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업체 변경, 물러설 수 없다’
‘아파트 관리업체 변경, 물러설 수 없다’
  • 강찬호
  • 승인 2007.10.30 09:0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명사람들> 정미영 철산주공아파트 12단지 동대표자회의 회장을 만나다.

용감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당차고 배짱이 있다. 혹 그런 그녀가 몹시 못마땅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최근 2년을 바삐 달려왔다. 최근 두 달은 속도를 더 냈고, 긴장을 더했다. 올해 38세 여성인 그녀는 1,800세대가 입주해 있는 철산주공아파트 12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다. 최근 그녀가 부여받은 공식 직책이다. 혹 전국 최연소 여성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아닐까? 주인공은 정미영씨다.

그녀가 이 아파트로 이사 온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이사를 온 후 이 아파트에 없는 부녀회를 만드는 일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대표가 됐다. 여기서 그녀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동대표가 된 지 2개월이 조금 지났을까? 그녀는 다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되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가 어떻게 광명시 대형 아파트 단지 중에 한 곳인 12단지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된 것일까? 그 내막으로 들어 가보자.

그녀가 광명으로 이사 온 것은 2년 전쯤이다. 나름대로 조용히 살고 싶었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의 돌아가는 사정은 조용하게 살고픈 그녀를 그냥 두지 않았다. 잘못된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이 아파트에서 진행하려던 30억대 열병합공사 진행과정의 문제점을 보게 된 것이다. 이해되지 않은 상황을 지나치지 않았다. 그녀는 이 공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비대위 활동을 하면서 업무정지가처분을 내고, 이 공사와 결부된 전 동대표자회의를 해산시켰다. 2006년 7월경이다. 이사 온지 얼마 안 된 그녀가 주민들에게 각인된 것은 이때부터다.

기존 아파트에서 진행되는 일들이 정미영 회장의 눈에는 비정상으로 보였다. 왜 이럴까? 문제의식은 부녀회의 부재로 이어졌다. 부녀회 구성에 나섰고, 부녀회 구성 후 총무를 맡았다. 관심은 지역으로도 이어졌다. 이사를 가는 주민들을 보면서 광명지역 고교비평준화의 문제점을 느낀 것이다. 부녀회를 중심으로 고교평준화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도 이 시점이다. 결정하면 밀고 가는 특유의 스타일대로 ‘광명시고교평준화학부모연대’를 구성하고 활동에 나섰다. 그리고 이 숙제는 지금도 안고 있다.

아파트 관리업체의 문제가 눈에 들어오면서 그녀는 아파트 내부에 주목했다. 관리사무소장을 포함 관리업체의 문제점을 알게 되면서 활동에 나섰다. 그녀의 활동력과 추진력은 올해 8월 1일, 그녀를 동대표로 만들었다. 동 대표를 고사했지만, 아파트 단지 주변 상황을 묵과할 수 없었다. ‘감시’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 대표직을 수락했다. 그녀는 동 대표와 동시에 동대표자회의 총무이사를 맡았다.

그리고 동대표로서, 총무이사로서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관리사무소 소장과 관리업체 변경 문제를 8월 말경 입주자대표회의에 상정하고 주도적으로 관철시켰다. 이런 결정이 가능하게 된 것은 기존 동대표자회의가 해산되고 새로 동대표자회의가 구성되면서 기존과는 달라야 한다는 변화 요구가 밑바탕에 있었다. 변화는 진통을 수반했다. 10년 동안 이 아파트 단지의 관리를 맡아온 관리업체의 저항과 로비가 만만치 않았다. 입주자대표 회의의 책임을 맡은 이들의 어깨 역시도 무거웠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사임하고, 그 뒤를 이어 지난 9월18일 그녀는 후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추천되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나이도 많은 틈에서 그녀는 왜 회장직을 맡은 것일까. “관리업체 변경에 대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직책을 맡았다.”

회장을 맡자마자 그녀는 가장 힘든 고비를 맞이한다. 이날 있었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기존 결정 사항인 관리업체 변경 건에 대해 다른 대표들이 재심의를 요청한 것이다. 현 동대표들과 참관한 전 동대표들 30여명이 이와 같은 입장으로 회의장을 지켰다. 동대표회장이 된 그녀는 홀로 버텼다. 재심의 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스스로의 배짱에 의지해 정면 돌파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겨냈다. 이후 그녀는 온갖 비방과 협박에 시달렸다. 10년 동안 유지해온 관리업체 변경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관리소장으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각 동별로 그녀를 비방하는 문건이 부착되기도 했고, 우편함에 문건이 투입되기도 했다. 상대가 있고,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의 공격이 어딘가로부터 계속 된 것이다.

그녀는 버텼다. 그리고 아파트홈페이지에 동대표회장 업무일지를 만들어 매일 매일의 상황을 보고하고 공개했다. 협박과 공갈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갈 수 있었던 것은 대의와 함께 상황을 공유하려는 노력들이 바탕이 됐다. 문제 해결점이 보이고 있고, 성과들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상황이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그녀는 모든 상황이 종료되면 주민들과 함께 하는 잔치를 열 계획이다. 주춤했던 학부모 고교평준화 운동도 계속 할 계획이다. 입주자대표회의도 주민의 뜻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주민들이 아파트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시정이나 지역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보고 싶다.

그녀는 주민들 사이에 어떤 패배의식 같은 것이 있다고 본다.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나는 문제나 지역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태도를 보면 그런 것을 느낀다. ‘여긴 안 돼, 못 바꿔’하는 생각들이다. ‘아마 이겨본 경험이 없어서 일 것’이라고 스스로 진단해 본다. 그녀가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뛰어든 이유가 어쩌면 이런 이유때문일 지도 모른다. ‘주민들에 의해 바뀐 경험을 가져보자.’ 그 전에 다른 지역에 살면서 느꼈던 것과, 광명에서 느끼는 것은 너무도 달랐다. 갖은 협박에 불구하고 배짱으로 맞섰던 것은 이런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를 믿는 것도 희망이지만, 무엇보다 큰 희망이자 힘은 바로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준 주민들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 덧붙여 여성인 자신을 동대표자회의 회장으로 뽑아준 주민들이 놀라울 뿐이다. “그녀는 12단지 주민들이 최고”라고 자랑한다. 가족 역시 힘이다. 1,800세대가 모여 사는 이곳, 어쩌면 마을이다. 마을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어 파노라마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그녀지만, 여전히 그녀는 내성적이고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이다. 스스로 그렇게 여긴다. ‘그녀의 성격, 저 깊은 곳을 파악해보자’며 결혼한 이가 남편이란다.

그래, 아직은 정미영 회장의 행동반경을 속단하지 말자. 그저, 그녀의 에너지가 ‘마을’로 향하기만을 바래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1214 2008-01-19 13:13:39
정말 대단하신 분이 나오셨구나 싶어 기대가 큽니다-
26년간 12단지에서 살아온 주민으로서 그간 주인이길 포기 했던-무관심이 뉘우쳐 집니다.우선 인터넷 에서의 주민참여를 유도-그간의
재정사항을 과감히 외부감사-관리소 및 대표자회의 문제점등을 파헤쳐
대책안을 내놓아 주민의 전폭적인 참여와 지지 속에서 뜻한 바 개혁을
이루어 내시길 바랍니다-