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 농인(聾人)의 삶, "한 명의 농인이 살고 있어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 광명시민의 일원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광명시 농인(聾人)의 삶, "한 명의 농인이 살고 있어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 광명시민의 일원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신성은
  • 승인 2019.12.16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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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경 경기도농아인협회 광명시지회장이 “2019 광명시 수어통역 인권영향평가 인권정책토론회”에서 했던 토론 내용을 그대로 싣습니다. 권미경 회장의 발언을 통해 *농인들이 살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들을 수 있습니다.

토론회에서 권미경 회장은 **수어로 발언을 하였고, 수어 통역사를 통해 음성언어로, 문자 통역을 통해 문자로 회중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농인 聾人: 듣지 못하는 장애인으로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
**수어 手語: 농인들이 사용하는 보이는 언어

권미경 회장은 수어로 농인들의 삶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고, 수어통역사가 음성언어로 통역을 해 주었다.

[농인의 제1언어는 수어]

농인의 제1언어는 수어입니다. 수어가 지원되지 않아 겪었던 차별에 의한 경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뿐 아니라 농인들이 평소에 자주 가는 주민센터, 보건소에서도 수어가 지원되지 않아 업무를 해결하는 데 비장애인은 20~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저는 1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비장애인보다 시간 소요를 더 해야 하는 불편함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업무처리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이해하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며 겨우겨우 일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농인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어떤 분은 소리를 크게 하면 들릴 것이라는 착각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제 입장에서는 어항 속 붕어가 입만 벙긋거리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데 말입니다. 소리를 크게 하시다 보니 의도치 않게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한 번에 받아야 하는 당황스러운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비장애인인 경우는 웃으며 빠른 업무 처리를 하는 것에 비해 농인이라는 이유로 귀찮아하며 친절하지 않을 때 내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대상으로 인식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농인의 제1언어는 수어입니다. 여기에 오신 대부분의 분들은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영어를 배우셨을 겁니다. 6년 동안 영어를 배웠으니 영어로 충분한 의사소통이 되시나요? 소리를 듣는 여러분도 6년 배우신 영어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으셨을 겁니다.

하물며 듣지 못하는 농인이 제2언어인 국어를 배워 필담으로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 의사소통을 하더라도 문장의 한계가 있어 소통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소통이 불가능하여 위협 받는 건강]

병원에서 소통의 어려움은 계속됩니다. 보통 병원을 급하게 갈 때 갑작스러운 통증이나 사고로 가는데 수어통역이 없어서 증상에 대해서 소통이 되지 않아 통증에 대해서 말할 수 없고, 어떤 약을 처방해서 주는 건지 모른 채 약을 복용할 때도 있습니다.

한 달 전 토요일 늦은 저녁,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친구가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기절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주변 사람에게 문자로 119를 불러달라고 하고 구급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이동하면서 구급대원은 저에게 질문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불렀지만 저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병원에 도착해서도 응급실에 입원할 수도 없고, 수어통역사와 연락이 될 때까지 구급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가족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원도, 수술도 받지 못하고 기다려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리는 매일 이러한 일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행사와 정치에서 배제되는 농인]

광명에 거주하는 농아인협회 지회장이 돼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광명시 행사, 장애인단체 초청 행사에 참석할 때 수어통역이 없어 당황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농인을 대표하는 단체장으로 소개 받을 때, 소개 중인지 몰라 인사를 하지 못할 때도 있으며, 내빈이 일어나 인사를 하시는데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모두 박수 칠 때 혼자 덩그러니 다른 세상에 온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광명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정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누리고 싶은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습니다.

우연히 참가하게 된 행사가 있어 무슨 행사인지 기웃거려 보아도 도무지 소리 없는 세상에 살아가는 농인을 위한 수어통역사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또한 선거철이 되면 많은 정치인들이 인사를 옵니다. 정치하시는 분들의 의정 활동을 수어를 통해서 보고 싶습니다. 광명시 의회에서도 반드시 수어통역을 해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과거에 비해 협회도 생기고, 수어통역센터도 있어 농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늘어났지만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기 때문에 농인이 겪고 있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이해 못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어로는 확인되지 않는 본인 확인]

또한 수어통역센터에 통역을 의뢰해도 거의 대부분 기관이나 업체에서 본인 확인을 하고 있어 농인이라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해 대신 수어통역사가 전화를 한 상황에서도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집주소를 바꾸는 또는 자동이체 신청 등 너무나 간단한 업무처리를 거부하며 농인인 당사자와 전화 연결을 해달라고 합니다.

