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서
갈림길에서
  • 이경달 칼럼
  • 승인 2022.02.22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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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서

눈이 온다는 소식이다. 시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장작을 덮고 외부로 열려 있는 공간을 여민다. 비오거나 눈이 올 때나. 눈은 저곳과 이곳의 관계가 존재함을 증명한다. 하늘에서 오는 눈은 펄펄 날린다. 바람에 실린 눈은 하늘과 땅의 분간을 무너뜨렸다. 그래도 중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눈은 내리지 않았고 비도 오지 않았다. 봄날 산은 갈색 잎과 그 갈색 잎이 내려앉은 오래된 옅은 갈색의 땅이다. 버드나무 끝이 노랗다.

나이나 학력 그리고 성별과 무관하게 품위의 그들이 있다. 품위는 관계를 통해서 나타난다. 보고 말하고, 듣고 말하는 분들이다. 의외로 누구를 잘 만나지 않는 그들이 조용하다. 글을 읽지 못하는 분은 드물었다. 반면 이것저것을 주워들은 그들이 혹 만나면 아는 체이다. 아는 체. 떠도는 흔한 단어의 반복이다. 내부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지. 회의를 품은 의문이다.

오래된 그 때 창고가 기울었다. 말을 엿듣고, 헐어라고 그리고 헐고 나면 나무를 자기 달라고. 일방적이었다. 일을 해본 그러나 이름 없는 목수에게 물었다. 작은 목조건물은 돌 위에 기초가 되어 있고 돌은 크지 않다. 기울진 곳의 밑을 들어 바르게 하고 주춧돌을 그 자리로 옮기면 된다. 그의 말대로 창고는 고쳐졌고 멀쩡하게 사용하고 있다. 아무짝에 필요 없다는 말과 고칠 수 없다는 그 말의 그들 내부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 신중한 그분은 뒷말의 대상이었다.

내게도 묻는 분이 계셨다. 집을 어떻게 지으면 좋습니까. 막연했다. 아마 내가 집을 짓는 것을 지켜본 탓이다. 그 분은 거친 일에 이골이 난 분이었다. 그러니 내게 구조나 업자관계를 묻는 것은 아니었다. 집을 높이 지을까요.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내가 판단한 내용이었다. 차가 일할 장소에 잘 들어가야지요. 좁은 마당을 두고 집짓는 것은 이런저런 손실이다. 그는 포크레인을 동원해서 집터뿐만 아니라 마당까지 크게 넓혔다. 큰 차가 드나들고 작업하는 차 몇 대가 쉽게 주차할 수 있었다. 본디 그런 일을 잘 아는 분이었다. 그분이 집 짓는 과정을 멀리서 보았다. 집짓기. 확인해야할 일이 많지만 그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확인과정이 성숙의 증거이다. 그도 뒷말의 대상이었다.

집은 마음을 상징한다. 업자를 불러 집의 방향이나 모양에 관한 최종결정을 한다. 차 세울 공간이나 자재 하역할 공간을 미리 확보한다. 상식적이다. 괴이한 것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집은 반듯하게 세워진다. 이들은 충동적이지 않다. 내용이 사전에 잘 준비되어 있다. 말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남을 배려한다든가 그런 것은 없었다. 그들은 그들의 일만 했다.

사실에 대한 확인은 다면적이고 다층적으로 이루어진다. 사람에 대해 나는 몇 가지 견해를 가지고 있다. 충동성 여부를 따진다. 그리고 말의 신뢰성 그러니 책임 여부를 따진다. 그러면 너 나를 구분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행위의 그들도 알게 된다. 관계는 이후에 성립한다. 이걸 알기 위해 지켜보는 과정이 나이가 들수록 짧아지고 판단도 단호해진다. 이런 관찰력이면 길거리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삶을 흉내 내지 않는다. 자기 판단력이 이정표이다. 갈림길에서 판단한다.

‘제임스 랜디’ ‘인민사원’ ‘문해력’ 그리고 ‘콜드 리딩’ 이것저것 인용하는 그들에게 권할 때가 있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마술을 즐기던 아이는 잘 알고 있었다. 먼저 고전을 이리저리 갖다 붙여서 결론을 내는 그들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결론이 타인의 비방이나 미래의 예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논어’ 야릇한 책이다. 누가 누구에게 한 말인지. 모두가 공자의 말이라는 것은 좀 그렇다. 그 때와 그 장소는 어디였고 상황은 어떠했는지. 말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대체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글이 그저 머리에 들어오는 분은 곧 ‘공시적 공간’에 빠져 있는 것이다. 시간이 버무려져 있으니 현실이 아닌 그가 된다. 그가 추구한 그것도 현실이 아닌 낯선 공간에 떠돌아다니는 ‘죽은 자들의 한탄’이다. ‘파편화된 기억’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냉정하게 판단해서 물러서지 않으면 물 아래 귀신이 된다.

