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당 시론]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이후(3) – 회개(回改)가 필요하다.
[한심당 시론]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이후(3) – 회개(回改)가 필요하다.
  • 광명시민신문
  • 승인 2020.06.2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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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사인 2020. 6. 12/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인의 세계’- 의외의 응답 편

그동안 ‘한국은 왜 방역에 성공했는가?’ 하는 질문이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끝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 갈래로 나타났습니다. 하나는 한국이 “개방성과 투명성을 무기로 방역에 성공한 모델 국가였다”는 것이고, 다른 갈래는 ‘감시국가’ ‘통제사회’ ‘동아시아적 집단주의’ 등이 작용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시사IN〉과 <KBS>는 공동으로 대규모 웹조사를 벌여, 한국인들은 개방적·수평적이어서 성공했나, 순응적·수직적이어서 성공했나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방역 성공은 권위주의 성향과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방역 참여를 결정한 변수는 민주적 시민성과 수평적 개인주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전을 거친 한국인들은 국가 자부심의 상승 등으로 좀 더 권위주의적으로 이동하는 징후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 사회는 대부분 영역에서 신뢰가 쌓이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신뢰는 그 사회가 얼마나 건강하고 유능한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신뢰가 낮으면 같은 일을 할 때도 더 많은 계약과 보증서와 변호사와 치안 능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게 다 비용에 들어가게 되죠. 그래서 한 사회의 신뢰수준은 그 사회의 보이지 않는 재산, 즉 사회적 자본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것입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대해, 코로나19 이전과 대비해서 더 신뢰하게 되었는지, 불신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결과는 위의 그림과 같습니다.

코로나 19 이후 신뢰도 변화표를 보면 질병관리본부가 +75, 의료인·의료기관이 +72로 단연 신뢰도가 높았습니다.

공적 제도에 대한 신뢰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청와대가 +29, 정부가 +27이었고 한국 국민에 대한 신뢰도도 +21이었습니다. 가족(+67)이나 친척(+41) 등 혈연집단 신뢰가 높아졌고요.

자신이 코로나 19 감염증 예방을 위해 마스크 쓰기 등 예방수칙을 잘 지킨다고 생각한 사람은 96%, 우리 국민이 예방수칙을 잘 지킨다는 의견도 82%나 됐습니다.

신뢰가 크게 깎인 영역은 언론으로 -4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종교기관은 –46으로 국민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습니다. 종교기관 보다 신뢰도가 낮은 영역은 미래통합당 뿐이었습니다.

가장 신뢰 받아야 할 언론과 종교가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해방 이후 역사 왜곡과 적폐에 언론과 종교가 깊이 개입하여왔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많이 던져집니다. 대부분의 미래 학자들은 그럴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많은 언론에서도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요. 새로운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문명을 준비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될까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키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옛날을 그리워하고 그 시절을 다시 복원하고 싶어합니다. 과거에 매여 과거로 회기를 바란다면 우리 인류는 어떻게 될까요? 인간의 욕망을 무한히 긍정하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부추기며, 욕망 충족을 미덕으로 삼았던 현대자본주의 문명이 더 이상 가능할까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the era of post corona)에도 오늘날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현대자본주의의 결과인 과잉생산, 과잉소비, 과잉쓰레기, 빈부양극화,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대기온도상승, 신종 바이러스 대유행 등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만일 인류가 종전의 자본주의 문명으로 돌아가려 한다면(business as usual) 그것은 곧 인류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류사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 사건은 그리스도교의 출현입니다. 이 종교의 탄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람은 세례 요한과 나사렛 예수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세례 요한은 광야에서 회개의 세례를 주던 사람입니다. 로마 식민 치하에서 다윗의 영광과 나라를 잃게 된 것은 유대의 죄성 때문이라고 설파하며 권력자들과 민중들에게 회개하라고 외치는 광야의 소리였습니다.

