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慘敗)
싸움이나 경기 따위에서 참혹할 만큼 크게 패배하거나 실패함. 또는 그런 패배나 실패.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양기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광명을)이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두고 ‘참패’했다고 평가하면서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시민들이 뿔이 났다.
양기대 국회의원의 ‘대선 참패’라는 말에 시민들은 의견이 갈린다.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참패한 것이 맞다는 사람, 양기대 의원이 선거 결과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되묻는 사람, 이재명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뛰었던 자신의 노력이 무시당했다고 화를 내는 사람, 양기대 의원이 드디어 자신의 본색을 드러냈다는 사람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양기대 국회의원의 발언은 이렇다.
“대선 참패 후에도 민주당과 지역위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주신 당의 원로, 선배, 동지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경기광명을 지역위 조직개편을 계기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광명을 지역위원회의 지역대의원대회 성료 보도자료 2022.7.21.)
양기대 의원은 광명시장 시절부터 ‘빨간펜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배포되는 보도자료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수정한다. 이 발언에 양기대 의원의 본심이 담겨있다는 말이다.
광명지역은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지역인가? 광명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52.5%,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44.2%로 이재명 후보가 8.3%의 더 높은 지지를 얻은 지역이다. 각 동별로도 학온동을 제외한 전 동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높았다. 경기도 전체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5.32% 더 높은 지지를 얻었다. 전국적으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득표 차이는 0.73%에 불과했다.
광명지역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지지자들에게 양기대 의원의 ‘대선 참패’ 발언은 너무 가혹하다. 양기대 의원은 당시 하안사거리 유세에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설 수 있도록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양 의원의 ‘대선 참패’라는 평가는 자기 부정이거나 실제로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는 누가 권력을 가지는가, 그 권력을 계속 유지하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권력을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 소수의 엘리트 집단, 기득권 집단을 위한 권력이 아니라 서민과 약자를 위한 권력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 당과 국가 시스템의 개혁은 필수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28일 전국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22대 총선을 이끌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전당대회 투표 반영비율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여론조사 5%, 국민 여론조사 25%이다. 전체 당원의 0.4% 밖에 되지 않는 대의원의 투표 반영 비율이 여전히 30%로 높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좀처럼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정치인, 양기대 의원이 대선을 참패했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자리가 광명을 지역의 전국 대의원을 확정하는 지역대의원대회였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양기대 의원은 ‘대선 참패’ 발언에 대해 민주당은 전국 지자체를 거의 독점하고, 국회는 180석을 가졌다면서 좋은 선거 상황임에도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준 것에 대해 참담한 패배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양기대 의원의 해명에도 ‘대선 참패’라는 발언이 이재명 당대표 후보와 관련된 본심을 드러냈다는 점을 지울 수 없다.
양기대 의원은 ‘대선 참패’ 발언으로 대한민국의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내기보다는, 서민과 약자를 위한 권력 사용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민생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참석자들에 따라서는 ‘참패’라는 용어 선택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패한 것도 서러운데 ‘참혹한’이라는 수식어를 넣었으니 더욱 서럽게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맥을 조금만 살펴봐도 이 발언은 지역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당원들에게 보내는 격려와 다짐의 내용이지 대선 결과를 폄훼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