결국 유선상으로는 확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방문하라는 답변을 받습니다. 비장애인은 목소리를 낼 수 있어 편안하게 집에서 전화 한 통화로 해결할 수 있지만 농인은 협회에 통역 의뢰를 하러 가야하고 거기서도 안 되면 직접 본사를 찾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듣지 못하는 농인이기 때문에 직접 가야 하는 불편함을 받아야 하나요?

어떤 공공기관에서는 서울에 있는 다산콜센터를 통해 전화를 하면 본인 인증을 해준다고 합니다. 다산콜센터는 본인인증을 해주는데 왜 수어통역센터에서 근무하는 수어통역사는 안 될까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농인들에게 수어는 제1의 언어이다. 농인들에게 모든 정보는 먼저 수어로 제공되어야 한다.

[농인의 인권]

현재 농인이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차별받는지 자세히 알기 위해서 인권영향평가를 했습니다. 많은 농인과 만나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제가 느낀 불편한 점을 다수의 농인도 느꼈고, 제가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들에서도 농인의 인권은 침해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실 정보에 취약한 농인은 차별 받고 있어도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지만 인권 침해라 인지하지 못하고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현실에, 이번에 실시한 수어통역 인권영향평가를 계기로 현재 농인이 받고 있는 차별과 인권 침해의 문제가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수어통역사는 전문 통역인]

현장에 직접 투입되어 모니터링을 할 때 행사에서 수어통역사가 통역 중 사회자가 통역사의 위치 변경을 요구하거나 통역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수어통역사는 행사 보조가 아닌 농인을 위한 수어통역 전문가입니다. 농인이 착석한 자리를 확인하고 수어통역 자리를 선정하는 건 수어통역사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행사 중 상장을 전달하거나 꽃다발, 마이크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세상의 소리를 이어주는 사람입니다. 수어통역에 대한 인식개선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현재 광명시에서도 많은 수어통역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인복지과를 통해서 수어통역비 예산을 책정하여 시에서 주최 주관하는 행사의 통역을 신청 받아 지원하고 있습니다. 수어통역을 제공해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100인 이상 행사에는 의무적으로 수어통역사를 배치하는 정책은 농인의 입장에서 너무 큰 기쁨입니다. 그러나 광명에 농인이 얼마나 산다고 예산을 이렇게 써야 해? 하는 분들도 계시고, 행사에 참석하는 농인이 없잖아. 이렇게 단정 짓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제 생각에는 농인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수어통역이 있을 때 농인의 참여도 늘어날 거 같습니다. 수어통역이 있어서 농아인도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다는 거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고1 아들과 대학교 입시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기쁜 아버지의 마음이 전달되었다.

[또 한명의 시민, 농인]

단 한 명의 농인이 살고 있어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 광명시민의 일원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 살아가는데 의사소통 단절은 죽음과도 같습니다. 지금도 의사소통 제약으로 인한 고통 받는 농인이 많습니다. 농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관심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광명시 농아인협회에서도 농인의 알권리, 복지와 인권을 위해 노력할 겁니다.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면 어제 저녁 광명시민회관에서 대입전형 설명회가 있었습니다.

광명시 교육청소년과에서 광명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께 안내 문자를 발송하였는데 농인분도 문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고3 딸과 고1 아들이 있는 아버지이신데 상반기에는 수어통역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안 가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수어통역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현재 고1 아들을 위해서 설명회에 가신다며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농인 부모라서 정보도 부족하고 고3 딸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오롯이 딸이 혼자 모든 걸 결정하는 걸 보며 마음이 아팠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고1 아들을 위해서 정보도 듣고 배워 아빠로서 역할을 하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수어통역이 왜 필요한지 이 사례만으로도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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