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로 세상읽기]병을 병으로 알면 병을 앓지 않는다.
[노자로 세상읽기]병을 병으로 알면 병을 앓지 않는다.
  • 이승봉
  • 승인 2021.08.04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자 71장에는 ‘무릇 병을 병으로 알면 병을 앓지 않는다(夫惟病病, 是以不病)’는 말이 나온다. 그 앞 구절은 ‘지부지(知不知)는 상(上)이요, 부지지(不知知)는 병(病)’이란다. 알면서 모르는 것이 최상이요, 모르면서 안다는 것이 병이라는 것이다.]

하계올림픽 역사상 우리나라 선수로 3관왕을 차지한 최초의 선수가 나타났다. 올해로 만 20세 된 앳된 청년이다. 2001년생 안산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안산 선수는 양궁 혼성전과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기에 개인전마저 접수하며 3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안 선수는 혼성전과 여자 단체전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세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일각에서 안 선수에 대한 도 넘는 비난과 공격이 쏟아졌다. 숏컷에 세월호 뱃지 착용, 광주 출신 여대 재학이라는 점을 들어 일베 성향, 남성 중심 온라인 사이트 등에서 근거 없는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 커뮤니티들은 “여대에 숏컷, 페미니스트 조건을 모두 갖췄다”, “전 그래서 안산은 응원 안 한다. 정치 성향 다 떠나서 페미는 극혐”, “탈코르셋 국대도 좀 보이는 거 같다. 요즘 여자들은 숏컷하면 페미 소리 들을까봐 일부러라도 안 한다” 등 글을 남기며 비난을 이어갔다.

또 과거 안산 선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남성 비하 표현을 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들이 지적한 표현은 “‘웅앵웅' 과제하기 싫다”, “오다 안 본지 ‘오조오억년’”, “얼레벌레” 등이다. 이 같은 표현이 일부 커뮤니티에서 남성을 비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안산 선수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이다.

안산 선수의 개인 인스타그램에서도 공격은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금메갈리스트”, “꼴페미”, “‘남혐' 단어 해명하라” 등 댓글을 달고 비난을 쏟아냈다.

더 나아가 ‘안산 선수가 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들은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양궁협회 연락처를 공유하며, 메달을 반납하고 사과하라는 취지의 민원을 넣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안산 선수는 최근 일각의 페미 논란과 악플에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3관왕을 달성하면서 국민들에게 더욱 감동을 주고 있다.

30일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대표팀 안산 선수의 3관왕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은 축하메세지를 보냈다.

“반복되는 훈련과 지독한 외로움이 있습니다. 때로는 지나친 기대와 차별과도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간혹 결과만을 보게 되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 결코 쉬운 순간이 없습니다. 서로의 삶에 애정을 갖는다면, 결코 땀과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끝까지 이겨낸 안산 선수가 대견하고 장합니다. 국민들께서도 더 많은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문 대통령이 축하 메세지에 “차별과도 싸워야 합니다”라거나 “땀과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안 선수에 대한 최근 온라인 폭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노자 71장에는 ‘무릇 병을 병으로 알면 병을 앓지 않는다(夫惟病病, 是以不病)’는 말이 나온다. 그 앞 구절은 ‘지부지(知不知)는 상(上)이요, 부지지(不知知)는 병(病)’이란다. 알면서 모르는 것이 최상이요, 모르면서 안다는 것이 병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지부지(知不知)나 부지지(不知知)는 명사절 형태로 쓰였다. 그래서 ‘알면서 모르는 것’, ‘모르면서 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냥 문장으로 해석하려면 도무지 그 뜻을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

이 장은 무지(無知)를 아는 것, 즉 부지(不知)에 대해 가르쳐 주는 장이라 할 수 있다. 노자 할아버지는 부지(不知)야 말로 두루 통하여 걸림이 없는 앎이며 그래야 탈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병(病)이라는 기재(器材)를 동원한다.

‘알면서 모르는 것[知不知]’은 무얼 말하는가? 알면서도 속아주거나 모르는 척 시치미 뗀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아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어 과시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지부지(知不知)란 ‘모른다는 것[無知]을 아는 것[知]’과 통하는 말이다. 이는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했던 말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너 자신을 알라" 는 말은 자신의 무지를 자각(自覺)하라는 말이다. 현재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허구인가를 깨달으라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는 자각을 한 후, 거기서 출발하여 새로운 진리를 향해 탐구해 나가라는 것이다.

그러니 노자 할아버지의 ‘알면서 모르는 것[知不知]’이란 안다고 하는 것까지 오히려 알지 못한다고 부정하는 것이다. 진리 앞에서는 알고 있다고 하는 것이 동시에 알지 못하는 것이 되고, 알지 못하는 것이 동시에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 부지지지(不知之知)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니 지부지(知不知)는 상(上)이요, 부지지(不知知)는 병(病)이라는 말의 뜻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부처가 깨달았다고 하면 이미 부처가 아니라는 금강경의 이야기와도 통하는 말이다. 정말 깨달은 사람은 자신이 깨달았다고 떠들고 다니지 않는다. 이미 깨달았다, 못 깨달았다를 분별하는 경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뭘 조금 알았다고 해서 마치 모든 것을 깨달은 척 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병(病)이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이 권력을 쥐게 되고, 힘을 갖게 되면 자신도 파멸시키고 남도 파멸시킬 수밖에 없다. 부지지(不知知)란 한쪽으로 치우쳐 모가 난 앎이다. 한곳으로 치우치면 사단이 나고 모가 나면 시비가 이는 법이다. 그러니 분쟁이 끊이지 않고 나라도 소란스러울 밖에...

대선을 앞두고 깜량도 안되는 자들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막말을 해대고 있다. 이대남 선동 정치를 하고 남혐을 하지말라고 페미니스트들에게 경고한다. 여가부와 통일부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6.10항쟁의 상징이기도한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보며 부마행쟁이냐고 묻는 인사가 대통령을 하겠다고 한다. 일할 자유를 위해 120시간 노동을 말하며 노동자를 우롱하는 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나라다.

병을 앓으면서도 병인줄 모르는 이들이 이 나라를 운영하겠다고 나서는 이 현실이 매우 우려스럽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백성들의 가슴을 시원케 해준 어린 선수를 향해 막말하는 사회의 미래가 밝을 수는 없다.

마지막 구절은 ‘성인(聖人)은 부병(不病)이니 이기병병(以其病病)이라, 시이(是以)로 부병(不病)’이란다. 성인은 병을 앓지 않으니 그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을 앓지 않는 단다.

평안하고 복된 삶을 위해서는 성인의 모습을 닮아야 한다. 건강한 몸, 건강한 사회는 행복의 첫걸음이다. 그러려면 먼저 병을 병으로 아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이뤄져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쳐 모가 난 앎[不知知]을 진리인 양 떠들어대며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에 급급한 정치로는 이 나라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스스로 정직해지는 지혜는 이 땅의 정치인들이 하루바삐 챙겨야 할 덕목이다. 스스로 그 길을 거부한다면 국민의 심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승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