점술. 재미삼아 일상을 즐겁게 지내라는 ‘위로의 점’도 있다. 그런데 속임수가 들어가면 보다 복잡해진다. ‘인간은 죽는거야’ 이 말에 감탄하는 사람도 있다. ‘돈에 너무 매달리면 안돼’ 이걸 말이라고 듣는 이도 있다. 이보다 심각한 ‘점치는 행위’가 있다. 논어에 도덕경에 성경을 갖다 붙인 그 말이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들은 물아래 있는 자들이다. 물 아래 그들을 상대하는 이 말은 ‘악의’를 품고 있다. 달리 이상한 ‘점괘’의 그들이 있다. 주역이나 정역 음양론이 아닌 ‘신탁’ 비슷한 말이다. 이 말에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다.

말은 주고받는 것이다. 말을 하는 자가 있고 듣는 자가 있다. 하는 자와 듣는 자 사이에는 ‘말’이 있다. 말에는 ‘내용’이 있다. 묻는다. 앞으로 어떻게 되겠느냐. 행운이기도 하고 사업이기도 하다. 기업 컨설팅이 아니다. 행운도 마찬가지이다. 돈. 물아래에서 돈은 내게 들어오는 것이고, 돈에는 사람의 ‘애욕’이 얽혀 있다. 이 말을 듣는 자가 ‘진실한 무엇’을 던진다. 이 진실한 무엇은 ‘듣는 자의 심층의식’이다. 상대와 무관한 그의 마음에 비친 불안과 심려와 이것저것 긁어모은 말의 합산이다. 임의적이다. 이 심층의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한다. 유식불교는 현실에 도달하기 위한 아래야식을 말한다. 현실의 삶을 위해 어두운 무의식을 프로이트는 말한다. 융은 보다 깊은 무의식과 원형을 말한다. 이건 두렵고 걱정하는 인간들이 일상적으로 만나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 안의 죽은 자들 흔적인 이미지를 미래의 예언처럼 뱉는다. 무의식의 바탕인 ‘돈’과 ‘성’의 교묘한 결합이다. 모든 종교가 무속을 배격하는 이유이다. 과학은 경멸한다.

융 심리학자 ‘마리 루이제 폰 프란츠’는 점치는 분들과의 인터뷰를 남겼다. 점치는 그들이 스스로 말하기를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라는 단호한 고백이었다. 인터뷰에는 점치는 기술이 그 외에도 실려 있었다.

저기 보이는 봄 산의 쓸쓸함에 묻어나는 유년기의 추억이다. 그 쓸쓸함은 1억 년 전의 것이거나 백만년 전의 것일 수도 있다. 그 바탕에 임의적으로 콜라쥬되는 유년기의 풍광 하나 그것이 나를 흔든다. 이런 것을 문학이나 예술로 변환되면 위로를 가져온다. 그곳에 비치는 낯선 얼굴이나 지난 길거리에서 보았던 그 얼굴과 모습과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 또 다른 낯선 모습의 등장은 나를 흔든다. 그래서 심리학은 이런 극복을 위한 글쓰기나 음악을 권한다. 나는 나임으로 흉내를 금한다. 흉내는 내가 타인이 되는 것이다.

분열은 ‘내’가 버려지고 ‘남’의 흉내이다. 내 삶이 게을러지는 현상이다. 인류의 오랜 시간은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의 공포이다. 성서를 다양한 주석을 통한 이해보다 ‘나만의 이해’는 돌이킬 수 없는 지하세계로 하강이다. 놀음판에서 처음 돈을 벌은 자들은 결국 패가망신한다. 가족과 친지 친구로부터 빌린 돈 때문에 죽지도 못한다.

충동성. 너와 나의 구분이 되지 않는 카오스. 일상의 우울과 불안으로 부터의 공격성. 죽음에 대한 공포. 이를 극복하고자 했던 사람들. 화가 고흐. 파우스트를 낳은 괴테. 융의 RED BOOK. 인생이 만만치 않다는 징표이다. 그럼에도 그런 걸작을 남긴 그들이다.

산의 봄은 매번 같지 않다. 감정을 제쳐두고 보기란 불가능이다. 봄 산의 나물을 찾는 분들에게는 또 그 때의 추억이지만 영하로 떨어진 날씨의 봄 산에 추운 감정이 묻어있다. 이 감정에는 공격성이 섞여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의미’로 소통한다. 타인과 소통하는 공간이 현실이다. 메멘토 모리. 감정에 벗하는 말이다. 감정. 마음에 거짓말 채우지 마라. 벽이 일어선다. 벽과 바닥의 경계가 무너진다. 보름이 지난 달이다. 달에게 소원을 빈 추억이 있다. 그러나 달리 장난삼아라도 이런 공간에 발을 디디지 말아야할 이유는 망상의 인간이 되기 때문이다. 망상은 오래전 살육의 피비린내이다. 물아래에 엑스타시이다. 오컬트의 핵심이다.

 

-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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