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로 세상읽기] 전쟁에 이긴다고 해도 상례(喪禮)로 삼아 슬퍼해야
[노자로 세상읽기] 전쟁에 이긴다고 해도 상례(喪禮)로 삼아 슬퍼해야
  • 이승봉
  • 승인 2021.08.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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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8월 10일부터 13일까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실시된다. 이번 훈련은 한반도의 전시상황을 가정한 본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이다. 본훈련인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21-2 CCPT)은 16∼26일로 예정됐다.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 또한 증원 인력 없이 작전사령부급 부대의 현 인원만 훈련에 참여하고, 사단급 이하 부대도 참가 수준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두고 국내외에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전협정 68주년이 되는 지난 7월 27일 13개월 동안 단절되었던 남북통신선이 연결되고, 남북간, 북미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미연합훈련 연기 또는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남북 통신선 연결에 대해 민주당은 즉각 “가뭄에 소나기같은 시원한 소식”이라며 반겼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 역시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 영상회담’을 제안하며, 민간단체의 인도적 협력과 물자 반출을 10개월 만에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에 반해 야당은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이 먼저라며, 대선에 악용하지 말라고 우려와 경고를 날렸다.

한미군사훈련을 앞둔 8월 1일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김여정 부부장은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며 8월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한 남측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겠다고 경고하였다.

지난 8월 5일 여야 국회의원 74명(민주당 61명, 정의당 6명, 열린민주당 3명, 기본소득당 1명, 무소속 3명)은 북한이 대화에 나올 것을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자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통일부 또한 지금과 같은 코로나 4차 유행 상황에서 한미군사훈련의 연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었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지난 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이달 진행하는 한미연합훈련은 "현 정세 아래에서 건설적이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런한 우려와 반대에도 한미연합군사 훈련이 시작되자 김여정 부부장이 10일 한미 연합군사훈련 사전훈련 개시에 반발해 남한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남한에 대해 '배신자적인 처사', 미국에 대해서는 '위선'이라고 비판하며 선제타격 능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훈련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면서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데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한미 연합훈련은 규모나 형식과 관계없이 "우리에 대한 선제타격을 골자"로 하는 "침략적 성격"이라고 규정하며 "해마다 3월과 8월이면 미국과 남조선(남한)의 전쟁 광기로 말미암아 조선반도(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충돌위험이 격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라며 "현 미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란 저들의 침략적 본심을 가리우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라고 비난했다.

전쟁(戰爭)과 살인(殺人)을 업으로 삼는 집단이 있다. 군대라는 조직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녕을 보장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졌다고 하나 때로는 군대가 방어의 수단으로서 존재하기보다는 침략과 약탈을 위한 공격수단이 되기도 한다.

군대의 존재 방식은 계급 관계이다. 철저한 상명하복(上命下服)만이 유일한 질서이다. 거기에 이유나 항의를 달 수 없다. 그렇게 규율이 서지 않으면 목숨을 건 싸움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군의 생각이다. 또 하나의 존재 방식은 약육강식이다. 강한 힘만이 군대에 있어서 선이다.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희생할 수 있다.

군대와 전혀 다른 사고와 존재방식을 택하는 집단이 있다. 종교(宗敎)가 그렇다. 종교의 존재방식은 사랑과 자비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봉사와 희생을 실천한다. 그래서 종교가 추구하는 권력은 ‘봉사하는 권력’이다. 세상이나 군대가 ‘지배하는 권력’을 추구하는 것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예수는 “원수를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셨고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을 돌려대라”고 하셨다.

노자 31장에서 노자 할아버지는 이런 차이에 대해 “군자는 머물 때에는 왼쪽을 귀히 여기고 군대를 부릴 때에는 오른쪽을 귀히 여긴다(君子는 居則貴左하고 用兵則貴右한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또 “좋은 일에는 왼편을 받들고 흉한 일에는 오른편을 숭상한다(吉事尙左하고 凶事尙右한다)”고 말한다.