세례 요한의 제자 격이었던 예수는 요한이 헤롯 왕에게 체포되어 지하감옥에 감금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갈릴리에서 그의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요한의 회개(메타노이아, μετανόια)운동을 계승하여 하느님 나라(바실레이아, βασιλεία)운동을 펼칩니다. 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외친 첫 말씀이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다가왔다”(마태3:2; 4:17)인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가르치신 하느님 나라는 이 세상의 나라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세상의 나라는 지배하는 권력을 휘두르며 압제와 수탈을 자행하지만, 하느님 나라는 섬김과 나눔으로 생명을 살리는 그런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아버지 뜻이 이루어진 세상입니다. 빈부귀천의 차이 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받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이 하느님 나라를 얻으려면 이 세상 나라의 삶의 방식을 버려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회개(메타노이아)입니다. 이 말의 어원인 그리스어 ‘Metanoeo’ 혹은 ‘Metanoia’는 ‘돌아보기’, ‘달리 생각하기’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회개란 회개(悔改)가 아닌 회개(回改)의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메타노이아의 프로세스는 ▲멈추고 ▲고쳐서 ▲돌아감이어야 합니다. 그러니 요한과 예수가 주장한 회개란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로 돌아가려는 끊임없는 삶의 지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에큐메니안 2020. 6. 15일 자에 ‘사람과 생태계를 위한 메타노이아’라는 김명수 교수의 글이 실렸습니다. 김 교수에 의하면 메타노이아(metanoia)의 ‘메타(meta)’는 ‘바꾸는 것,’ ‘달리 보는 것,’ ‘의심해보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종전의 시각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는 거죠. 노에시스(noesis)는 ‘한 생각’ 또는 ‘의식의 지향성’을 말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메타노이아는 ‘한 생각 바꾸기,’ 곧 ‘의식혁명’을 뜻한다. 지금까지 아무 의심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기존의 관념, 사상, 가치들에 대하여 크게 의심해보는 것이메타노이아다. 기존의 에고 중심적인 사고, 행동, 말, 생활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다. 사익(私益)의 삶에서 공익(公益)을 대변하는 삶에로, 그리고 나를 이롭게 하던 삶에서 모두를 이롭게 하는 삶에로의 가치전환이다. 이기주의적 삶에서 이타적인 삶에로의 회향(回向)이 예수가 말한 메타노이아의 기본성격이다. 의식혁명 없이 사회혁명 없고, 그 반대도 진리이다. 인간혁명과 사회혁명의 통일! 그리고 의식혁명과 제도혁명의 통일! 이게 메타노이아의 지향점이다.”<사람과 생태계를 위한 메타노이아, 김명수 명예교수, 에큐메니안 2020. 6. 15>

앞에서 언급한 시사인 의식조사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 생각이 바뀐 대목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출처: 시사인 2020. 6. 12/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인의 세계’- 의외의 응답 편

위 표에서 보듯이 우리 국민이 ‘단결이 잘되는 편’이라고 생각을 바꾼 비율은 64%나 되었습니다. 고양된 감정과 공동체 소속감이 뚜렷하게 잡히는 대목입니다. ‘정치에 관심이 늘었다’는 응답도 48%로 상당히 높았습니다. 이 숫자는 2020년 총선 투표율이 크게 오른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결과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인다고 믿게 되었다’라는 응답이 43%라는 것입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뢰가 크게 상승했다는 반등입니다.

〈표 4〉는 더 놀랍습니다. 국가의 총체적 역량에서, 한국이 선진국보다 더 우수하다는 응답은 39%였습니다. 비슷하다는 응답도 31%였죠. 일반 시민의 역량에 대한 평가는 더 후합니다. 58%가 한국이 선진국보다 시민 역량이 더 위라고 평가하였습니다. 이 결과는 한국민이 해묵은 선진국 콤플렉스를 벗어던지는 결정적인 계기를 맞이하게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코로나 19를 경험하며 우리 국민 의식이 미국의 식민지배로부터 완전히 독립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은 철저히 지나간 세상에 대해 회개(回改)하고 다른 세상을 향한 발걸음에 힘을 실어야 합니다. 예수께서 가르치셨던 것처럼 지나간 세상과 는 전혀 다른 페러다임을 가진 나라를 모색하고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승봉
이승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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