장은 사랑의 김치 상자에 담은 안내문에 이렇게 적었다. “(김장을) 받으신 분들은 도와주신 분들의 애씀에 감사하였고, 도움을 주신 분들은 열심히 살아 오셨고, 열심히 살고 있는 분들의 모습에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김장을 매개로 서로가 감사하는 <사랑의 김장>이었습니다.”

넝쿨도서관을 중심으로 이어지던 철산4동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따뜻하게 들려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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