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 감독·김보연배우에게 ‘꼬방동네사람들’ 이야기를 듣다...광명개청 40주년, ‘광명동네 경사났네’
배창호 감독·김보연배우에게 ‘꼬방동네사람들’ 이야기를 듣다...광명개청 40주년, ‘광명동네 경사났네’
  • 광명시민신문
  • 승인 2021.10.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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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적인 삶속에서도 정감있는 장면을 담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여러 곳을 물색했어요. 서울의 하월곡동, 삼양동 등 원작의 배경이 되었던 산동네를 찾아다니기도 하다가 광명시 철산동까지 오게 되었지요. 그 때 수문이 있고 전철이 지나가고 마을 동네가 그 가운데 있으면서 무성한 풀밭과 함께 개천이 흐르는 사연있는 풍광이 카메라에 딱 들어오더군요. 물질적인 궁핍함 속에서 어렵고 힘들어도 정과 희망이 있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좋은 곳이다 싶었어요. 어렵고 힘든 삶속에서도 동네 사람들이 서로 도우면서 동네 노인의 환갑잔치를 함께 하는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연출될 수 있었지요.”

광명시를 영화 ‘꼬방동네사람들’의 촬영지로 선택하게 이유를 묻는 시민 전희자씨의 질문에 배창호 감독은 40년 전 촬영할 때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어제 일처럼 자세한 답변을 이어나갔다.

“실제로 촬영을 할 때도 동네 주민들이 많이 협조를 해 주셨어요. 발전기의 소리가 아주 엄청났고 게다가 비가 쏟아지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 비를 뿌리려면 콤프레샤를 돌려야 하는데 그 소리 또한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크고 불편한 소리인데도데 그런 것들을 다 이해해 주셨지요. 동네 잔치 장면에서는 마을 분들이 함께 출연도 해주셨고요. 그때 이장님 댁에서 스태프들이 식사를 하기도 했는데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KTX 광명역 등 엄청 달라지고 발전한 모습을 직접 와서 보니 기쁘네요”

 

 

한편 김보연 배우도 당시 어린 배우로서 굴곡많은 거친 삶을 견뎌내는 역할을 해내느라 많이 힘들었다는 촬영 에피소드와 함께 당시의 소회를 전했다.

“광명시에 40여년 만에 와서 그 때의 추억을 기억하며 발전한 모습을 함께 보니 정말 감회가 새로워요. 정말 저는 오늘 행복한 마음으로 왔어요. 사실 영화 ‘꼬방동네사람들’이 없었으면 내 연기 인생이 이렇게 길게 이어지지 못했을 것에요.. 이 영화와 배창호감독님의 또 다른 영화‘안녕하세요 하나님’가지 그 두 작품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김보연’이란 배우가 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다시 한번 감독님께 감사드리고요, 오늘 ‘꼬방동네사람들’을 촬영한 이 곳 광명에서 영화이야기와 추억을 함께 나눈다 해서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어요.”

 

한국예총 광명지회와 한국영화인총연합회 광명지부는 광명시 개청 40주년을 맞아 구름산예술제의 하나로 시민영화공감토크를 웃음꽃 속에 마쳤다. 40여년 전 광명시 철산동에서 촬영했던 영화 ‘꼬방동네사람들’을 소재로 배창호 감독과 주연 연기자 김보연 배우, 그리고 시민 패널 40여명이 함께 하는 공감 토크 행사였다. 줌(ZOOM)으로 진행하는 온택트 랜선 토크 행사였지만 철저한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광명극장에 모인 현장 관객이 함께 하면서 흥을 돋우었다.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은 1981년에 발표된 이동철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40 여년 전 광명시 철산동 일대를 배경으로 가슴 절절한 사랑과 억척스럽고도 뜨거운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비루하고 모진 현실에서도 정 하나로 연결되는 이웃과의 소통과 나눔으로 희망을 일구어 나갔던 시절의 인간적 공동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제21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ㆍ남우조연상ㆍ특별상(신인감독부문), 제19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신인상, 제3회 영평상 감독상ㆍ촬영상ㆍ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던 화제작이다.

