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명YMCA 볍씨학교에 놀러 오세요~
[기고] 광명YMCA 볍씨학교에 놀러 오세요~
  • 윤재향
  • 승인 2021.08.24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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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지역에는 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초중등 대안학교가 있습니다.

2021년에 광명YMCA 볍씨학교(이하 볍씨학교)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디뎠지만, 1996년부터 학부모들이 “진정한 교육이 무엇일까?” 라는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볍씨학교는 공교육으로 일컬어지는 일반초등학교와는 많이 다릅니다. 가장 먼저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점은 “선택하여 오는 학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택하면서 많은 고민을 한다는 것입니다.

만 7세가 되면 자신이 사는 주소지 가까운 초등학교로 당연히 가는 일반초등학교와는 많이 다르지요. 다른 것은 참 많습니다. 배우는 것도 많이 다릅니다. 지식중심이기 보다는 생활중심이다 보니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자치적으로 결정하고 활동하며, 학부모와 교육 참여가 가능한 것도 많이 다른 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일상을 멈추고 있는 지금, 마스크와 방역수칙을 지키면서도 아이들이 학교에 꾸준히 나와 일상을 살고 있다는 것 또한 크게 다른 점입니다. 작은 규모의 아이들과 지내고 있는 대안학교의 특성 때문입니다.

그래도 일반초등학교와 같은 것도 많습니다.

볍씨학교 아이들이나 일반학교 아이들 모두 맑고 순수합니다. 학부모들도 같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을 잘 키울까, 잘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선생님들도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선생이 될까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다니다 보니 길이 되었다는 말처럼 볍씨학교도 이제 하나의 길이 되었습니다.

초등대안학교로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2001년 3월 소박한 입학식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열한 명의 아이들이 이제 어린이과정, 청소년과정을 거쳐 볍씨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졸업한 친구들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때론 힘들고, 때론 설레는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아름답게 자라난 것처럼 볍씨학교 역시 잘 커왔습니다. (참고로, 2021년 현재는 어린이과정 1학년부터 9학년(중학교 3학년)까지 67명의 아이들이 함께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과 함께 힘을 모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가는 길 위에서 건강한 아이들과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대안교육의 길을 만들어 갈 거라고 희망을 품어 봅니다.

그 길이 궁금하신 분들, 대안학교에서는 어떤 것들을 배우는지 알고 싶은 분들, 대안교육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 분들을 초대해 학교에 대해 설명하는 입학설명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볍씨와 나

김수현 (온누리반, 2019년 2월 졸업)

안녕하세요. 저는 2019년에 볍씨를 졸업한 김수현 입니다.

글을 쓰려고 까마득한 옛날을 떠올려 보니 볍씨에 들어오기 전, “볍씨에 가기 싫다”며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던 옛날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볍씨에 입학하기도 전이었으니 “지금 다니는 풀씨학교가 더 재미있어서 나는 계속 풀씨에 다니고 싶다”는 일곱 살짜리의 똥고집 이었죠. 그런데 볍씨에 들어와서,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학교. 친구들과 같이 나들이도 가고, 반찬을 싸들고 나가 밖에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노래도 만들어 부르며 저는 금세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내일 학교가면 뭘 하지?’하는 생각에 학교 가는 날이 기다려졌습니다.

사실은 학교에 불만을 품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산을 타고 학교에 가야 하는 날, 뙤약볕에 밭일 하는 날. TV나 컴퓨터, 휴대폰 등 미디어 사용에 있어서 제약을 받을 때, 학교에서 하는 지기활동이 귀찮았을 때도 있었고, 학교를 다시 짓기 전에는 냄새나는 화장실이 불만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볍씨 밖의 친구들은 핸드폰도 있고, tv도 마음껏 보고, 산도 안 타고, 밭일도, 지기도 안 하는데 볍씨에서는 힘든 일들을 굳이 해야 하니까 그게 불만이었습니다.

청소년과정이 되면서 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는 것이 어려웠고, 나를 돌아봐야 하고,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자꾸 바꿔나가려고 해야 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볍씨 생활을 마치고,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그 경험들이 나를 바로 세워 주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음식을 먹고, 일을 하는 등, 내가 하는 생활에서 접하는 상황들이 그저 당연한 것이 아닌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볍씨에서 하는 일들이 힘들다고 하기 싫다고 투정이었는데, 저는 남들은 쉽게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들을 볍씨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 나를 인정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렵고,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연습들이 쌓여서 이제는 저를 제대로 바라보고, 당당하게 나의 모습을 인정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멋대로 산다.”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내 멋을 제대로 알고, 드러내며 사는 것. 볍씨는 나의 건강한 모습, 장점들을 제대로 보고 드러내며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볍씨에서 만난 친구들도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친구들을 다시 한 번 만났는데, 오래 떨어져 있었지만, 어색하지 않은, 언제든 나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드러낼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난 것이 감사했습니다.

볍씨에서 10년, 제 삶의 반 이상을 함께한 볍씨. 가끔 ‘내가 볍씨에 다니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볍씨에 다니지 않았던 삶이 없기에, 그 삶을 상상할 수도, 지난 일을 되돌릴 수도 없지만, 그래도 역시 볍씨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요즘도 가끔 볍씨를 떠올립니다. 사실 요즘의 볍씨는 저에게 익숙한 풍경은 아닙니다. 건물도,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도 말이에요. 그렇지만 여전히 볍씨는 저에게 집 같고, 가족 같은 공간이고, 학교입니다. “학교를 졸업 했으니까 끝”이 아니라, 언제든 찾아가면 반갑게 맞아주는 학교가 있다는 것이 참 복 받은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글을 마무리 하며 다시 한 번 볍씨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요.

언제나 반가운 고향집 같은 학교가 되어주어서 감사합니다;)

 

<광명YMCA 볍씨학교 입학설명회>

▶일시 : 2021년 9월 25일(토), 28일(화), 29일(수) 2시~4시20분
▶장소 : 광명YMCA 교육회관(볍씨학교 놀터)
▶입학설명회 참가 신청 : 구글폼 신청 (https://bit.ly/2022입학설명회)
▶문의 : 02-809-2081 / byeopss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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