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을 모르는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Code Red)
만족을 모르는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Code Red)
  • 광명시민신문
  • 승인 2021.08.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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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기후 재앙을 겪고 있다. 홍수, 가뭄, 폭염, 산불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 동부 뉴욕주의 지하철은 집중호우로 침수되었다. 중국 쓰촨성에는 시간당 2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72만명이 집을 잃었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지난 6월에 34.8도를 찍었는데, 120년 만에 가장 높은 6월 기온으로 기록되었다. 1년 중 대부분이 눈과 얼음으로 덮인 ‘동토지대’였던 시베리아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 산불 연기가 3천km 떨어진 북극에까지 닿았는데,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유럽과 북미, 아프리카, 남미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이 산불로 신음하고 있다.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에비아섬에서는 지난 일주일 새 서울만한 숲이 탔다. 45도를 웃도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진화 작업도 쉽지 않다고 한다.

터키는 최근 전국 47개 지역 234곳에서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났다. 헬기를 동원한 사투를 벌였지만 서울 면적의 1.5배나 되는 숲이 파괴됐고, 8명이 숨지고 860명이 다쳤다.

이탈리아도 남부의 시칠리아, 중부의 칼라브리아 등에서 산불이 났다. 불은 마을 코앞까지 번졌고, 연기는 대낮에도 해를 가릴 정도였다. 시칠리아는 기상관측 이래 유럽에서 가장 높은 48.8도의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서부에도 벌써 한 달 가까이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크기의 3배 면적을 집어삼켰는데,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미국에서 올해 발생한 산불 건수는 무려 4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캐나다도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캐나다 해안에서는 폭염으로 홍합 등 10억 마리 이상의 해양생물들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인류의 미래를 가장 위협하는 것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기후 위기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빈부격차, 전쟁, 코로나 대유행 등도 심각한 위협이지만 기후 위기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는 전 지구적인 노력 없이는 해소될 수 없는 절대절명의 위기다. 이 기후 위기가 지구상에서 6번째 대멸종을 가져올 것이며 그 시기가 코 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이 위기를 극북하기 위해 2015년 파리에서 유엔 기후협약이 맺어진다. 이 협약에는 195개국이 서명하였는데, 203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상의 온도를 2도 상승 이하로 묶어 놓기로 하였다.

하지만 협약 이후,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가면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학계의 지적이 있었다. 동토에 갇혀 있던 메탄가스가 새 나오면서 지구의 온도를 급속도로 상승시키고 그 영향으로 바닷속에 매장되어 있던 메탄 또한 방출되어 그야말로 순식간에 5~6도까지 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그래서 2018년 10월 6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48회 IPCC 총회(국제 기후 변동에 관한 정부 인사 간 총회,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는 가맹국 만장일치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보고서에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고 그 실현을 위해 전 세계가 협심하여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최근 8월 9일날, IPCC는 지구 평균 온도 1.5도 이상 상승하는 시기가 2052년에서 2040년으로 앞당겨졌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IPCC는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대책을 수립한다는 취지로 1988년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협의체다. IPCC의 이번 보고서는 전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해 최근의 연구 성과와 1만 4천 건이 넘는 보고서 등을 검토해 포괄적인 평가를 담은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라면서 "화석 연료와 삼림 벌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를 질식시키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코드 레드란 말은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에 대한 경고란 뜻이니다.

지금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의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에너지 소비 시스템이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에너지를 무한대로 소비하는 우리의 산업 시스템 전체를 바꾸지 않고는 기후재난을 막을 수 없다. 석탄 발전을 멈추고 기업과 자본에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분명히 묻는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 기후 위기는 전 세계에 동시적으로 오지 않는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저개발 국가가 먼저 큰 피해를 당한다. 투발루나 방글라데시에 같이 온실가스 배출과 상관없는 나라들이 벌써 물이 잠기고 있다.