이번 시민영화공감토크에서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교통허브도시이자 평생학습도시 및 문화도시로 비상을 꿈꾸고 있는 광명시의 현재와 40여 년전 어려웠던 시절의 광명시 모습을 영화의 스크린에서 찾아 보며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만끽했다. 배창호 감독과 김보연 배우는 촬영 당시 에피소드와 영화계 데뷔 이야기 및 연기에 대한 생각들을 진솔하고 재미있게 풀어내어 의미있는 토크 행사에 재미를 더했다.

배창호 감독은 당시 김보연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백만불 짜리의 눈물연기를 보여주었다”며 “좀 더 많은 분들이 이 영화속의 김보연 배우의 명연기를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보연 배우는 “배감독님께서 제게 좀 더 미모가 돋보일 수 있는 황진이 같은 예쁜 역할을 좀 주시지, 매번 억척스럽고 사연많은 힘든 삶을 살아나가는 역할만 주셨다”며 마음 속에 오래 묵은 아쉬움을 슬쩍 털어놓았다. 이에 광명영화인협회 회장인 나기수배우도 오래 전 김보연배우와의 출연 비화를 들려주며 김보연 배우를 ‘눈물연기의 여왕’이라고 추켜 올리기도 했다.

이어 시민들이 영화의 한 장면을 연기해 보는 ‘나도 배우다’코너와 영화 OST를 감상하며 함께 불러 보는 시간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연기자로 참여한 일부 시민들은 영화의 명장면 한 부분을 선택하여 오디션 형식의 즉석 연기를 펼쳤다.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여 영화와 연기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 장면에 시민 연기를 이어 붙인 영상을 만들어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웃음을 더했다.

연기자로 참여한 시민 오정옥씨는 속사포같은 상당한 분량의대사를 즉석에서 모두 암기하여 열연을 펼치는 기염을 토했다. 배우 김보연씨는 “그 긴 대사를 입술이 바짝 바짝 마르면서도 끝까지 해내시니 정말 멋지고 잘하셨다. 배우의 심정을 잘 아실 것 같다”라며 공감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철산동에 거주하는 20대 정예슬씨는 “지역축제에 관심이 적었는데 이번 시민영화토크 행사에 기꺼이 참여하면서 매우 좋은 경험을 했고 우리 동네에서의 좋은 추억거리를 만든 것 같아 참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씨는 배창호감독에게서 “감정이 좋다. 감정을 집중해서 연기로 표현하는 역량이 대단하다”라는 극찬을 받기도.

연기자로서의 꿈이 가슴 속 깊이 남아 있었다는 50대 손민철씨는 “프로필이 좋으시다 (배우로서의 얼굴이 개성있다)”라는 배창호 감독의 찬사와 함께 “생업으로는 어렵겠지만 취미로 연기를 해 보시는 것도 좋겠다”라는 현실적인 격려를 받았다. 이에 손민철씨는 “연기에 도전해서 막상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려 하니 이렇게 세밀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굉장히 난감했다. 연기란 것이 정말 쉬운 것이 아니로구나 하는 생각을 뼈져리게 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70대 장무식(하안동 거주)씨와 60대 황민성씨는 영화속의 두 남녀 주인공의 우산속 키스 장면 연기에 과감히 도전했다. 20대 연인의 키스 장면을 대사없는 표정만으로도 풍부하게 표현하여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배창호 감독은 “참여한 시민들이 도전하시는 모습이 멋지다. 장면들을 잘 찝어내서 재미있게 연출했다.”고 총평을 더했다.