동양에서 임금의 옥좌는 언제나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배치한다. 북극성이 방위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처럼 왕은 그 나라의 근본이 되므로 북쪽에 자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임금을 지칭하는 단어 중에 ‘남면(南面)’이라는 말이 생겼다. 이 말은 임금이 언제나 북쪽에 앉아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데서 유래된 것이다.

임금이 북쪽에 앉아 바라볼 때 왼쪽은 동쪽이 되고 오른쪽은 서쪽이 된다. 동쪽은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생문(生門)이고 서쪽은 해가 지는 곳으로 사문(死門)이다. 그러니 일반 정치에서는 왼쪽이 오른쪽 보다 귀히 쓰이게 되는 것이다.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은 것은 이런 이치에서다. 하지만 군대에 있어서는 다르다.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곳에서는 왼쪽 보다는 오른쪽이 숭상된다. 때문에 군대의 편재에서는 오른편에 상장군, 왼편에 편장군이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죽음의 자리에서 더 가까운 사람이 더 많은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전쟁을 상례(喪禮)로 삼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에서 노자 할아버지는 “군대란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어서 군자가 다룰 물건이 아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게 될 때에는 염담(恬淡)이 상책이니 승리했다고 좋아하지 않는다. 이기고 좋아하는 것은 곳 살인을 즐기는 것이라. 무릇 살인을 즐기는 자는 천하에 뜻을 얻지 못한다(兵者는 不祥之器로 非君子之器니라。不得已而用之면 恬淡爲上이니 勝而不美니라。而美之者는 是樂殺人이라。夫樂殺人者는 不可得志於天下矣니라)”고 가르친다.

군대는 필요선이 아니라 필요악이라는 것이다. 군자가, 혹은 어진 임금이 군대를 키우는 것은 남의 나라를 침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가 쳐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보유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다른 나라의 침공에 대항해야 할 때도 욕심 없이 담담하게 군대를 부릴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나라의 안녕과 국민의 재산을 지키기기만 하면 된다. 전쟁에 임할 때, 평안할 염(恬) 맑을 담(淡), 염담(恬淡)이 상책이란다. 전쟁을 하긴 하는데 그걸 기화로 적의 땅을 빼앗겠다든지, 적군을 사로잡아 노예로 만들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바로 ‘염담(恬淡)’인 것이다. 이는 침략군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더 나아가 노자 할아버지는 승리했다고 좋아하는 것은 살인을 즐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살인을 즐기는 자는 천하에 뜻을 얻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노자 할아버지의 경고를 들으며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만들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 죄 없는 백성들을 죽이고 승리했다고 기뻐하던 부시와 그의 추종자들이 생각난다. 전투기를 타고 항공모함에 내려 승리를 선언하고 자축하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이 끝난 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과연 미국은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또 천하가 이라크 전쟁이 옳았다고 지지하고 있는가? 미국에서도 뜻있는 이들은 이라크 전쟁이 베트남전쟁처럼 미국을 늪 속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변화를 강요 당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 우리 한반도는 중대한 기로점에 서있다. 민족 자주와 번영을 구가할 것인지 도 다시 한미일 삼각 동맹 속에 끌려 들어가 전쟁의 기로에 설 것인지를 결단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민족이익 우선의 원칙을 관철해야만 한다. 그러려면 남북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 북에서는 그 신뢰의 척도로 한미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 남북통신선 연결이 주는 메세지는 남측 정부가 8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책임성있게 결단해야 다음 단계의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국민들이 깨어 한미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게다가 한일동맹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의도는 군사훈련 반대로 무산시킬 수 있다. 우리 한반도내에서 침략전쟁을 용인하는 한미군사 훈련은 북한이 아닌 중국을 향한 것임을 아는 사람은 모두가 안다.

우리는 노자 할아저지의 말씀대로 전쟁은 침략에 맞서는 불가피한 선택이고 혹 전쟁에 이기더라도 상례로 삼아 슬퍼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람을 죽인 것이 많으면 슬피 울어 애도하거니와 전쟁에 이겼더라도 상례로 삼아야 한다(殺人衆多면 以哀悲泣之하거니와 戰勝이라도 以喪禮處之니라)는 말씀 이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 와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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