때문에 기후 위기는 정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개발국가, 소위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는 그다지 피해를 보지 않지만 지구 온난화에 책임이 없는 저개발 국가들이 기후 재앙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 국가들이 저개발 국가를 지원하도록 유엔 협약이 규정하고 있지만, 개발국가들은 자신들이 감당해야할 부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

또 하나 생각할 것은 기후 위기가 누적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 보다는 다음 세대가 더 위험하다. 우리야 자동차를 타고 싼 전기로 공장을 돌리지만, 다음 세대는 우리가 만든 에너지 피해를 몽땅 책임져야 한다. 원인 제공자와 뒤처리해야 하는 세대가 다른 것이다. 그러니 기후 위기에는 세대 간의 정의 문제도 걸려 있다.

도덕경 46장에 보면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더 큰 화가 없고, 욕심으로 얻으려는 것만큼 큰 허물이 없다. 그런고로 넉넉함을 넉넉함으로 알면 언제나 만족하게 된다.(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 故로 知足之足 常足矣)”라는 말이 나온다.

인간에게 닥치는 화와 허물은 만족함을 모르는데서 기인한다는 말이다. 앞에서 인류가 당면한 기후 위기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이 위기 또한 만족함을 모르는 인간의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노자는 만족함을 모르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전쟁에 비유한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군마가 거름을 내고, 천하에 도가 없어지면 군마가 전쟁터에서 새끼를 낳게 된다(天下有道 卻走馬以糞 天下無道 戎馬生於郊)는 것이다.

천하에 도가 살아 있으면 군마가 농사를 짓고 천하에 도가 사라지면 전쟁이 끊이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이 구절에서 주마(走馬)는 전쟁을 치르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군마를 가리킨다. 이 군마가 천하에 도가 살아 있을 적에는 거름을 내어 밭을 가는 농마가 된단다. 전쟁이 없으니 농사짓는데 쓸 밖에..반대로 도가 사라지면 전쟁터에서 말이 새끼를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고 오래도록 계속 된다는 뜻이다.

그러면 전쟁은 왜 일어나게 되는가? 온갖 명분을 갖다 붙여 전쟁을 일으키지만 진짜 이유는 욕심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보라. 부시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내걸고 전쟁을 일으켰지만 그 전쟁의 진짜 이유는 군수재벌, 석유재벌들의 배를 불리고 미국의 영향력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란 걸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욕심외에는 아무 이유도 없는 20년간의 전쟁 때문에 아프칸 백성들은 모진 삶을 살아야 했다. 미군이 철수한 지금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며 또 다시 피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노자는 만족을 알지 못하고 더 가지려고 군대를 동원하여 전쟁을 일으키는 어리석은 자들이 받을 화와 허물을 염려하며 그 헛된 꿈에서 깨어나라고 충고한다. 100년도 채 못사는 인생들이 영원한 부귀영화를 누려 보자고 난리치는 모습이 못내 안타까운 것이다.

성서는 인류의 역사가 형과 아우의 투쟁으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카인과 아벨, 이삭과 이스마엘의 대결, 야곱과 에서의 투쟁이 그렇고 요셉과 그 형제들의 다툼이 그렇다. 이 모형은 신약의 첫 아담과 둘째 아담의 비유에 이르기까지 성서를 관통하고 있는 일관된 흐름이다. 땅이 입을 벌려 받은 것은 아우 아벨의 피였다. 이 땅에서 벌어지는 모든 투쟁, 모든 살인은 그냥 투쟁, 그냥 살인이 아니라 아우를 때리고 죽이는 행위다. 모든 살인자의 칼끝에서 이슬처럼 사라지는 목숨이 바로 그 살인자의 아우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제 아우, 제 형을 죽이면서 기뻐하고, 그 흘린 피 위에서 승리의 축배를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기쁨을 누리고 영화를 누린다 할지라도 한낮 길고 고된 헛된 꿈에 불과한 것인데도 말이다.

이 형제끼리의 투쟁과 살육은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도 일방적으로 집요하게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인류가 맞이하고 있는 코드 레드(Code Red)인 것이다. 이제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10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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