또한 영화 속 주제 음악(OST)인 대금연주자 김영동 작곡의 ‘조각배’를 김보연 배우가 아이를 들쳐없고 철길을 걸어가는 장면에서 애절하고 처연하게 부르는 장면을 보면서 시민들은 함께 눈물짓기도 했다. 이어 1인 창무극의 대가이자 인간 문화재인 고 공옥진여사의 선창으로 마을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꼬방동네 경사났네’를 들으며 일부 시민들은 ‘광명동네 경사났네’를 외치기도 했다. 1980년대에 가장 유행했던 팝송 ‘섹시뮤직’을 김희라 배우의 능청스러운 춤 장면과 함께 감상하면서 이어 원곡 팝송을 직접 듣는 시간도 가졌다. 현장의 관객과 ZOOM으로 참여한 시민 패널들이 박수를 치고 함께 노래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이에 김보연 배우도 적극적으로 춤사위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줌(ZOOM)으로 참여한 시민패널 중의 캘리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시민 정은정씨는 즉석에서 캘리 작품을 완성하여 행사 참여 패널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시민 패널들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자 싶은 미련과 아쉬움을 접으며 ‘검은 장갑 벗어던지기 퍼포먼스’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영화 속의 ‘검은 장갑’은 주인공의 핍진한 삶과 고난 및 외로움을 상징하는 미장센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명숙(배우 김보연 분)은 화상의 흉터를 가리기 위해 늘 끼고 다녀야 했던 ‘검은 장갑’을 드디어 벗으면서 아들과 남편과의 희망적인 삶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에 코로나19 상황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문제, 소통의 어려움, 단절되는 관계의 답답함 등 좋지 않은 것들을 검은 장갑의 손가락 마다 담아 모두 벗어 던져 버리자는 의미의 퍼포먼스였다.

한편, 한국의 스필버그라 불리우는 배창호 감독은 ‘철인들’(1982) ‘적도의 꽃’(1983)‘고래사냥’(1984) ‘깊고 푸른 밤’(1985)‘황진이’(1986)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안녕하세요 하나님’(1988), ‘정’(2004), ‘길’(2005) 등의 다양한 명작을 연출한 한국영화사의 거목이다. 현재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역할과 함께 차기 작품을 구상 중이다.

배우 김보연은 1976년 MBC 8기 공채 탤런트로 시작하여 어린 의뢰인 (장규성, 2019), 워킹걸 (정범식, 2014), 모비딕 (박인제, 2011), 적과의 동침 (박건용, 2011),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이준익, 2010), 불신지옥 (이용주, 2009), 압록강은 흐른다 (이종한, 2008), 개 같은 날의 오후(이민용, 1995) 등의 영화와 드라마를 넘마들며 수십편의 작품에서 명연기를 펼쳤다. 1983년 MBC 서울국제가요제 금상을 수상한 가수이기도 한 만능엔터테이너인 그는 최근에는 종편드라마 ‘결혼작사이혼작곡’에서 화제의 연기를 펼친 바 있다.

행사 기획 및 진행을 맡은 전)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이자 한국해양대학교 겸임교수인 강은아 광명큰빛영화제/젠더와예술문화연구원 대표는 “부족한 진행의 작은 행사였지만 거장 배창호 감독과 김보연 배우께서 재미있고 정감있게 펼쳐주신 풍부한 말씀들로 광명시 개청 40주년을 기념할 수 있었다. 아쉬운 대로 코로나19 상황에서 문화예술을 맘껏 누리지 못하고 지쳐있는 시민들에게 큰 힐링과 힘을 주는 행사로 만들어 주셨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구름산 예술제를 총괄 주관한 이주형 한국예총 광명지회장은 “박승원 시장의 결단으로 철저한 방역 하에 최대한 시민들이 누리고 참여하는 축제를 열 수 있었다”며 “영화인협회에서 마련한 시민영화공감토크는 유명 감독과 배우를 초대할 수 있던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이 배우처럼 직접 연기도 해 보고 영화 주제곡 노래와 춤도 함께 하며 참여하는 행사가 되어 매우 신선했다”라고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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