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피 속에 플라스틱이 들어있다
우리 피 속에 플라스틱이 들어있다
  • 김성현 광명자치대학
  • 승인 2022.09.2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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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김성현

내가 사는 아파트는 플라스틱 분리수거에 아주 적극적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투명한 페트병을 일일이 분류하여 버릴 정도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며 권장할만한 사안이다. 우리가 편리하고 익숙하게 사용한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을 잘 활용하지 않는다면 한정된 자원의 고갈은 불가피하다는 정도의 인식은 모두 공유한 듯 싶다. 다행이고 고맙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다. 우리가 열심히 분류하고 분리배출을 하지만 그것이 재활용장으로 이동하기 전에 또는 이동해서 제대로 재사용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있다. 우리나라 수거장은 규모가 작고 인력도 적으며 영세한 곳이 많아, 작은 것까지 다 분류하고 처리할 여력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더해 플라스틱을 깨끗이 세척하지 않고 내놓는 이들이 있어 불가피하게 재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너무 작아서, 또는 너무 가벼워서 처리 과정에서 누락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각 국의 통계 기준이 다른데도 그것을 재활용률이라는 이름으로 취합하니, 우리의 경우 착시를 유발하는 것이다.

재활용을 플라스틱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 것이라 한다면, 우리나라는 재활용률이 겨우 10%대에 그친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이 70% 내외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경우는 플라스틱을 태워서 얻는 열을 에너지화한 에너지 회수를 포함하고 있어 높은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유럽이나 국제기구의 플라스틱 재활용 통계에서는 보조열원으로 사용되는 폐플라스틱은 재활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상 소각이라 해석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사용한 플라스틱이 같은 종류의 플라스틱으로 재활용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재활용은 한 단계 아래 품질의 플라스틱으로 전환이다. 따라서 재활용을 해도 영속적일 수 없는 한계를 갖는다. 재활용 단계를 거치다보면 더이상 낮은 단계로 갈 데가 없다는 말이다. 페트병이 다시 페트병이 되지 않는다는 구조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보통 플라스틱을 분리배출 하는 이들은 착한 소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아끼고 줄여서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착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플라스틱 문제는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1회용 플라스틱은 생산하는데 5초, 사용하는데 5분, 분해되는데 500년’이라는 구호가 있다. 1회용 플라스틱이 주는 편리함의 댓가는 우리 당대에 확인할 수조차 없다. 다시 말하면 100년 조금 넘는 플라스틱의 역사 이래 그 어느 제품도 완전히 분해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태워서 열에너지로 전환 시킨 것 말고는 그렇다. 한정된 공간인 지구별 안에 그 많은 플라스틱이 어딘가에 묻혀있고, 그로 인한 환경적 재앙이 배태되고 있다는 말이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화석연료가 10% 이상이다. 2050년이면 20%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다들 알듯이 화석연료는 기후재난의 주범이다. 플라스틱은 썩지 않아 문제인 것만이 아니라 기후재난을 가속화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착한 소비라는 인식의 수준을 넘는 깨달음과 적극적 의지와 실천적 행위가 없다면 미래는 점점 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편리함의 이면에 다가오는 재앙이라니. 사실 재앙은 이미 시작됐다.

더 심각한 이야기를 하자면 칼럼의 제목처럼 ‘우리 피 속에 플라스틱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사용된 플라스틱 제품이 육지나 바다에 버려진 상태에서 부딪히며 작아진다. 세월이 지나며 아주 작은 알갱이가 되는데 이를 ‘미세플라스틱’이라 부른다. 더 작은 것은 ‘초미세플라스틱’이라 한다. 이른바 ‘죽음의 알갱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진 플라스틱 알갱이가 바닷속 작은 생물의 먹이가 되고, 먹이사슬에 따라 먹히고 또 먹힌 후 결국 최상위 포식자인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인간은 원치 않아도 플라스틱을 섭취한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은 1인당 1주일에 신용카드 1장 분량의 플라스틱을 섭취한다. 상당 부분은 배출되지만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 것들이 남아 인체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복잡한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우리가 쉽게 만들고, 쉽게 사용하고, 쉽게 버리는 그 플라스틱이 우리가 원치 않아도 우리의 인체에 들어와 해악을 끼친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젖병에도, 일회용 커피컵을 비롯한 온갖 편리한 도구들에도 들어있는 그 알갱이가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소비 패턴도 바뀌게 되지 않을까? 편리함보다 안녕을 지향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피 속에 플라스틱이 흐른다는 상상을 해보기나 했던가!

플라스틱은 종류도, 사용처도 워낙 다양하지만, 중요한 것은 편리함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플라스틱 역시 역습을 시작했다는 점을 기억하자. 우리는 당연히 그에 응전해야 하는 것이고. 편리함을 내려놓을 수 없어 아예 지는 것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인류가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을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광명자치대학 기후에너지학과는 이 거대한 두려움 앞에서 그냥 손 놓고 있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이들이 함께 고민하는 곳이다. 미력하더라도 그 출발을 해야만 긍정적 에너지의 눈덩이가 커질 것이라 믿으며 말이다.

이번 학기 과제로 나눈 여러 사안을 지금도 고민하며 대책을 세우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플라스틱 문제도, 탄소중립에 대한 사안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고민도 하며, 도심 숲이라는 가로수 식생까지 연구 중이다.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기를 시도하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는지도 점검하는 중이다. 당장 충분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 없을지라도 시민 누구나 작은 시도와 참여가 가능한 방법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고민하는 시간은 소중하다. 올해는 이 해가 가기 전에 작은 고민의 결과물이라도 내놓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노력하는 시간이다.

김성현
광명자치대학 기후에너지학과장
<빨강생각>(2022) <노랑생각>(2019)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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