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노동역사를 작품 통해 바라본다...[검은 안개, 출근길에 새어 나오는 깔깔깔 웃음소리]
광명 노동역사를 작품 통해 바라본다...[검은 안개, 출근길에 새어 나오는 깔깔깔 웃음소리]
  • 신성은 기자
  • 승인 2022.08.12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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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광명지역의 노동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19일까지 광명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김진 외 7명의 작가가 참여한 <검은 안개, 출근길에 새어 나오는 깔깔깔 웃음소리> 전시회를 관통하는 주제는 ‘노동’이다.

전시 작품에는 광명이란 도시를 노동 중심으로 바라보려는 시각예술 작가들의 관점이 담겨있다. 작가들은 산업화 시대의 광명 지역을 재해석하고, MZ세대 노동에 이르기까지 상실한 장소성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자본과 노동의 모순을 이케아의 가구와 같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상품을 활용하여 표현하는 손혜경 작가,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고발하는 추유선 작가, 직접 배달노동을 통해 플랫폼 노동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는 유아연 작가, 농사일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자연 작가 등이 함께한다. 70~80년대 산업시대 노동 환경에서부터 MZ세대의 노동 현실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의 노동 풍경이 한 자리에 보여진다. 이외에도 김덕진 김진 사랑해 정승혜 작가가 함께한다.

전시 제목은 기형도 시인(1960~1989)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중 「안개」라는 시에서 옮겨왔다.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고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양천을 건너 출근하는 사람들 (1977) / 하안동의 여성근로자아파트

 

공장이 뿜어내는 검은 연기가 섞인 ‘안개’는 서울 근교 소도시에 드리운 산업화의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 38년 전 시인 기형도는 구로공단으로 출근하는 검은 안개 자욱한 안양천변의 여성 노동자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광명에서 옛 방직공장의 여성 노동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여성근로자아파트가 폐쇄된 지도 몇 해이다. 시인이 언급한 ‘안개’는 이제 걷혔을까?

디지털 산업단지로 바뀐 구로공단에는 여전히 저임금으로 봉제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된 광명에는 여전히 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플랫폼 노동이라는 열악한 현실의 신노동이 생겨났다. 안양천 샛강 위로 떠돌던 짙은 안개는 지난 38년 동안 더 두껍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 아닐까?

<검은 안개, 출근길에 새어 나오는 깔깔깔 웃음소리>전시회는 광명시민회관 전시실에서 19일 까지 열리며, 오전 9시부터 오후6시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일요일 월요일은 휴관이다. 전시에 대해 보다 넓고 깊은 이야기를 알고 싶은 관객들을 위해 참여 작가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전시 기간 내에 열린다. 참여 및 신청 문의 : jinkimceramics@gmail.com

작가 사랑해_물거품이 되더라도 당신의 느린 사랑을 기다리기로 한 사람_150X180cm 종이에 아크릴
작가 사랑해_물거품이 되더라도 당신의 느린 사랑을 기다리기로 한 사람_150X180cm 종이에 아크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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