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상담에 대한 짧은 소개
사목상담에 대한 짧은 소개
  • 김혜원
  • 승인 2004.09.02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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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화훼농협에 꽃구경을 갔다가 선인장을 하나 사왔다.  책상 한 귀퉁이에 선인장을 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수분을 가득 몸통 깊이 숨겨놓고 겉으로는 온몸 촘촘히 자신을 보호하고자, 거친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해 날카롭고 거친 가시를 세우고 있는 선인장이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고 느꼈다.  선인장 같은 사람들...내가 처음 사목상담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해주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십 오년 전, 나는 서울의 한 빈민촌에서 종교공동체의 일원으로 그곳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같이 살기로 결정하였다.  밑바닥 인생이란 원치 않은 명칭을 멍에처럼 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의 자녀들.  평탄하게 살아가던 나에게 내가 살고 있는 사회와 인간의 진면목과 내 삶의 여정에 영성적 도전을 끊임없이 던지곤 했었다.  

 그리고 그 당시 아직도 어린 나로서는 그분들의 거친 모습이 봉사자로서, 인생의 길동무로써 나의 나약함과 무기력함에 큰 충격을 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처음의 내 모습은 오히려 그분들로부터 삶의 치열함과 인생의 지혜를 배우고 내 삶의 여정을 성찰하는 학생의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함께 공동체를 살고자 했던 나를 공동체원들이 각자 지니고 있던 그동안 살아온 삶의 방식, 가치관, 가족 관계 안의 역사들이 진솔하게 매일의 생활과 관계를 통해 드러났고, 이 드러남은 나에게 폭 넓은 삶의 이해와 진지함을 선물로 받기도 하였지만, 때론 서로의 가시들에 긁히기도 했다.  

특히 인간에 대한 나의 짧은 이해는 서로 뿐 아니라 내자신의 깊이 숨어 있는 또 다른 모습이 불안정하게 드러날 때마다 당황하고 깊은 상처를 받고는 했다.  그곳에서의 가난한 생활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그런 삶을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영성적 도움의 부족은 모두에게 심리적인 불안정함과 이미 선택한 삶의 부조리한 변질까지도 가져오는 위기 상황을 만나게도 하였다.  이렇게 선인장 같은 모습을 만날 때마다 나는 나를 비롯한 인간 모습에 대한 진지한 호기심이 생기곤 했다.  우리들의 이런 모습 어딘가에는 선인장이 숨겨 놓은 것처럼 생명의 샘이 있을 텐데....어떻게 이 불안정함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 또 이러한 자신에 대한 진실과 성장에 있어 신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에 질문하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빈민촌에서의 질문들은 사목상담이라는 분야에 대한 막연한 필요성을 찾게 하였다.  처음에는 사목상담이라는 분야가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고, 영성지도를 해주던 신부님께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상담과 영성이 접목된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에게 큰 기쁨과 용기를 주었다.  이때부터 사목상담 공부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여, 먼저 신학적 배경을 필요로 하겠다는 생각에 종교교육을 공부하기로 결정하고 필리핀으로 건너가 4년을 지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드디어 사목상담을 공부...   

 사목상담은 일반 심리상담과는 인간을 보는 관점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다.  모든 인간은 본연의 진정한 인간으로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고 그 진정한 인간은 인간적 측면과 영성적 측면을 조화롭게 지니고 있다.  상담은 이 두가지 측면을 인정하고 이루어진다.  이에 내담자뿐 아니라 상담자도 성장속에서 개발 되지 않은 두 측면의 부조화로 인한 한계을 지니고 있음으로, 상담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신 또는 각 종교에서 인정하는 영적인 힘, 각 개인 안의 알 수 없는 영향을 끼치는 초월적인 내적 힘의 영향과 도움을 인정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살면서 접하는 우리의 역량 밖에 있는 많은 일들에 대한 희망을 부여하기도 하고 희망을 잃지 않게도 한다.  
 사목상담은 통계학에 지나치게 기준함으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의 하나인, 가시적이고 일시적 처방에 기울기 쉬운 학문 접근 태도에 대한 근원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영성적 접근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즉면하고 초월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의 힘을 지니게 됨으로써 인간의 성장의 가능성에 자유롭고 풍만한 장을 펼치는 희망을 부여하고 있다.   몸통 깊이 자신의 생명수를 잃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성장하는 선인장처럼, 인간도 각자 자신의 숨겨진 생명수, 영혼의 샘물을 찾아 자신의 몸, 마음 그리고 정신을 성장시키려는 희망은 오늘도 우리에게 삶의 지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사목상담은 인간에게 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돕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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