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광명비전, '오래된 미래' 문화의 집에서 발견한다.
문화도시 광명비전, '오래된 미래' 문화의 집에서 발견한다.
  • 신성은 기자
  • 승인 2022.03.3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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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가 문화도시 비전을 선포한 가운데, 광명·하안문화의 집이 재조명되고 있다.

광명시는 29일 ‘시민의 자발적 활동을 통해 도시의 변화를 만드는 문화도시 광명’이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시민이 주도하는 문화도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도시는 문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의 발전과 지역주민의 문화적인 삶을 확산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주민들의 힘으로 지역문화를 발전시키고, 서로를 연결시킨다는 계획이다. 문화도시를 이루는 핵심은 주민과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 문화 콘텐츠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해 문화도시를 지정하면서 주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문화거점을 만들어,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문화도시의 모델은 광명에 이미 있다. 지역 주민들이 모이고, 일을 만들고, 즐기고, 누리는 광명·하안문화의 집이 그렇다. 재개발로 인해 지난 해 문을 닫은 광명문화의 집은 1999년 광명5동 동사무소에 자리 잡았다. 23년 동안 300여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광명동의 문화 중심지가 되어 주었다. 하안문화의 집은 2005년 광명문화원 건물 내에 자리하여, 10여 개의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문화의 집이 특별한 이유는 기획자에 있다. 광명평생학습원, 도서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동아리를 모집하고, 공간을 내어 주고 있지만, 기획자를 두고 동아리가 성장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은 문화의 집 뿐이다. 지역 주민들이 생활문화를 매개로 만나고, 동아리를 만들면, 문화의 집 기획자들은 동아리가 성장하고, 내용이 풍성해 지도록 돕는다.

구로아트밸리2차경연
구로아트밸리에서 열린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 2차 경연대회에서 '하모니' 연합팀이 연주하고 있다.(2016년)

대표적인 예는 2016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에 광명의 생활악기 오케스트라팀 ‘하모니’가 본선에 참가한 것이다. ‘하모니’는 광명문화의집의 오카리나(소리바람)·우쿨렐레(우쿨소리)·클래식앙상블(소사이어티앙상블)·통기타(소리울림)·해금(이현소리) 다섯 개 생활악기 동아리가 연합하여 이루어졌다. 또한, 세종문화회관 정기공연, 음반제작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작업도 해 내었다.

동네 주민들이 서로 연결되고, 전문적인 공연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광명문화의집이 문화 공간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기획자의 숨은 노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문화의집 기획자들은 생활문화를 누리는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주민들이 새로운 상상을 하면, 기획자들은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과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하여 상상이 현실이 되도록 돕는다.

광명문화의집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강숙 소리바람 대표는 문화의집이 주민들을 성장시키며 선순환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오카리나 강사가 우리를 가르쳐 주었는데, 이제는 우리 안에서 강사가 배출되어 가르치고 있어요” 또한, 단순 참여자였던 주민들이 스스로 기획자로 성장한다. “문화의 집은 매년 기획회의를 하는데,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어요. 지휘자를 연결해주고, 작사 작곡자를 연결해 주기도 해요.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 프로젝트를 찾아주기도 하죠. 함께 경험해 보니 우리도 기획하는 법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어요” 역동적인 문화의집 동아리 활동은 주민들의 삶을 문화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엄마들이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오카리나를 배우고 실력을 쌓으니 전국에서 불러줍니다. 회원들이 부천, 영월, 전주 등 전국에서 초청을 받아 연주를 하고 있어요. 엄마를 따라 다섯 살부터 문화의집을 오던 아이는 영향을 받아 지금 예능을 전공하고 있어요” 문화의 집이 주민과 주민 사이에 마을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광명문화의 집 오카리나 동아리 '소리바람'은 영월축제에 참여하여 공연을 하였다.(2019년)

마을 이야기를 담고, 마을 역사를 만들고 있는 문화의 집 회원들은 요즘 불안감에 휩싸였다. 지난 해 광명문화의 집이 뉴타운 재개발로 인해 문을 닫았고, 하안문화의 집은 건물(광명문화원 건물)이 리모델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광명문화의 집을 이용하던 주민과 동아리 회원들은 한 순간 마을의 중심지가 되어 주었던 공간을 잃어 버렸다. 공간뿐만 아니라 주민과 주민을 이어주어 연대하던 연결고리도 흔들리고 있다. 하안문화의 집을 이용하는 주민들도 광명문화의 집을 바라보며 불안해한다. 지금까지 써 내려온 마을의 이야기가 한 순간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광명시 관계자는 문화의 집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최대한 공간을 확보하고 기획자들을 길러내는 일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안문화의 집이 자리하고 있는 광명문화원 건물에 대해서도 리모델링 실시설계가 끝나지 않아, 공간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지 못할 뿐 하안문화의 집도 다시 입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시는 최근 문화도시 광명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광명 곳곳에 문화의 집과 같은 생활문화 거점들이 생길 것이다. 시민기획자를 만들고, 시민이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생활문화 공간을 지원하며 광명의 마을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이다. 광명의 개발 바람 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이어지는 마을 이야기를 기대한다.

광명시는 29일 문화도시 광명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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