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딱지 생태이야기>철든 세상을 위하여
코딱지 생태이야기>철든 세상을 위하여
  • 류창희소장
  • 승인 2002.12.10 17: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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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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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고 모든 이가 또 한 살을 더하는 12월.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철이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철이 안 들면 사람의 구실을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나이 마흔을 넘어 시흔이 다 되어도 처자식 먹여 살리지 못하고
방탕하게 지내면 철이 안 들었다 한다.
자신에 맞는 행동과 사리판단을 하지 못하면 개망나니라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면 철이 든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어떻게 해야 나이가 들수록 철이 들 수 있는 것인가?

우리말에는 모두 그 근원과 이치가 있다.
결혼 안한 여자를 우리는 아가씨라 한다.
그 이유는 그 몸 안에 생명의 씨앗인 '아가의 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여 얘를 낳은 사람을 우리는 아주머니라 한다. '
아기를 키운 주머니'가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땅은 딱딱함에서 나오고 물은 물렁물렁함에서 표현되었다.
인천과 평택의 너른 바다가 바다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세상의 모든 것이 흘러 들어가,
모든 것을 받아(바다)준 다는데서 그 말의 이치를 찾을 수 있다.
이렇듯 말에는 그 이유와 이치가 명확히 있다.

철이 든다는 말도 그 이치를 찾아가면 결코 어려운 말이 아니다.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 한다.
봄은 보는 것이 많은 계절이고,
여름은 열매가 많이 맺히는 계절이라 그리 부른다.
가을은 모든 생명체가 옷을 갈아입는 계절이고,
겨울은 춥고 힘든 계절로 겨우겨우 살아가는데서 그 이름이 나왔다 한다.
그런데 이 계절을 우리가 부를 때는 봄철, 가을철, 여름철, 겨울철이라 한다.
철이 든다는 말은 계절이 든다는 말과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철이 변화하는 것을 느끼고,
철에 맞는 음식과 옷을 챙겨 입으며,
제철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조상들은 철이 안든 사람은 미친* 취급을 했다.
무더운 여름철에 겨울옷을 입고 다니면 그를 정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추운 겨울날 반바지에 반소매로 거리를 누빈다면
제정신인 사람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한겨울에 여름철 나는 음식을 찾아도 마찬가지다.
조상 님들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철이 안든 사람을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철이 든다는 것은 또한 사람구실을 잘 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의 결정체라는 뜻으로 그리 부른다.
그래서 누워만 있는 사람을 우리는 송장, 시체라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이 제대로 사람 구실을 하려면 몸이 건강해야 한다.
사람의 형체를 '몸'이라 하는 까닭은,
철따라 변하는 햇빛, 바람, 땅의 기운, 과일, 채소, 곡식, 물을 모아서
이루어진 '모음'의 결정체란 말이다.
따라서 제철에 맞는 것들이 모아져 몸을 이루어야 철이 들고,
모아지는 것이 건강해야 정신과 육체가 건강할 수 있으며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도시에서만 사는 사람들은
아이들에서 나이든 사람들까지도 철이 들기 힘들다는 말을 한다.
어쩌면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에 한계가 있는 환경과
제철 먹을거리보다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려진 도시인들에게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겨울철에도 여름철 수박과 토마토가 나오고,
여름철에 오히려 겨울의 얼음을 더 많이 먹으며
사계절이 아니라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스턴트 식품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어찌 올바른 철이 들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나이는 들지만 철이 안 든다면 머리 큰 아이에 불과 하다.
철이 들면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사리를 분별할 줄 알고
옳은 판단과 행동을 취할 줄 알아야 한다.
결국 철이 들려면 자연의 이치를 따르고
자연과 접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함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

다가오는 2003년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복지 모두에 철이 들었으면 한다.
그러려면 그 일을 행하는 사람들부터 철이 들어야 겠다.
부정과 반목, 혼돈과 속임이 판치는 세상에서
정의와 희망이 숨쉬는 세상으로의 변화를 위해 철이 들자.

<자연생태연구소 '마당' 류창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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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2002-12-10 17:43:56
새해복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