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대한 작은 제안
추석에 대한 작은 제안
  • 김혜원
  • 승인 2004.09.22 0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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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계절의 변화는 유난히 급격히 바뀌어, 어느 순간 가을인가 싶더니 벌써 추석이란다.  추석에는 고운 추석빔에 대한 설렘과, 큰집에 친척들이 다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고 그동안 어찌 지냈는지 서로 안부를 묻곤 했다.  또 한동안 못 만나던 사촌들과의 오랜만의 어색함과 어쩐지 닮은 그 친근한 만남에 들뜨던 추억이 떠오른다.  농경문화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대가족 문화의 옛 추석과는 사뭇 다르다고 하지만, 올해도 가족명절 추석에는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날 가족을 찾아 길을 메울 것이라는 보고다.  올 추석에 우리 가족은 어떤 모습들로 만날 것인가 사뭇 기대와 호기심이 생긴다. 
  가족이라는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부부를 핵심으로 하여 근친의 혈연자가 주거를 함께 하여 생활해 가는 소집단으로 그 본질적 기능을 자녀의 양육과 경제적 협력에 둔다.’  ‘가족은 핵가족인가 대가족인가 등의 사회경제 구조적 기능을 통하여 보는 외부적 가족구조가 있으며, 누가 리더십을 지니는가, 구성원간의 역할은 무엇인가, 상호간의 감정 표현 및 대화를 어떻게 이뤄지는가 등의 내부적 가족구조가 있다.’

  우리는 각자 고유한 분위기의 가족 안에서 성장하고 또 새로운 가족을 이뤄 나간다.  따뜻하고 화목한 분위기, 엄격하고 절제적인 분위기, 쌀쌀 맞고 냉한 분위기, 서로 무관심한 분위기, 싸울 것 같은 분위기, 들떠 있는 분위기, 차분한 분위기, 모호하고 비밀스런 분위기, 두려움과 보이지 않는 억압에 부자연스런 분위기, 등등. 각 분위기에 따른 상대적 빈곤감으로 가족의 역할 이전에 우리는 그 분위기에 지배를 받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떤 가족분위기에서 자랐나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인격적인 성장과 보이지 않는 가치기준의 틀이 되며, 내 원래의 가족 관계의 체험은 현재의 가족이라는 관계와 집단 속에서 나의 역할과 가족상호간 공동체의 역할을 통해 사회생활 속으로 확대되는 기초가 된다.  이러한 틀과 기준이 보이지 않게 나와 자녀, 나와 배후자, 시댁, 처가와의 관계 등 지금의 내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곤 한다. 그러한 이유로 때때로 결혼한 많은 사람들이 내 배후자와 삶의 방식과 가치관의 다름 때문에 상담을 요청하고 그 고통을 호소하곤 한다.   
  같은 부모 형제 안에서도 있는 성격의 다름과, 자라온 사회경제적 환경의 차이, 가족 안의 규칙과 대화방법, 문제해결 방식의 차이는 결혼 후에도 각 개인에게 보이지 않은 삶의 양식과 부부 및 자녀와의 관계의 기준이 되곤 한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기보단 동일성을 요구하는 기대가 클수록, 가족간의 몰이해로 인한 상처와 문제는 커지게 된다. 

  추석이 모든 사람을 들뜨고 기쁘게 하고, 우리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에겐 의례껏 치러야 하는, 하기 싫고 피곤하고 귀찮은 문화행사이기도 하다.  올 추석은 또 어떻게 지낼까 고민스럽다면, 추석의 내적 풍부함을 위해 작은 방법을 하나 제안해 본다. 
  먼저 조금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우리 가족의 분위기와 가족 안에 보이지 않게 돌아다니는 규칙, 대화의 방식, 문제해결의 방법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내 자신은 그것들에 어떤 가치관과 감성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 살펴본다.  또 이러한 내외적 관찰을 써보는 것이 더욱 객관적으로 우리 가족을 보고, 문제점을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현재의 삶의 방식은 그 가족 안에 오랜 시간을 거쳐 가족의 중대사와 사건들 안에서 반복되는 패턴과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형성되어온 것이다.  그럼으로 연도별 표를 만들어 집안의 중대한 일들을 구체적으로 연도, 사건, 가족의 대응방식, 분위기에 끼친 영향, 자신에게 준 영향, 그 당시의 내 자신의 느낌과 생각 등을 나누는 대화의 장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이런 시간을 통해 보폭이 작은 걸음이 지치지 않는 것처럼 이번 추석만이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서 가족간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실마리의 효과도 볼 수 있다. 

  가족간에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가족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여 새로운 가족의 역사와 분위기를 창조함으로써 사랑과 이해가 충만한 가정의 지표를 만드는 희망을 만들에 가는 것은 중요하다.  가족은 서로에게 거울이 되는 공동체이다.  가족 구성원의 고유한 삶의 여정은 단지 개인의 역사가 아니고 가족 모두를 비추어 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다수이고 하나인 가족의 영성은 가족 모두가 함께 책임지고 가꾸어가야 하는 삶의 선물인 것이다.   따라서, 가족간의 진솔한 시간과 노력이 올 추석을 화해와 가족 구성원의 에너지원으로서의 진정한 가족 명절로 지낼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 것이다.  모든 가정에 추석이 주는 화목함과 풍요로움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2004. 9. 22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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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 2004-09-29 10:46:24
여느해와 다를바 없는 추석을 보내고나서 막내며느리로서 포기와 한탄을 하고 있을 즈음에, 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좋은 문화,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용기를 내고 진실해져야 함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