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리스식 웨딩
나의 그리스식 웨딩
  • 이기찬
  • 승인 2003.03.28 16:00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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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리스식 웨딩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좋은 영화들이 그 내용만큼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하는거 같다.
그래서 영화 관계자들(더 정확하게 말하면 영화 홍보 및 마케팅 전문가)이 영화 제목이나 포스터에 신경을 쓰고 눈물겨운 홍보노력을 기울이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스런 탐미의 직관에 의해 선택한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바로 그런 홍보나 마케팅의 도움이 무색할 정도로 어떤 이유로든 보게된 관객에게는 영화를 보는 내내 유쾌한 미소와 박장대소를 일으켜 주는 멋진 영화이며 너무나 한국적인 냄새(?)를 풍기는 작품이다.

'그리스인'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아마도 직접 그리스인들을 접한 사람들은 이 영화가 더더욱 공감이 가고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평소에 그리스인이라고는 한번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차니에게 영화를 통해 보여진 그들의 모습은 한편으론 황당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정겹고 친근한 느낌 그 자체였다.

자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왜 그런 느낌을 가졌는지 살펴보자.

< 그가 또는 그녀가 그리스인임을 알아보는 몇가지 방법 >

1.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의 어원은 모두 Greek이라고 주장하며 어떤 단어를 대도 Greek 어원을 대며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다.
2. 최소한 20명 이상의 친척들과 직계가족처럼 모여 산다.
3. 터키사람들 얘기를 하면 철천지 원수를 만난듯이 흥분한다.
4. 한 사람만 어떤 사실을 알게 되면 모든 친척들이 알게 된다.
5. 친척들의 이름이 대개 '마리아' '닉' '니키' 등이 들어가며 같은 이름을 가진 친척들이 부지기 수다.
6. 결혼할 사람의 부모간 상견례에도 모든 친척이 참여한다.
7. 목소리가 우렁차고 몸짓이 매우 과장되며 장난치기를 좋아한다.
8. 보통사람 평균 두배이상의 식사량과 음주량을 보인다.
9. 겉으론 가부장적으로 보이지만 실세는 여자들이다.

이외에도 그들만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은 많지만 그건 아마도 이 영화를 추후 보게될 관객들의 발견하는 재미를 위해 남겨두는게 좋을듯 싶다.^^ (아마도 구수한 옛날 우리네 사람들의 모습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며 친숙함을 느낄 것이다.)

혹시나 청교도적 사고로 무장된 자칭 서구 선진국의 문명 교양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툴라의 남자친구 이안의 부모의 관점에서 이 그리스 가족들을 대한다면 너무나 인간다운 모습을 발견하기 보다는 정신없고 산만한 그들의 겉모습이 더 도드라져 보일지도 모르겠다. 정녕 부탁할지언데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이들을 느껴보라!!

또 하나 이 영화가 과연 우리하고는 너무나 다른 종족(?)인 그리스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웃음만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일까? 당근 아니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끄덕일뻔한 사람은.. 쩝)

그들도 역시 자식들과 가족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가졌으며 자라온 환경과 문화가 틀리기에 분명 경계심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조금은 생각이 틀린 사람들일 뿐임을 알고 하나가 될 수 있는 보편적인 Human Being이라는 사실을 감독은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누나 툴라의 의미심장하고 행복한 변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남동생이 새로운 용기를 내면서 던지는 말이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는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지금 누나의 모습은 너무 멋진게 틀림없지만 누나가 과거에 가지고 있던 소중한 옛 것을 모두를 잊지는 말아줘" (필자 주 : 정확한 대사를 기억하지 못해 스스로 각색함..^^)

주인공 두 남녀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툴라의 아버지는 시종일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데 그건 어쩌면 가부장적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허망한 권위의식과 두려움을 표현해주는 역설적인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이 밉지않게 보였던 이유는 아마도 그런 겉모습안에 담겨진 보통 아버지들의 딸에 대한 지긋한 사랑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게다.물론 그런 약점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지혜롭고 멋진 아내를 곁에 두고 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신과 우정을 나누면서 점점 실감하고 있지만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단 하나의 감정은 사랑이라는 것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런 순수한 사랑덩어리인 인간이라는 존재가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유일한 적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털어내는 것임을 잊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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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03-03-28 16:00:38
이 영화에 대해 좋은 평을 한 기사들을 벌써 여러번 보았다. 이 영화가 가진 장점에 대해서는 이런 기사들이 모두 할말을 했으므로 여기서는 줄인다.

독자 2003-03-28 16:00:38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설정 자체가 일단 명문가 백인 미국인 남자와, 유럽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그리스인 여자라는 사실에 관심을 두는 평은 한번도 보지 못해서 안타깝다. 그런 설정에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어리석은 지도 모르겠다.

독자 2003-03-28 16:00:38
실상 그리스 여자들이 미국인이나 기타 북유럽 백인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바라는지 이곳 유럽에 몇 년 있어보면 금방 눈치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고 장점이 있는지도 모른다.

독자 2003-03-28 16:00:38
하지만 사회 계층이나 세계 속의 인종적 편견, 그와 관련된 경제적 편견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영화들이 우리들의 정신에 무의식적으로 저장시키는 날조된 이미지와 아데올로기의 힘을 생각해 볼 때, 잘사는 백인 남자와 조금 못 사는 나라, 그리스 태생의 여자를 이 영화가 설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좀 더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더우기 두 사람의 사랑을 낭만적이고 코믹하게 다루어 심각한 문제를 희석하는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독자 2003-03-28 16:00:38
특히 그리스식 문화를 기이한 것으로 바라보는 백인 남자 가족들의 시선으로 점철된 영상 편집은 더욱 문제가 있다. 그리스 가족을 낙천적인 것으로, 백인 남자 가족을 다소 부정적으로 그렸다고 해서, 이 문제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백인 남자 가족을 코믹한 방법으로 다소 기이하고 신기하게 그렸다면 문제는 달리 보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