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봉사 후기
소록도 봉사 후기
  • 신미정
  • 승인 2003.11.03 2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록도 봉사 후기


이번 소록도 봉사는 계획에 있었던 일이 아니다. 갑자기 봉사하기로 했던 사람이 빠지는 바람에 나는 대타로 가게 된것이다.
난 이번에 소록도 봉사가 세번째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차를 오래 타고 간 곳 이기도 하다.
같이 봉사를 가게된 인숙이와 나는 한길교회(http://hangil91.hihome.com/)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저녁에 화성에 있는 자오나눔 쉼터에서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모여 기도하고 소록도를 향해 출발하였다. 긴 시간을 차안에서 보내야 하는터라 나는 휴게소에서 쉴때마다 내려서 다리 운동을 해야만 했다. 차안에 자리가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다리를 구부리고 있어야했기 때문이다.

출발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몸을 움직여 잠을 청해보지만 자리가 불편해서 인지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자 우리는 고흥에 있는 녹동항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5분 이면 소록도다. 우리는 그곳에서 동생리에 있는 동성교회에 짐을 풀고 아침으로 라면을 먹고 쉴 틈도 없이 곧바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우리가 봉사하는 일은 소록도 전체 어른들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일인데, 오셔서 드실 수 없는 분들께는 도시락을 해드리는 일이다. 도시락을 800개 정도는 싸야한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음식을 해보기는 처음이다. 맛살 껍데기 까는 일부터 시작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찿아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모습이다.

방 한쪽에서는 전을 부치느라 기름 냄새에 속이 울렁거리든지 말든지 우리는 음식이 한가지씩 완성되서 나올 때마다 맛을 봐야 한다며 서로 집어먹고, 오집사님은 음식 모자란다시며 음식 단속하고 다니신다.

밖에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음식이 어느정도 만들어지자, 우리는 소록도 이곳 저곳을 둘러보기 위해 우산을 쓰고 제일 먼저 간 곳이 중앙공원이다. 중앙공원은 소록도에 계신 분들이 만드셨다고 한다. 손과발이 정상인 사람도 하기 힘든 일인데, 소록도에 계신 분들은 손과 발이 대부분 없으신 분들이신데 그 분들이 만드셨다는 말을 들으니 맘이 짠~하다. 공원에 심어진 나무들이 장관이다. 많이는 아니지만 중앙공원에 올 때마다 그곳에 심어진 나무들이 정말 푸르고 아름다울 수가 없다.

그외에도 H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교도소.., 옛날에 소록도에서 쓰던 여러 가지 물건들을 비치 해놓은 박물관 등... 비가 오지 않았다면 여러 곳을 더 돌아다녔을 텐데...

우리는 발걸음을 다시 동성교회로 옮겼다. 저녁으로 고기 파티를 하고 우리는 다시 도시락에 만들어진 음식을 담는 일을 시작했다. 반찬을 한가지씩 맡아서 도시락에 넣는 일이다. 모든 일을 마치고 나니 밤 열시다. 많이 피곤하다. 뒷설거지를 마치고 나서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 예배를 드리기 위해 나는 새벽 3시에 일어났다. 간신히 눈을뜨고 성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록도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새벽 2시부터 오셔서 기도 하고 계신다. 우리는 각각 할머니 할아버지 옆에 앉아서 예배드렸다. 찬양하고, 기도하고, 말씀듣고, 그때 말씀은 신명기 8장 축복의 말씀이었다. 내가 찬양 중에서도 축복송을 제일 좋아하는데...

새벽예배를 마치고 잠시 누웠다가 우리는 어제 싼 도시락과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서 마을의 중심지인 회관으로 갔다. 음식들을 차려놓고 소록도 어른들을 모셔와서 음식도 대접하고 가수 장춘화 님의 공연도 있었다. 나와 봉사자들은 음식 나르고 담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가끔씩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즐겁다. 음식을 만들면서 서툴러서 칼에 손을 비기도 하고 기름에 손을 뎌서 쓰리기도 했지만 마음은 즐겁기만 하다.

모든 일을 마치고 목사님과 내 친구인 인숙이와 나는 걸어서 동성교회까지 가기로 하고 다른 봉사자들은 차를 타고 갔다. 목사님과 우리는 걸어오면서 목사님이 알고 지내는 어느 할아버지 댁을 방문했다. 할아버지는 우리를 보시더니 반갑게 맞아 주셨고, 냉장고에서 박카스도 꺼내 먹으라고 하시고 뭐든 주고 싶으셔서 야단이시다. 할아버지는 양손이 없으시고 한쪽 다리도 없으시다.
그래서 혼자 밥을 해서 드실 수가 없으셔서 동생리에 계시다가 중앙리로 옮기셨다고 한다. 동생리에서는 밥을 해서 드셔야 하지만 중앙리에서는 삼시 세끼 식사를 식당에서 해주기 때문에 제때 식사를 하실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할아버지께 기도 제목도 각자 부탁드리고 할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한채 다시 발걸음을 동성교회로 옮겼다. 교회에 도착하니 다들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부랴 부랴 떠날 준비를 하고 차에 올라탔다. 미용 봉사하는 미용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우리는 그곳으로 가서 함께 출발하기로 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모여서 사진을 찍고 우리는 다시 출발하였다. 내 몸무게보다 더 나가는 솥단지를 씻을땐 허리가 아팠고, 뜨거운 기름이 튀어서 손이 쓰리고 아팠지만 마음은 즐거웠다. 예전에도 소록도에 봉사를 왔었지만 이번 만큼 은혜스럽고
마음이 기뻤던건 처음이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목사님과 오집사님, 나, 인숙이, 다른 두 집사님과 함께 보성에 있는 차밭에 들려서 사진도 찍고 차도 마시고 거기다가 삼나무 숲 길을 걷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경상남도 진주에서 유등 축제를 보고 목사님 댁에서 따뜻하고 향기로운 복숭아 차 한잔 마시고 우리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많이 피곤하고 힘은 들었지만 마음은 즐겁고 기쁘다. 소록도에 계신 할아버지께서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계신다는 생각에 더욱 더 행복하고 기쁘기만 하다..

다음에는 한길교회 가족들이 함께 갔으면 좋겠다. 김성현 목사님이 지시만 하시면 다들 갈텐데...

2003. 11. 3시민기자 신미정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